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곳은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다.
충남 서해 남쪽 끄트머리 서천의 춘장대해수욕장도 지난 여름에 여행객들을 맞이하지 못한 채 이렇게 아쉬움을 달래는 대형 안내간판만 세워 놓았다.
이제 오늘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니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이 풍경좋은 충남 서해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춘장대해수욕장을 따라 오른 서해여행길. 겨울에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 있어서다. 어떤 음식인지는 춘장대 해수욕장의 겨울해변 여행을 끝낸 후 이야기하기로 하자.
우리나라에는 해수욕장이 358개 있다고 한다. 각 지역 해수욕장마다 특징이 있지만 춘장대해수욕장만큼 해송과 아카시아가 넓고 많이 분포된 해수육장은 없다고 한다.
해변 모래사장 위로 봄철 바닷일을 준비하는 어민이 끌고 간 경운기 자국이 선명하다. 이런 것조차도 바다여행 아니면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다.
조가비껍질, 겨울바다 여행의 매력은 이런 서정성에 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밤이나 낮이나 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생경한 낯섦을 준다.
어디서 왔을까? 이 낙엽은. 뭍에서 바람에 실려 여기까지 온 겨울가랑잎. 모래에 묻히고, 파도에 치이고, 바람에 실려 방문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가랑잎은 어느 날,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곳을 거닐었던 연인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까.
갈매기도 바다여행의 진객이다. 갈매기들도 무심히 스쳐가는 수많은 이방인들의 표정과 마주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우수, 행복, 사랑 또는 무심에 겨운 그 어떤 표정이라도 갈매기들은 알고 있겠지.
맞다. 누군가 왔었다. 나보다 먼저 이곳을 찾았던 그 누군가는 아마도 무언가 남겨놓고 싶었나 보다. 옛 친구였을까, 아니면 잊고 있던 어느 고마운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립고 그리운 누구였을까. 이 바다의 남쪽은 육지이고, 서쪽으로 가면 더 넓고 깊은 바다이기에 해를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면 이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겨울바다 여행은 사람의 감성을 한없이 깊게 해준다.
자, 겨울바다 여행을 끝내고 이제는 ‘금강산도 식후경’.
춘장대해수욕장에서 5분만 가면 마량포구와 홍원항이 나온다. 그곳에는 자연산 회와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주말이면 사람이 넘치는 곳, 거기서 물잠뱅이탕을 맛보는 게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이 친구, 처음 봤을때 든 강렬한 느낌은 '참 개성 강하게 생겼네!'였다. 이걸로 탕을 끓여내면 물곰탕, 곰치국, 물메기탕, 물곰탕, 물텀뱅이탕, 물잠뱅이탕 등 이름도 다양하다.
어항에서 꺼내 보니 정말 개성넘친다. 이걸 토막내어 요리하려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식당 사장님이 멸치로 육수를 낸 후 무를 퐁당 빠뜨려 끓여준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액젓 2스푼, 국간장 2스푼을 넣어 밑간을 한 뒤 무가 어느 정도 숨이 죽었다 싶을 때 물메기를 머리부터 넣어주고 간마늘·고추·파를 넣어 한소큼 끓이고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한다.
이어서 청고추·홍고추·파·다진마늘을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식초 한 방울 뚝!
드디어 먹어본 물잠뱅이탕. 국물맛이 어찌나 시원한지 개성있는 외모에 놀라고 그맛에 또 놀란다.
물메기탕을 국자로 크게 한 번 덜어낸 후, 지느러미와 뼈를 발라내니 하얗고 통통한 살이 먹음직스럽다. 젓가락으로 집어보지만 이내 부서지고 만다. 숟가락으로 건더기와 살점을 떠서 먹는 게 포인트다. 살이 녹아서 그냥 넘어가는 것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에는 약간 생소하고 개성 넘치는 외모에 놀라기는 하지만 제대로 끓여내 먹어보니 그 식감과 맛에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다.
비린 느낌도 전혀 없고 칼칼함이 뒷맛으로 남는다. 왜 맑게 끓이는지, 살아 있는 신선한 생선을 고집하는지 알 것도 같다. 물잠뱅이 특유의 맛을 살리려면 양념을 최소화해야 한단다. 그래서 물잠뱅이탕은 얼큰한 방식보다 맑은탕이 제격!
예전엔 어부들이 물잠뱅이를 잡으면 그냥 버렸다고 하는데, 이제는 겨울철에 꼭 먹어야 하는 해장국으로 손꼽힌다. 제철 맞은 겨울 물잠뱅이탕으로 몸보신하실 것을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