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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만복이네마을잔치 참관기~수다한마당]

긴장·과장 없이 그냥·마냥 흥겨운 동네잔치

2023.12.06(수) 10:47:10 | 놀뫼신문 (이메일주소:nm4800@daum.net
               	nm4800@daum.net)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1

 
만복이네마을잔치가 12월 2일 열렸다. 길놀이는 4시부터 시작되었다. 풍물패가 만복이네 공부방 앞마당에서 출발하자 조용하던 연산시장 일대가 시끄러워졌다. 논산교육풍물두드림 패가 앞장서고 그 뒤를 아이들과 어른들이 따르면서 고샅을 돌고 돌아나온 길놀이는, 시장통 농협 입구에서 소리를 그쳤다. 5시, 농협 3층 행사장으로 올라가니 미리 온 동네사람들이 어깨춤으로 반긴다.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2


얼추 봐도 150여 명 가량이 모여 있는 거 같다. 축사를 하러 온 허동한 연산면장도 탄성이다. “연산면 행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 본 거 같습니다!” 인사차 들렸다는 국중숙 논산시 지역아동센터협의회장도 놀라움 동급이다.  

“아니, 시골행사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

평소 테이블로는 모자라 가장자리에 보조를 설치했는데도 꽉 찼다. 떡국과 절편, 김치와 과일오렌지, 사과주스 등 간소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저녁밥상이다. 동네잔치에 제격인 건 역시 떡국이렸다. 떡국잔치판이 배경으로 쫙 깔린 가운데 남녀 초딩이 사회자로 입장하였다. 진행을 알리는 멘트인 거 같긴 한데, 규범 & 윤정은 학교에서 국어책 후다닥 읽는 듯해서 내용이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3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4


그러거나 말거나 2023 만복이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화면은 열리고, 이어서 실로폰 연주가 총 11개 순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오징어 게임” 분장을 하고 나타난 윤정, 은휼, 승유, 용하, 규범, 태휴는 핸드벨 연주를 선보였다.  리운 등 9명이 출연한 댄스팀은 ‘슬립백’과 ‘쟁반춤’을 선보였다. 이런 실로폰, 핸드벨 연주와 춤은 평소 지도한 게 아니고, 아이들 스스로 준비하였다는 귀띔이다. 이들은 관중이 보건 말건, 박수를 세게 치든 적게 치든 전혀 개의치 않고 독불장군, 자기 순서에만 충실하는 듯싶다. 

손주들 바통은 할머니가 이었다. 연산 노래교실 꽃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가 ‘별빛 같은 나의 사랑’, ‘지나야’를 열창하였다. 할머니들 노래소리에 객석 여기저기서 술렁 술렁~ 먹는 걸 잠시 멈추고 박수를 치는 이들, 아예 숟가락 놓고서 일어나 무대 가까이 나가 춤 추는 이들, 난리 부르쓰다. 예전의 축제 ‘난장판’이 되살아난 듯한 그야말로 동네잔치다.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5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6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7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8


준비된 두 곡이 동난 줄도 모른 채 “앵콜! 앵콜!” 아우성이다. 조미영 노래강사가 회심의 일착으로 꺼내는 “내 나이가 어때서”는 따로 준비가 필요 없는 곡.  마을잔치의 열기는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계’다. “나이고 체면이고 격식은 가라! 웃음과 박수, 자유혼만 오라!” 거리낌 없는 노래와 막춤은, 뜨문뜨문했던 동네를 하나로 묶어주는 산내끼다. 이때 달뜬 분위기를 다잡아준 사람이 나홀로 등장하니, 바로 바리톤이다. 조세현 논산중앙교회 성가대 지휘자의 동요 “섬집 아기”는 홈, 스위트홈으로 끌어들였다가 “오, 솔레미오”에서 와서는 한여름의 태양열로 데려간다.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9



“바리톤 아저씨도 등장하네 그려~”

성악시대가 기악시대로 접어들 즈음, 지민이를 비롯한 8인의 기타연주 “사랑은 늘 도망가”는 할머니용으로, “칵테일 사랑”은 아동용으로 선곡에서도 탕탕평평이다. 힘겹게 피아노를 연주한 막둥이 규민, 용하는 인사를 시켜도 하는둥 마는둥 높은 의자에서 내려오기 바쁘다. 핸드벨에서는 “가을 아침” 소리가 겨우 생각이 났다는 듯 아슬아슬 이어졌다. 우렁찬 소리는 구세군표정영문교회 죠이플빅밴드의 몫 같았다. ‘바위섬’과 ‘징글벨’이 색소폰으로 우렁차게 울려퍼졌으니 말이다. 

노름마치는 비장의 스타출연이 아니라 “모두 다 꽃이야”와 “밀양아리랑” 대합창이었다. 주혜란 대전시민풍물 ‘새벽풍’ 회원이 선창하였다. 

만복이네~ 오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어 갑시다
(중략)
내년에도~ 만가지 복을~ 누리소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제목만 밀양아리랑이지, 속은 말짱 만가지 복 “만복아리랑”이다. 노래하는 폼도 음정도 제각각이지만 일치점이 하나 있다. 얼굴마다 써 있는 “여기가 우리집 안방일세”하는 느긋한 표정들!  단체촬영시간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고 보니 얼굴만 내비치고 귀빈석을 싸하게 만드는 정치인은 이날따라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10



민중, 민 주도의 자발성과 저력

민관군경 굳이 구분할 때, 여기 모인 이들 거개가 민(民) 같다. 민중이기에, 민 주도이기에 자발적인 어깨춤 흥타령이다. 모든 공연이 징치고 막 내린 후 귀가길! 3층에서 내려오는 계단에는 조명이 없는 동네다. 손전등 켜서 할머니 앞길을 비춰주거나 손자들과 손에 손 잡고 한계단 한계단 내려오는 인간띠 군상이 또다른 연출이다.

<어린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하는 마을잔치가, 어른들이 더 위로받고 새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모두가 순식간에 순하고 맑은 천사의 마음이 되는 걸까? 무한경쟁과 기계문명에 지친 우리가 단순하고 소박한 마을 풍경이 더욱 그리운 건 아닐까? 좀 미숙해도 서로를 아름답게 보아주는 마음이 모이면 모두가 이리 행복해진다는 사실!> 논산교육풍물두드림의 길놀이 길라잡이 윤여진 대표의 독백이다. 

“지역아동센터가 논산시에는 22개소, 인근 계룡시에는 4개소가 있답니다. 만복이네지역아동센터가 이 동네의 중심이 되어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니 참 멋지고 감동적이네요. 제가 지역아동센터협의회장이지만 처음 참석했고요, 내년에는 협의회 차원에서 함께하도록 해보겠습니다.” 국중숙 협의회장의 설명과 수다다. 

이 행사를 총괄한 만복이네집 대표의 소회도 궁금해진다. 이날따라 생활 한복으로 단장한 변혜숙 대표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많아졌다.


[만복이네집 수다방] 

“동네애들 잘 키우겠다는데 뭐가 아까워?”

만복이네마을잔치참관기수다한마당 11



지역아동센터 만복이네공부방은 언제 문을 열었나요? 

=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에 아이들이 함께 모여 신나게 놀며 배우고 꿈꾸는 곳이랍니다. 우리 만복이네는 2009년 2월 처음 문을 열었고요 그해 7월 정식 지역아동센터가 되었어요. 벌써 15년이나 흘렀네요~~

그럼 만복이네마을잔치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 다음해인 2010년 겨울에 첫 잔치를 열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몇 번 쉬기도 했지만 그래도 8~9차례 한 거 같죠?^  크게 할 때는 오늘처럼 농협에서, 작게 할 때는 그냥 우리  센터에서 집안잔치로 조촐하게 했어요. 

집안의 재롱잔치로도 족할텐데, 판을 동네로까지 키운 이유가 궁금합니다. 

= 만복이네가 문을 열고 한 해 동안 받은 은혜와 사랑이 너무 고맙더라구요. 그 마음을 따뜻한 떡국 한 그릇에라도 담아 어르신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냥 시작하게 된 거랍니다. 
  
오늘 차린 상을 보니까 돈도 꽤 들었을 거 같은데, 경비 충당은 대체 어떻게? 
 
= 쌀, 과일, 음료 등 먹거리는 만복이네 보호자와 동네분들이 형편대로 챙겨다 주세요.  김치도 담아주시고 머릿고기도 눌러주셔요. 곰국 끓이느라 몇날 며칠 함께 준비해 주신답니다. 후원자들도 십시일반 보태 주셔서 매년 떡국잔치를 풍성하게 해올 수 있었답니다. 

오늘 떡국은 몇 그릇이나 나간 거 같아요?

= 150개 수저가 모자랐다고 해요. 떡국떡은 50kg, 절편은 20kg, 귤은 10상자, 음료가 5상자였는데, 떡과 절편 그리고 귤이 좀 남아서 뒤에서 수고하신 분들과 조금씩 나눌 수 있게 됐네요. 

요즘 사람들 모이는 게 어렵다고들 난린데, 어떻게 이리도 많은 사람이 모이도록 하였는지 비결이라도?

= 이때쯤 되면 동네분들이 으레 “만복이네 잔치가 곧 있을 거”라고 서로서로 알려줘요. 우편으로 초대장을 보내기도 하죠. 전화로, SNS 웹자보로 소문을 내기도 한답니다!^ 시민단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방문해주시고, 이때를 맞춰 겸사 찾아주시는 후원자분들도 계시고요...

먼데보다 가까운 지역사회와의 연대, 연계가 촘촘해 보이는데, 평소 이웃들과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15년쯤 됐으니 오가며 인사 나누는 이웃들이 많아졌죠. 마을에 아이들이 있으니 어른들은 만복이네집에 유별난 관심과 애정을 가지세요. 아울러 만복이네는 “아이들이 마을에서 민주시민의 덕목도 함께 배우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가치를 직접 실현, 실천하려 시민운동에도 동참해요. 이번 초대장에도 썼어요. “우리 아이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공동체의 기쁨을 맛보며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가는 이 사회의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도록 온 마을이 함께 애써주시길 바랍니다.”

수고해준 분들 중에서 그 많은 먹거리를 준비해주신 할머니 세 분에게 격렬한 박수를 보내주더군요. 그분들 이야기를....

= 만복이네가 처음 둥지를 틀면서 알게 된 이웃 어른들이십니다. 제가 만복이네 살림살이가 서툴러서 그때마다 달려가 도와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러면 언제라도 오셔서 도와주시고 김치도 나눠 주셨어요. 그런 이웃 어르신들이 늘 만복이네 곁에 계셔 주셨답니다. 이분들과는 가끔 식사도 하고요, 때론 동네 한바퀴 돌며 꽃구경도 함께하는, 한 식구 같은 어르신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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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연해준 개인과 단체,  그리고 평소 만복이네집 후원상황도 궁금합니다. 

= 연산노래교실 할머님들은 꽃단장하고서 흔쾌히 재능나눔에 참여해 주셨답니다. 바리톤인 성악가 조세현 님은 만복이네운영위원 요청으로 기꺼이 재능기부 해주신 경우이고요..... 구세군표정영문교회 죠이플빅밴드 어른신들은 색소폰을 배우시면서 “만복이네 잔치 연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셨다” 하더라구요. 논산교육풍물두드림은 첫 잔치 때부터 오늘까지 쭉 함께 해오신, 이제는 그냥 만복이넵니다. 

감사를 표하고픈 단체나 개인,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겠네요?^

= 오늘 자리를 내주신 논산계룡농협, 연산시장 상인분들, 논산시농민회, 연산농민회, 여성농민회, 논산민주청년회, 부적농민회, 구세군표정영문, 논산한살림, 논산평화와통일을여는 사람들과 같은 시민 단체들도 응원자로서 이름을 올려주셨습니다. 물론 개인 후원자분들도 만복이네를 이모저모 신경 참 써주세요. 

밀양아리랑을 선창한 주혜란 님은 오늘 만복이네 공부방에서 마시는 차와 과자를 선물했답니다. 대전의 도안레고러닝센터 대표인데요, 이번 성탄절에 아이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기를 수 있도록 150만원 상당의 레고를 기증하기로 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을” 만들어가는 일에 지금처럼 온 마을이 힘을 모아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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