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직장때문에 도시에서 혼자 살면서 음식을 챙기기보다 그저 한 끼 배 채우는데 급급합니다.
아침은 허겁지겁 사먹는 토스트, 점심은 회사 근처 분식집에서, 저녁은 회식자리 고기집에서, 집에서 밥을 지어먹는 것은 일주일에 ‘몇 번’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25.3%라고 합니다. 혼자 살게 되면 매 끼니를 대충 챙겨 먹거나 종종 거르게 되기도 하지요.
집밥.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단어입니다. 그런데 가끔 ‘집밥’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머리가 멍해집니다.
단순히 ‘집’과 ‘밥’이란 두 단어가 하나 된 복합어 ‘집의 밥’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죠. 집에서 먹는 밥, 특히 엄마가 차린 밥상이 그리워 집니다.
마침 고향 근처 업무가 있어 짧은 시간 점심한끼 하려 충남 서천군 마산면에 위치한 고향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고향집 처마에는 반건시 곳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곳감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드는 상강(霜降) 무렵부터 감을 깎아 말리기 시작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처마 밑에는 감말랭이가 놓여져 있습니다.
비오는날인데도 부지런히 일어나셔서 부추를 한 오큼 따 오셔서 손질을 하고 계십니다.
부모님은 정겹겨 못난아들을 맞이하시며 "밥은 굶고 다니지 않냐"며 안부를 물으시곤 손질하던 부추 한줌을 가지고 곧장 부엌으로 가십니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한끼를 만들려 압력밥솥에 쌀을 씻어 올려 놓으십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집 뒷마당에 비닐하우스 텃밭을 찾아가 봅니다.
가지런히 심어진 상추
그리고 부모님이 손질하던 부추가 보입니다.
잊고 살아온 고향의 흙내음 풀내음 속에는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이제 점심을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갓 지은 콩밥과
갓 손질한 부추를 넣은 제육볶음을 내어 놓은 밥상
그토록 그리워 하던 엄마의 집밥입니다.
역시 엄마가 해준 밥은 맛있습니다.
식구(食口), 한집에서 같이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가족이 모두 바빠 함께 식사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삶’ 자체를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데 집밥이 중요한 이유는 잊혀진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