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반죽동 184-2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5월 8일(수)부터 리모델링을 마친 공주문화원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전시 공간인 갤러리는 건물 2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 설치로 작품 운반이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용이해졌을 듯합니다. 전시 환경이 향상된 공주문화원에서 열린 전시 소식을 듣고 있었지만, 여건이 여의찮아 미루고 있다가 전시 마지막 날인 5월 14일(화) 늦은 오후에 갤러리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 공주문화원 전경
▲ 공주문화원 출입구 전경
▲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1)
2층에 위치한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태주 시인과 문인 몇 분이 환담 중이었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니, 여류 시인 한 분이 작품 설명을 해주기 위해 도록 한 부를 들고 다가오셨습니다. 건네받은 도록 안의 인사말을 읽어 보니,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과정이 어느 정도 그려졌습니다.
삼인(三人) 일색(一色)- 나태주
서로 사람 다르고
서로 보는 곳이 다르고
생각까지 서로 달랐지만
한 자리 모여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곳을 보면서
같은 일을 해 보자고
도예가 임성호 그릇 만들고
도예가 부인 권명희 그림 그리고
시인 나태주 글씨를 써서
분청사기 시화도예전
삼인(三人) 일색(一色)이라
화이부동(和而不同)
조그만 세상 이루었으니
공주의 좋으신 분들
잠시 여기 와
머물다 가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이웃을 오십사
손을 들어 멀리 청합니다.
▲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2)
▲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3)
▲ 영상 자료
▲ 액자형 시화
▲ 철화분청 시화
▲ 권명희 작가가 그림을 그린 시화
▲ 분청사기 시화 1
▲ 분청사기 시화 2
효율적인 동선과 작품의 안전을 기하기 위함인지 달항아리 작품들은 벽면 가까이에 놓여 있어서 간혹 가다 시를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시는 굳이 읽으려 애쓰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시 「외할머니」가 후자에 속하는 예입니다.
외할머니-나태주
시방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외할머니는.
손자들이
오나오나 해서
흰 옷 입고 흰 버선 신고
조마조마
고목나무 아래
오두막집에서.
손자들이 오면 주려고
물렁감도 따다 놓으시고
상수리묵도 쑤어 두시고
오나오나 혹시나 해서
고갯마루에 올라
들길을 보며.
조마조마 혼자서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시방도 언덕에 서서만 계실 것이다.
흰 옷 입은 외할머니는.
▲ 분청사기 시화 3
▲ 분청사기 시화 4
▲ 나태주 시인이 시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나태주의 시「서풍」
이번 '3인1색' 시화 분청사기전을 준비하며 그림을 그리다 '서풍'이라는 시가 지어졌다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소식(蘇軾)이 일컬은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를 말씀하며 '시화동원(詩畵同源)', 곧 시를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일이 하나라는 점을 에둘러 일러주셨습니다.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던 시화 분청사기전 「3인 1색(三人一色)」을 기화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문화의 구심이 될 공주문화원에 '문화의 꽃'이 만개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