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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어느 어르신의 마지막 애원

어르신들이 병이 나면 긴병에 효자 없다고 시설로 보내지고

2012.03.15(목) | 김기숙 (이메일주소:tosuk48@hanmail.net
               	tosuk4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햇빛 쟁쟁한 여름 날 밭에서 풀을 뽑다 쓰러져서 병원에 오신 어르신의 모습은 형편없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 손과 발은 한눈으로 보아도 평생 농사만 지어 오신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연세 팔십이 넘도록 병원 한번 안 가보았다는 어르신은 처음으로 병원에 실려 왔다고 한다. 모처럼 병원에 오신 것이라 아들 딸 들이 왁자지껄 푸짐하게 날마다 드나들었다. 어르신의 자손은 육남매라고 했다. 어르신은 처음에 입이 옆으로 조금 돌아가고 말씀은 못하셔도 정신은 있었다.

어서 나아서 집에 가서 풀을 매야 한다고 손짓으로 하신다.

사람이 죽을 줄은 모르고 살줄만 안다고 집 걱정이 태산 같다. 집에는 둘째 며느리와 우체국에 다니는 집배원 아들과 손자와 함께 산단다. 집배원 아들은 혼자서 자비로 영세민 어른들 반찬 만들어 주는 봉사를 한다고 했다.

집배원일이 끝나면 어머니와 대화도 나누고 잡수 실 것도 사다 드리고 어느 누가 봐도 효자 아들같이 보였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남의 부모 공경 잘 하니까 부모님한테 잘한다고 칭찬도 해 주었다. 식구들이 의논을 하더니 요양보호사를 두었다. 가끔 집에 있는 둘째 며느리가 오는데 시어머니한테 불만스런 소리를 한다.

“글쎄 왜 밭을 매다가 쓰러지고 그래요 누가 밭을 매래요?” 며느리의 말소리는 시어머니 속을 긁어놓는 소리다.

어머니대신 아들이 통역을 하는데 자기 부인은 햇빛을 밭으면 어지러워서 풀을 제초제로 없앤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을 대신해서 소를 몇 마리를 기르는데 바쁘다고 했다.

며느리가 풀밭에 제초제를 주었는데 대충주어서 풀이 돋아나니까 시어머니가 다시 매다가 쓰러져서 며느리가 불만이란다.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은 풀이 살아나게 주려면 아예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뿐 아니라 며느리는 자기가 둘째인데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에 대하여 불만이 쌓이고 쌓였던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어르신 병명은 중풍이라고 했다. 서너 달 요양 보호사를 두고 치료를 하니까 많이 좋아지셨다.

앞으로 걸을 때 까지는 치료를 더 해야 한단다. 아들은 치료비걱정이 많다. 요양보호사를 두면 간병비가 더 들어 가니까 요양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서서히 마음을 드러내놓기 시작을 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처음에 많이 오던 자손들도 병이 길어지는 듯하자 뜸해졌다.

어머니 제가 요양보호시설을 알아 봤는데 ㅇㅇㅇ곳이 제일 좋데요. 그곳으로 가시야 되겠어요.

어르신은 요양보호시설에 보내야 한다는 말에.

“나 안 갈 꺼 야, 집으로 보내줘 내가 너희들 육남매를 기르느라고 얼마나 애썼는데 시설로 가라고 하니 그게 뭔 소리여 안가 안 갈 꺼 야!” 연거푸 안 가겠다고 애원을 하신다.

아들은 “그러니까 평소에 며느리하고 잘 지내지 왜 며느리를 미워하고 그래요?”

병실 사람들은 효자 아들 두었다고 칭찬을 날마다 하다가 이 말에 그만 아연 질색을 한다.

“어머니 시설로 가야 해요, 집에 가면 또 밭 맨다고 하실 것 아니 예요”

시설에 안가겠다는 어머니의 말을 아들은 들은 척도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 냉철할 까 “안 갈 꺼 야 안 가~아아’ 하실 때마다 어르신이 불쌍해서 콧마루가 시큰 거렷다.

또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저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우리가 뭐가 다를 게 있을까.

그 옛날에 있었다는 고려장도 생각해 본다. 요즘은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한다. 시설에 보내놓고 찾아오지 않는 보호자도 더러 있다고 한다.

차라리 정신이 없으면 괜찮겠지만 정신이 있는 상태로 어떻게 집을 떠난단 말인가.

정든 집 평생을 가꾸어온 논 과 밭 이 있지 않은가 하물며 날아다니는 참새도 집이 있는데

어떻게 쉽사리 떠난다는 말이 나올까 늙고 몸이 병들었으니 하는 수야 없지만.

아들한테 “어머니가 저렇게 시설에 안가겠다고 애원을 하시는데 그래도 보내시겠어요?” 하고 물으니까 “며느리가 안 모시겠다는데 어쩌겠어요” 한다.

시설에 안가겠다고 울부짖는 어른들을 나는 많이 보았다. 가정 형편상 떼어놓아야 하는 자식들과 서로가 못할 노릇을 한다.

내가 결혼을 해서 육십을 갓 넘긴 어른들이 동네에 많이 계셨는데 돌아가신 분 빼놓고는 요즘 보이지가 않는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어디 먼 곳 시설에 가셨다는 얘기다.

안가겠다는 어른들과 꼭 보내야만 하는 가족들 누구를 원망 하랴.

소리 소문 없이 요양시설에 보내진 이웃 어른들이 보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지내실까.

그리고 시설에 안가겠다고 애원하던 어르신은 지금도 어느 시설에 계신다고 들었다.

요양보호시설에 봉사를 하러 가서 보았는데 어느 어른은 딸이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안 온다고 집을 향해 말없이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웃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지만 언제 웃어 보았는지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꼭 엄마 찾는 아이들 같아 측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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