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동네에 한글공원이 있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갖고 다른 일도 마다하고 차량 내비게이션에 의지한 채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한글공원'은 아산 배방읍 장재리 일원에 주택과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고, 초등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지역주민을 위한 도심속 근린공원이었습니다. 입구 현판에는 세종대왕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어 한글공원임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공원 내 다목적구장으로 사용되는 인조잔디구장은 라인도 선명하고 깔끔해 운동의 재미를 배가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화강석으로 만든 6폭 병풍석상 좌측 끝에는 ‘현대문으로 풀어 본 글’이 적혀 있고, 김홍도 화백의 그림에서 본 듯한 그림이 병풍석상 앞에 조각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한글이 있으나 글의 소중함을 잊고 모든 것이 현대 문명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현대문으로 풀어본 글
세종대왕께서 어리석은 백성을 불쌍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 훈민정음을 만드신 지 560돌을 맞았습니다. 국민 모두로 하여금 쉽게 생각하여 날마다 글을 쓰는데에 편안하게 하고자 한 우리 선조들을 세삼 자랑하고 싶은 아침입니다. 그러나 세상 문자 가운데 으뜸가는 문자인 훈민정음을 만드신, 선조들이 지녔던 국어 사랑의 뜻을 우리 후손들은 잘 자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글을 올바르게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말을 하면서 불 필요하게 외국어를 남용하는 일도 많습니다. 나라말이 세대마다, 나라글이 쓰이는 곳마다 달라 서로 통하지 않습니다. 말과 글의 품격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말과 글은 한나라의 품격과 문화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지도층 사람들은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품위 없는 말을 쏟아내고 인터넷 댓글은 광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서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말과 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과 글의 잘못된 쓰임은 이제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출처: 2006년 10월 9일 (중앙일보 : "한글날 560돌 기념 기사")
병풍석상에는 2006년 10월 9일 중앙일보의 '한글날 560돌 기념 기사’로 훈민정음 반포 당시의 글자에 채자(採字)해서 기사를 쓴 것이라 합니다.
조선 세조 5년에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하여 간행한 '월인석보'와 부족한 글자는 '신증류합'에서 찾아 기록했다고 합니다.
공원 안에서 한글과 관련된 것이 또 있는지 주변을 둘러봤지만 한글공원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병풍석상에 새긴 훈민정음 서체와 김홍도 화백의 그림에서 보았던 그림이 조각 된 조형물 이외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죠! 너무 큰 기대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공원에는 놀이시설, 운동시설, 휴게소, 파고라, 산책로 등이 있으나 좀 더 한글공원 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근린공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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