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자씨가 직접 수확한 사과와 배를 보여주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정무자씨가 직접 수확한 사과와 배를 보여주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궂은 날씨 때문에 발길은 줄었지만 ‘사람 사는 냄새’는 여전하다.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한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구경한번 와보세요. 오시면 모두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 받는…”

노래가사처럼 언제나 정감이 넘쳐나는 공간, 추석대목을 앞두고 열린 8월 30일 예산장이다.

오가 내량리에서 직접 농사지은 햇사과 홍로와 배를 수확해 장을 편 정무자(79)씨는 부산이 고향이다. “사과는 빨갛고 이쁜 거 고르면 된다” 충청도장터에서 들리는 구수한 경상도사투리가 재미를 더한다. 그는 “비가 많이 와 꼭지부분이 터지고 해서 30짝을 버린 동네사람도 있다”는 농민들의 애환과 함께, “요즘은 마트로 다 가는데, 전통시장도 많이 이용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장흥정을 하던 권옥자(77)씨는 “신례원에서 나박김치 담글 거 보러왔다가 과일이 싸 차례지낼 사과와 배를 샀다. (한봉지를 들어보여) 이게 만원”이라며 “명절 때마다 오일장에서 장을 본다. 군민 모두 가족들과 평안하게 검소하게 추석을 보내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활짝 웃는 표정으로 꽃게를 설명하는 이종화씨.			 ⓒ 무한정보신문
활짝 웃는 표정으로 꽃게를 설명하는 이종화씨. ⓒ 무한정보신문

어물전에선 반가운 얼굴이 기다렸다. 2년 전 새해 첫 역전장에서 “20년째 장사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많다. 예산분들은 동네사람처럼 좋다”고 활짝 웃으며 “건강이 최고유”라는 새해소망을 전했던 이종화(64)씨다.

그때는 갱개미가, 지금은 꽃게가 손에 들렸다. 그는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먹을 꽃게, 대하, 갈치, 물오징어를 많이 찾는다. 요즘 암게는 맛은 좋은데 살이 별로 없다. 색깔이 노르스름한 수게가 더 영글다”며 “시장물건은 산지에서 금방 오기 때문에 싱싱하다. 값도 싸다”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오늘부터 대목장이다. 날씨가 좋으면 많은 사람들이 왔을텐데, 평상시 주말만도 못하다. 마트가 더 생겨 사람이 더 없다”는 안타까운 시장분위기도 전했다.

마트 정육코너가 익숙해져 동네정육점은 찾기 어려운 시대다. 바로 옆 상설시장 조양정육점. 산적거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고기, 돼지고기, 등심, 채끝, 앞다리, 뒷다리 등등 가풍과 가격에 따라 다양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8월 17~24일 전통시장(37곳)과 인근 대형마트(37곳)를 대상으로 추석제수용품에 대한 가격비교조사를 한 결과, 전통시장(29만5668원)이 대형마트(36만3085원)와 견줘 6만7417원(18.6%)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27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에서 전통시장이 더 쌌으며, 채소(47.7%), 수산물류(24.4%), 육류(23.1%) 등 순으로 대형마트보다 가격우위를 보였다. 고사리, 깐도라지, 대추, 숙주, 쇠고기(탕국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