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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역지사지, 고부갈등 없애주는 사자성어

2016.01.04(월) 04:15:38 | 모과 (이메일주소:moga52@hanmail.net
               	moga52@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16년, 정월 초하루 오전 9시에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어요.
새해인사 전화였지요.  저는 전화를 받자 마자 '하하하 ...' 웃음이 터졌습니다.
며느리 동글이는  이유도 모르고 같이 웃었어요.

며느리가 전화하기 바로 전에 제가 시아버님께 전화를 드렸거든요.
사실 어제 밤에 막둥이 아들에게 안부 전화를 받고 잠시 생각 했어요.

 '아! 며느리는 전화를 안하는구나. 아직 거리감이 있나?' 

살짝 서운한 생각이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도 아버님께 새해 인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저께 아버님이 전화하셔서 통화했지만요. 제가  반성을 하고 새해  아침에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자마자 우리 며느리에게 전화가 와서 크게 웃었어요.

바깥사돈이 6형제 중에 장남이라서 보고 자란 것이 많은 우리 동글이는 제가 생각하던 것 보다 더 좋은 며느리입니다. 제가 성실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서 받은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나이 25세 때 45세였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저는 그때까지 공부를 하거나  남에게 공부를 가르치느라고  살림살이에 대해서 배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거의 배우지 못하고 결혼을 했다고 볼수 있지요. 본래 살림에 대해서 관심이 적은 저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망가지지 않으면 새로 사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동글이가 제 며느리가  된지 2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시어머니 노릇이 처음이라서 상당히 어색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쓰잘데 없이 많이 읽은 책의 양에 비례해서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지혜가 부족한 저는  잘 따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살림살이에는 전혀 필요없는 습관이지요.

우리 며느리 동글이는 어쩌면 그렇게 살림을 잘할까요?

비염이 있어서 집안에  먼지 하나없이 깨끗하게 해놓고 정리 정돈의 달인입니다. 작은 빌라에 사는데 가스는  아예 잠가놓고  카페트 여러 장을 깔아놓고 그위에 전기장판을 필요할 때만  사용해서 관리비를 많이 절약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내복을 입고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있더군요. 아들에게는 수면 바지를 입게 했어요.

아들에게 아침 식사를 꼭 차려주고 밥도 딱 2인분만 해서 따끈따끈하게 해먹입니다. 친정이 가까워서 안사돈께서  밑반찬과 김치 종류를 모두 협찬해 주고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졸임 종류를 떨어지지 않게 해주고 있어서 늘 감사합니다.

며느리가  더 기특한 것은 아들에게 경제권을 주고 생활비만 타서 쓰는 겁니다. 친정어머니도 그렇게 해왔다네요. 맞벌이를 하다  임신을 하고 직장을 쉬고 있는데 회사에 다닐 때도  자기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한 돈을 아들에게 주면  아들 월급을 합쳐서 그대로  전세 대출을  갚았습니다.

"어머니! 재테크는 오빠에게 배워야 해요. 오빠가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오빠가 더 좋아졌어요"


이런 며느리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막내아들은 대전의 국립대학 경영학과를 나오고 취업해서 대전에서 근무하다  서울본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곳에서 며느리를 만나고 3년을 연애하다 결혼했습니다. 본가의 도움 없이 둘이 의논해서 소박하나 즐거운 결혼식을 했습니다.

결혼 후에  처가와 아내에게 대접을 받고 살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부서에서  업무성적 최상위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업무가 많을 때는 새벽 4시나 6시 30분에 출근해서  밤늦게 까지 근무합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회사일을  자기가 하는 사업장이라고 생각하고 하라는 제 조언을 기억한 것 같아서 흐뭇합니다.

결혼 2년만에 전세자금 대출과  업무에 필요한 자가용 할부금을 거의 다 갚은 것은 대단합니다. 자가용도 소형을  가지고 있는데 그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은 소형차를 사용할 거랍니다. 기름값을 회사에서 내주기 때문이라네요. 저는 이런 아들의 태도가 좋습니다.

여자가 잘 들어오면 집안이 흥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동글이는 결혼 안한 큰아들에게 여러번  여러종류의 김치와  밑반찬을 싸서 막내아들에게 가져다 주라고 했습니다. 시골집에 올 때도 요리솜씨 부족한 저를 위해서 반찬을 해 가지고 옵니다. 하하

친정부모가 일찍 돌아가신 저는 시집어른들 복이 많습니다. 시아버님과 시고모 시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삽니다. 대전으로 이사를 온 후 8년 동안 , 계속 김장과 된장 김치를 큰시누이 형님과 막내 시고모님이 해주셨습니다. 제가 일을 서툴게 하니까 두분이 후딱 해주십니다. 올해에는 손이 아프다고 부르지도 않으셨어요. 제가 다른 방법으로 두 분께 보답하고 살아야지요.

시집어른들이  저같이 요리에 관심이 부족하고 솜씨가 없는 사람은 요리 솜씨 좋은 며느리가 온다고 구태여 배울 필요가 없다네요. 그런데 신기하게 요리 솜씨 좋고 살림을 잘하는 며느리가 왔네요. 하하.

저는 아들과 며느리가 저보다 잘하는 부분은 배우고 삽니다. 아들들을 키울 때도 남녀 평등과 부모와 자식간에도  할말은 하게 키워서 가족 간에 수평으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삽니다.
제가 며느리를 본 후에  자주 생각하는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나는 며느리 나이에 어땠는가?"

답은 늘 같습니다.
'그나이 때의 나보다 잘하고 있다.'  다행입니다. 저보다 못하면 안되지요.

저는 며느리에게 배울점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발달되서 사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배울 점이 더 많은 시대입니다. 우리 고부는  카톡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소통하며 고부 갈등을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1월에는 손녀딸 박하영도 만나고 신나는 새해입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우리고부의 키워드이고 갈등을 없게하는 사자성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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