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에는 다양한 문화유적지가 있는데 그 중에는 천주교 박해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던 순교성지도 있어요. 그곳은 황새바위순교성지인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그곳을 찾아가 보았어요.



황새바위순교성지에 가면 가장 먼저 두 팔을 벌려 맞이하는 예수성심상을 마주해요. 옆에는 성당이 자리하고 있고 누구나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요. 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닌데다 워낙 조용하고 성스러운 공간이어서 섣불리 들어가지 못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기도를 올려도 되는 공간이에요.



비가 내려서인지 비교적 조용했던 순교성지에서 성지순례코스를 따라 올라갔어요. 소나무가 가득한 솔숲에 있는 순교자의 길을 거닐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를 당했던 그분들을 생각해 보았어요. 지금은 다양한 종교가 존중되고 있지만 천주교가 처음 우리나라에 전파되었을 당시에는 천주학을 경계하며 그분들의 목숨까지 빼앗았고 이곳이 그 역사의 현장이에요. 



성모마리아상이 있는 성모동산이에요. 주변에 철쭉나무가 있어서 봄이 되면 화사하고 예쁜 꽃을 피울 것이고 바로 옆에 초를 올릴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



십자가의 길을 걷고 순교자광장을 둘러보았어요. 높고 낮은 12개의 돌이 세워져 있는 '열두개의 빛돌', 이 돌기둥은 열두 사도를 상징하면서 이름도 없이 순교한 수많은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비석이에요. 비를 맞고 서 있는 이 비석들을 보니 마음이 더 아려왔어요. 그리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순교탑도 있어요. 순교탑은 순교자들이 처형당할 때 사용되었던 칼을 맞대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으니 이곳에 가시면 꼭 관찰해보시길 바래요.



무덤경당은 예수님의 돌무덤을 형상화한 곳으로 죽음과 부활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이에요. 안쪽에는 십자가에 걸린 예수님의 모습이 있고 옆으로 가면 무덤경당 지하입구가 있어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지하에서 돌무덤이 있고 주변에는 순교자들의 이름이 가득 적혀 있어요. 



그냥 지나칠법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공간이니 지하무덤경당까지 가보시는걸 추천해요.



부활광장으로 올라가면 황새바위십자가가 있어요. 이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한 예수님의 형상을 음각부조 형태로 새겨 놓았는데 예수가 죽음을 경험한 후 부활해 온화한 미소로 맞이하며 십자가 아래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십자가 뒷면에는 한국교회 초기의 신앙인들의 터전과 감영, 공주에 설치된 지방 감옥이었던 향옥, 제민천변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의 모습도 새겨져 있으며 그 위쪽에는 순교한 영혼들이 천사들과 함께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여요.



부활경당은 부활의 진리를 노래하는 공간으로 화려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와요. 이는 백자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들로 각각의 의미가 담긴 4,000여점의 작품들이 모여 있어요. 엄숙하기만했던 순교성지인데 이곳에서만큼은 화사한 기분이 들어요.



황새바위 비석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어요. 황새바위는 충청도 감영에 체포되었던 천주교인들이 처형되었던 유적지에요.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죄인들이 공개처형 되었던 곳으로 황새가 많이 서식했던 곳이라 황새바위라고 부르기도 하고 죄수 목에 씌우는 칼의 모양이 황새모양으로 생겨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부활가장 가장 위쪽에 있는 야외제대에요. 큰 돌 제대 뒤로 12개의 돌이 세워져 있는데 제대 돌은 자연석으로 황새바위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옮겨 놓은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12개이 돌들은 12사도와 순교자들을 상징하고 돌 뒤에 337위의 순교자들의 이름을 새겨두었어요.



순례를 마치고 내려가면서 황새바위기념관도 둘러 보았어요. 이곳은 황새바위순교성지와 순교자들에 대한 기억,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을 알릴 수 있는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한국천주교의 역사부터 살펴 볼 수 있는데 1784년 천주교회가 창립되었고 충남 공주에는 1791년 신해박해이전에 천주교가 전파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공주는 기록상 가장 많은 순교자들이 생겨났는데 충청도는 천주교 신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으며 공주에 지방 감옥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많은 신자를 잡아두었고 희생자가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죄수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죄인의 목에 채웠던 칼, 죄인의 목을 봉쇄하던 철색인 항쇄철사, 죄인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발목에 채웠던 족쇄를 볼 수 있는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해 죄인이 되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상상만해도 가슴이 아려와요.



이 십자가는 서봉세 실베르트 신부가 기증한 것으로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이 가지고 있던 추정하며 박해기때 전국의 성지에서 출토된 십자가와 유사한 형식을 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모습의 십자가와 과거에 사용했던 성경책도 전시되어 있어요. 비록 천주교신자는 아니지만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잠든 황새바위순교성지를 돌며 그분들을 묵상하고 천주교의 역사를 알아갈 수 있던 시간이에요.


황새바위순교성지
충남 공주시 왕릉로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