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다. 우리 민족에서 용의 의미는 비와 물의 상징물이다. 농사의 필수요소인 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조상들은 용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빌거나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풍어를 기원했다. 그만큼 용의 의미가 중요했고 특히 푸른 용인 ‘청룡’은 동양 신화에서는 신성한 존재이며 힘차고 진취적인 성향의 상징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 연꽃을 떠 받치고 있는 용의 입

청룡의 해,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를 찾았다. 방문할 때마다 국보 중의 국보인 백제금동대향로를 보는 감상은 매번 또 다른 감탄으로 다가온다. 오는 2월 12일까지 특별전으로 열리는 <백제금동대향로 3.0 - 향을 사르다>에 간 것은 오늘로 두 번째다. 특별전이 열리기 이전엔 총 4전시실이 있는 곳의 2전시실에서 만났다. 특별전이 끝나면 어디에서 향로를 만날지는 모르겠다.


▲ 백제금동대향로 특별전은 오는 2월 12일까지이다. 



최근엔 박물관이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한 때는 모임의 행사차원에서 우르르 몰려가 전시된 유물들을 지루하게 감상했다면 요즘엔 기관이나 가족단위 친구 연인 혹은 전문적인 공부 등으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걸 실감한다. 방학을 맞아 초등학생들의 지적탐구로도 박물관은 최고의 역할을 한다. 전시해놓은 작품들의 해설이 필요하다면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봉사하시는 해설사님의 전문해설을 들을 수 있다.





 특별전의 백제금동대향로를 감상하기 전, 일반전시실의 로비에 마련된 디지털 실감콘텐츠와 ‘백제를 실감하다’코너의 마루에 앉아 영상으로 먼저 만난 다음, 특별전에서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난다면 정말 입체적인 감상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 부여에서 발견된 불상과 금동대향로가 나오는 대형화면에서는 한글과 영어자막이 나온다. 작품만을 봤을 때와 달리 영상이 주는 이미지는 강력한 기억으로 남는다.



백제금동대향로에서 용의 다리는 정삼각형으로 바닥에 닿으면서 향로를 안정감 있게 지지하고 있다. 용의 몸 사이사이엔 물결과 연꽃이 표현되어 있고 용의 입으로는 연꽃을 받치고 있는 모양이다. 용의 입에서 피어난 연꽃에는 아래부터 맨 꼭대기의 봉황까지 80여개가 넘는 도상이 있어 무궁한 상상력을 발동하게 한다. 백제금동대향로와 ‘향(香)’의 체험을 끝으로 나오는 곳에는 ‘에필로그’의 글을 만난다.



“...향을 생각해봅니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엄마의 살 내음, 새근거리며 잠자는 아기의 분내, 새벽녘 들길의 푸르스름한 향기, 어스름한 저녁 골목 길 어귀에 나는 밥 짓는 냄새. 향은 설레면서 그리운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순식간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6세기 중반, 전쟁의 참패와 성왕의 죽음으로 위태롭기만 했던 시대였습니다. 이때 마음을 움직이는 고귀한 향은 상처받은 백제인의 아픔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용기를 심어 주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의 중간 글 중에서









향 체험으로 전시실 밖을 나오면 은은한 향이 코에 감도는 것 같다. 부여박물관에서는 새해 소망댓글행사를 한다. 청룡의 해를 맞아 ‘백제금동대향로 속 용에게 새해 소망을 전해요!’ 이벤트이다. 이 행사는 14일까지 운영하며 참여방법은 국립부여박물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및 친구소환(2명 이상)하고 새해 소망글을 남기면 된다.


국립부여박물관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041)833-8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