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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풀꽃문학관에 찾아온 가을, 시처럼 정겹다

2020.10.14(수) 16:28:21 | 윤석천 (이메일주소:dj3637dh2927@hanmail.net
               	dj3637dh292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공주에는 풀꽃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이 계시다. 공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전국적으로도 워낙 유명한 분이시다.

공주시 봉황동 85-12에 가면 나태주 시인의 흔적과 작품이 있는 공주풀꽃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다. 공주풀꽃문학관은 나태주 시인의 시와 야생화, 북카페, 시인의 기록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풀꽃문학관에도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예쁘게 핀 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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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찾아가 본 공주풀꽃문학관은 다른 문학관과는 조금 다른 색깔이 묻어 있었다. 보통 예전에는 문학관을 지을 때 대개 사후에 짓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대개 생전에 짓는다.
 
그 사람의 문학이 담겨 있는 곳이면서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기에 생동감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문학관은 수풀과 산림으로 우거져 있고 그 안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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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앞에 세워진 안내판이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 2014년에 이 문학관을 열었다고 설명돼 있다.

시인은 충청남도 서천에서 출생해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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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예쁜 풍경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사진이다. 흰색과 노란색 구절초를 연상케 하는 큰 자전거 바퀴로 만든 조형물, 볼수록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여기에 자전거 조형물이 놓인 이유가 있다. 나태주 시인이 ‘자전거’의 시인이기도 해서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라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발 아래 본다/ 봄 되어 어렵게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 민들레 냉이 제비꽃'(‘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2’).

그래서 자전거가 여기 있는 듯하다. 활짝 핀 꽃들이 만추를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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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을 보러 온 관광객 여성 한 분이 사진을 실어달라며 포즈를 취해 주셨다. 경기도 동탄신도시에서 왔는데, 공주관광에 나태주 시인에 대해 꼭 알고 가야겠기에 들렀다고 한다. 가을의 여인이라고 이름붙여 드리고 싶다.

“댁에 돌아가시거들랑 공주 자랑 많이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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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읽을수록, 볼수록, 음미할수록 입에 붙는다. 시가 맛있고 정겹다. 한 줄의 시구가 이렇게 가슴에 잔영처럼 남을수 있구나 싶다.
 
그래서 이곳 풀꽃문학관은 생기자마자 공주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2014년 10월 문을 연 이후 연간 1만여 명이 찾고 있다. 무령왕릉·공산성 등이 있는 백제 천년 고도 공주 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특히 풀꽃문학관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시 ‘풀꽃’이 2012년 ‘광화문 글판’에 소개된 이후 인기를 끌면서 나태주 시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라고 한다.

서울 광화문 글판에 오른 이 시는 당시 교보생명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란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는데, 거기서 시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 1위로 꼽혔다. 그때 어떤 시민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서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던 중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이 풀꽃이란 시를 보고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 시민의 사연 또한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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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으로 올라가는 담벼락도 시로 물들어 있다.
 
행복이라는 시, 선물이라는 시, 안부라는 시. 모두 다 우리 곁에 늘 가까이 있으면서 소중함을 잘 모를 때도 있는, 그러나 그 소중함을 알고 나면 더없이 고맙고 멀리 둬서는 안되는 말들로 지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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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풀꽃문학관 건물은 면적 191㎡ 규모에 작은 방 4개와 거실, 부엌 등이 있다. 나태주 시인이 그동안 펴낸 시집 등 서적과 그림, 소장품, 판매용 기념품(에코백·거울) 등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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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비와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풀꽃문학관 울타리 주변 화단에는 복수초·할미꽃·부채붓꽃·금낭화·옥잠화·해국 등 계절별로 피는 풀꽃 25종을 심었다고 한다.
 
풀꽃이라는 시도 존재감이 별로 없는 식물이어서 사회적 약자에 비유되는 것이지만, 지치고 힘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 풀꽃을 주제로 시를 쓰게 됐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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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건물 옆에도 시를 적은 펼침막을 세워 놓았다.
 
시인의 여러 시가 방문객의 눈길을 잡는다. 시의 제목이나 내용이나 의미 모두 ‘국민 서정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맑고 고운 빛깔을 띤 순정의 서정시다.
 
시를 읽으면 우리는 그 안에 들어앉은 사물들이 밝은 화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태주 시인의 시는 자연을 닮아 선명하고, 간결하고 명료하며,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닮아 은은한 서정의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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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집필실을 살짝 들여다 봤다. 고급스럽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저 소박한 문인의 방, 더도 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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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시인 나태주의 캐리커쳐가 놓여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됐으니 선생은 올해로 등단 50년째를 맞는다. 그 안에는 1964년 초등학교 교사가 돼 아이들을 가르친 43년의 교직 생활도 포함돼 있다. 나중에는 공주문화원장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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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는 문학관 흑백사진, 액자, 인형으로 만든 시인의 전신, 조각 등 다른 여러 소품들도 가득하다. 작지만 소중하고, 길을 나서면 우리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들, 누군가 손 잡고 가만히 눈 감고 떠올리면 항상 생각나는 일상의 순간들을 작고 애잔한 자연 풍경을 통해 길어 올리는 시, 그게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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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구경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에도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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