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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내 청춘, 충남무형문화재에 홀리고! 취하고! 들끓다!

내포문화축제서 시연 행사에 푹빠져

2012.09.16(일) 23:02:56 | 이야기캐는광부 (이메일주소:zepero85@gmail.com
               	zepero85@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 소년이 머리띠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다

▲한 소년이 머리띠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다

 

충남도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을바람이 제 청춘의 갈비뼈를 구석구석 간질이는 15일, 여기는 충남 홍성군에서 열린 제 8회 내포문화축제 충남무형문화재 시연 현장입니다. 
 
청년, 무형문화재 시연 현장에 사로 잡히다
 
내포문화축제는 지난 9월 1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6일에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역사를 빛낸 3·1만세운동과 청산리 전투'라는 주제로 백야 청산리 전투 재현, 만해 독립선언서 퍼포먼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 공연, 전시 프로그램들이 성황리에 치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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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신기한듯 무형문화재 시연을 구경하고 있다

 

그 중 제 청춘을 격하게 사로잡은 건 바로 청남도 무형문화재인 서부 수룡동 상당풍어제(충남무형문화재 제 36호), 저산팔읍길쌈놀이(충남무형문화재 제 13호), 홍성 결성농요(충남무형문화재 제 20호) 시연이었습니다. 각 지역주민들이 손과 발을 맞춰 전통악기의 흥겨운 가락 속에 무형문화재 시연을 펼쳐 보였어요. 

 
그 흥과 멋에 취해 절로 어깨가 들썩였지 뭡니까. 나가서 더덩실 신나게 흔들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습니다. 하하. 자자, 얼른 보러 가시죠. 
 
수룡동 상당풍어제, 400년 전통의 풍어 기원 행사라네
 

풍어제가 공연마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풍어제가 공연마당으로 입장하고 있다

 

'수룡동 상당풍어제 입장이요~!' 사회자가 상기된 목소리로 입장을 알립니다.  앗! 초록, 빨강, 노랑, 파랑, 하양이 어우러진 깃발을 높이 들고 풍어제 팀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풍어제에 쓰일 배가 입장하고 있다

▲풍어제에 쓰일 배가 입장하고 있다

머리에 제에 쓸 음식들을 이고 가는 아주머니들과 배에 올라타 북을 두드리는 할아버지도 보입니다.
 

언덕에 올라 풍어제 시연을 내려다 보았다

▲언덕에 올라 풍어제 시연을 내려다 보았다

 
수룡동 상당풍어제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이 뱃길의 무사함과 만선함을 기원하기 위해 400년 전부터 행해져 왔습니다. 정월대보름날 아침이 되면 수룡동마을 ‘당산(堂山)’ 제당 터에서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무당을 초청해 서해의 용왕신에게 제를 지낸다고 해요. 
 

무당이 용왕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빌고 있다

▲무당이 용왕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빌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서해안 당제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역사적, 민속학적으로 그 가치가 높답니다.
 
상당풍어제를 지낼 때 당각시, 당할아버지, 당할머니, 산신(山神), 지신(地神) 다섯 신을 모시는데요. 여기서 주신(主神)인 당각시가 바로 서해의 용왕신이에요. 사진 속에 무지개빛깔 복장의 무당이 돼지머리를 앞에 두고 용왕신에게 제를 올리고 있네요. 
 

무당의 칼춤이 펼쳐지고 있다

▲무당의 칼춤이 펼쳐지고 있다

풍어제가 절정에 다다를 때, 무당이 양손에 칼을 쥐고 화려한 춤사위로 풍어를 기원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어요. 
 
 
서천 저산팔읍 길쌈놀이, 흰 두건 쓰고 신나게 길쌈을 해보세
 
공연장 한쪽에서는 흰 두건을 예쁘게 쓴 할머니 한 분이 길쌈놀이 준비에 한창이셨어요. 모시껍질을 샤사샥 얇게 벗겨내고 계셨는데, 동작 하나하나가 손에 익은 듯 재빨랐습니다. 옆에 계시던 할머니는 "우리 길쌈 놀이는 전국적으로 알아준다니까유~"라며 미소를 띤 채 자랑하셨습니다.
 

공연마당에서 길쌈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공연마당에서 길쌈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저산팔읍길쌈놀이는 모시를 베어다 모시베끼기, 모시삼기, 모시꾸리감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노래와 춤사위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길쌈을 하면서 협동심을 기르고 흥겹게 일을 하며 능률을 높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모시날기(왼쪽)와 모시매기(오른쪽)

▲모시날기(왼쪽)와 모시매기(오른쪽)

여기서 '길쌈'이란 부녀자들이 가정에서 베·모시·명주·무명의 직물을 짜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말이고요. 실내에서 모시를 짜면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길쌈노래를 함께 불러왔다고 합니다. 
 
또 '팔읍'은 한산(韓山)을 중심으로 한 인근 8읍(八邑)인 한산(韓山), 서천(舒川), 비인(庇仁), 홍산(鴻山), 임천(林川), 남포(藍浦), 정산(定山), 보령(保寧)을 가리키는 말인데 예로부터 모시길쌈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들이에요.
 

길쌈놀이 과정이 끝나갈 무렵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길쌈놀이 과정이 끝나갈 무렵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이날 길쌈놀이는 민요풍의 길쌈노래에 맞춰 흥겹게 진행되었는데, 노랫말에는 여인네의 애환과 체념, 그리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가슴 찡함과 흥겨움 사이를 구성지게 오고가는 길쌈놀이 마지막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모시를 높이 든 채 춤을 추고, 장원을 한 마을을 차례로 발표하며 축하해 주었답니다. 

 

흰 모시 옷을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손을 우아하게 휘젓고, 구름 위를 거닐듯 발을 사뿐사뿐 내딛으며 춤추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홍성 결성농요, 어깨춤 추며 나도 논밭에 뛰어들어 볼까
 
'어기야하, 이기야하' 저쪽 체험마당에 잠시 다녀온 사이에 공연마당에서는 시골 논밭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바로 홍성군 결성면의 성남리와 금곡리에서 전승하고 있는 '홍성 결성농요' 시연 모습이었죠. 
 

일렬로 서서 모심기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일렬로 서서 모심기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이 날 결성농요는 모심는 소리(겹상사), 건젱이(밀가는 소리), 가래질, 아시논맴, 지대기소리, 만물소리, 장원질 소리로 진행되었는데요. 각 소리마다 추임새가 독특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춤추듯 어깨가 움찔움찔 했답니다. 
 
'어러얼 러얼럴 상사리, 어러얼 러얼럴 상시리, 헤헤~~'
'어나항 처-헌 가래허'
 

공연마당에서 결성농요가 한바탕 펼쳐지고 있다

▲공연마당에서 결성농요가 한바탕 펼쳐지고 있다

팔과 다리를 걷어붙이고 진짜 모가 아닌 모형 모를 하나하나 심는 모습에 모심기 현장에 직접 나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호미질(왼쪽)과 가래질(오른쪽) 과정이 재현되고 있다

▲호미질(왼쪽)과 가래질(오른쪽) 과정이 재현되고 있다

호미로 논밭을 메는 사람, 흙가래질을 힘차게 하는 사람, 일렬로 대를 이루어 모심는 사람 등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재현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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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매기가 끝난 후 무동을 태우며 한바탕 놀고 있다

 

또 논매기를 끝낸 뒤에는 꽃나부(무동)를 세우고, 흥에 겨워 춤추며 걸어갈 때는 잔치판이 벌어 진 것처럼 무척 신이 났습니다. 특히 꽹과리를 신들리게 치시던 아저씨의 무아지경에 빠진 표정은 결코 잊을 수 가 없었어요. 
 

무아지경에 빠져 꽹과리를 치고 있다

▲무아지경에 빠져 꽹과리를 치고 있다

바로 이 장면인데요. 한 손에는 꽹과리를 또 한 손에는 꽹과리채를 들고 어깨춤을 추시는 모습입니다. 느티나무 그늘아래서 막걸리 한 잔을 시원하게 음미하는 표정이 아마도 그와 같을까요? 하하. 꽹과리의 반짝거리는 표면은 '강남 클럽들 보고 있나?'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무형문화재의 멋에 놀라고, 들끓고, 홀리다
 
지금까지 잘 구경하셨나요? 현장의 소리도 함께 들려드리고 싶은데 글로만 전해드려서 아쉽습니다. 제가 충청남도의 무형문화재 시연을 코앞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 날 두 번 놀랐는데요. 
 
첫째는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충남 무형문화재 시연의 큰 규모였어요. 무형문화재 하면 어떻게 펼쳐질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고는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가수들의 콘서트만큼 이나 우리 무형문화재 시연도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이자 축제의 장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왔답니다. 
 

한 할아버지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무형문화재 행사내용을 보고 있다

▲한 할아버지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무형문화재 행사내용을 보고 있다

이제는 무형문화재를 형체가 없는 문화재라고 이름 그대로 해석하지는 않으려고요. 분명 그 독특하고 소중한 멋과 아름다움 그리고 흥의 형체가 있었으니까요.
 
둘째는 각 지역마다 마을주민들이 함께 무형문화재를 오랫동안 전승해 오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들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마을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이런 큰 규모의 시연을 할 수 없는데요. 시연에 참가하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자연스레 그 분들에게 동화되어 시연을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무형문화재 시연에 빠질 수 없는 풍물, 아직도 흥겨운 가락이 귀에 선하다

▲무형문화재 시연에 빠질 수 없는 풍물, 아직도 흥겨운 가락이 귀에 선하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눕고 나서도 북소리, 장구소리, 꽹과리 소리가 귓바퀴를 뺑 돌며 힘차게 뛰놀았던 하루였습니다. 이번 내포문화축제에서 충남 무형문화재들의 시연을 보며, 오랫동안 그 무형문화재의 명맥을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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