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동안 소원했던 지인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식구들이 먹고도 남을만큼 완두콩 농사를 지었으니, 시간나는 대로 들러서 완두콩을 따가라는 메시지였어요. 이른 봄부터 찾아뵈려 했다가 시간이 안 맞아 못 뵙고 있었기에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습니다. 5월 말에 열흘 간 호주 여행을 다녀오셨다더니, 농장꼴이 엉망이 됐는지 지인은 구슬땀을 흘려가며 풀을 뽑고 포도순을 따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끝내자 끝물인 딸기며 마침맞게 익은 앵두, 이제 막 익기 시작한 싱싱한 블루베리를 먹어 보라며 건네줍니다. 한쪽에서 바삐 일손을 놀리는데, 먹고만 있을 수 없어 가져갈 완두콩과 고추를 따고 났더니, 지인은 막 캔 감자를 쪄줍니다. 살짝 볶다가 찐 감자를 너무 먹어서 점심이 늦어지게 됐는데, 지인이 밥을 하는 사이 잠시 근처에 있는 요룡저수지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전에 안 보이던 '도깨비마을'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입간판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에요.
▲ 공주시 의당면 요룡1리 도깨비마을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 공주도깨비권역센터로 가는 마을 안길
▲ 요룡저수지 가는 길1
마을 안길을 따라 위쪽으로 계속 올라 농촌교육농장, '농원 1박 2일' 근처에 도착하니, Y자형 갈림길이 나옵니다. 갈림길의 어느쪽으로 가든 최종 목적지인 요룡저수지로 갈 수는 있었습니다.
▲ 요룡저수지 가는 길2_(공주)도깨비권역센터 앞 개울가 풍경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은 신축하여 작년 12월에 준공한 공주도깨비권역센터를 둘러보고 가셔도 좋을 듯합니다. 다만 아직은 큰 행사가 없어 개방하고 있지 않은 듯하니, 방문을 희망하는 분들은 사전에 전화 연락을 해보고 출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공주도깨비권역센터 앞으로 난 길 근처에는 요룡저수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이기도 하지만, 농막 한 채가 보이는 곳에서 길이 막혀 요룡저수지로는 갈 수 없습니다.
▲ 요룡저수지 둘레길로 가는 오솔길 풍경
▲ 구) 이정표
▲ 새로 설치한 이정표_공주시 의당면 요룡1리 마을의 서낭당은 수촌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편이 수월하다.
▲ 요룡저수지 전경
▲ 좌측면과 우측면에서 본 요룡저수지
요룡저수지는 토종 붕어 서식지로 알려져 낚시하러 오는 분들은 종종 보였지만, 아직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일반 탐방객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 공주도깨비권역센터(공주시 의당면 요골길 46 일원/ 041-857-1253)와 요룡 1리 마을 전경
▲ 요룡저수지 둘레길의 정자가 있는 풍경
▲ 정자 아래로 내려가서 본 요룡저수지 수변 풍경
요룡저수지는 의당면 두만리에서 요룡리로 흐르지만, 중간에 길이 없어 두만리쪽에서 요룡리로 차량으로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요룡저수지 둘레길을 돌아보실 분들은 요룡1리쪽으로 오시면 더 많은 것을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 요룡저수지의 논개소나무(공주시 의당면 요룡리 산 13-3)
▲ 요룡저수지의 논개소나무_좌측면, 정면, 우측면?
두 소나무의 모습을 보면 임진왜란 때 일본적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지는 논개를 떠올리게 됩니다. 마을사람들이 조선솔이 두 팔을 벌려 왜솔을 끌어안고 저수지로 몸을 던지는 형상이 논개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 소나무의 이름을 '논개소나무'라 지었다고 합니다. 2012년 마을 주민이 발견하여 논개스토리를 입혀 보존하고 있다는데, 어쩜 그리 스토리에 딱 맞아 떨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 로미오와 줄리엣 나무 1_'로미오와 줄리엣' 나무는 공주시 의당면 요룡리 산 13-4에 있다.
▲ 로미오와 줄리엣 나무 2
논개소나무를 둘러보고 나서 마을 안내판에서 본 '로미오와 줄리엣'을 찾아서 다시 위쪽으로 향해 보았어요. 논개소나무를 보고 나니,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떤 스토리를 가진 나무일까?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운동기구 몇 가지가 놓인 곳에 도착해 인근에 설치된 안내문을 읽어보고 나서 드디어 '로미오와 줄리엣' 나무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듯 세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집안의 갈등으로 사랑하는 연인이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애틋한 소설입니다. 요룡저수지의 '로미오와 줄리엣' 나무는 서로 다른 침엽수(소나무)와 활엽수(벚나무)가 만나 밑둥이 붙어 하나가 돼 있어요. 호사꾼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몰라도 최근에는 갈등이 있던 연인들이 이 나무에 사랑을 고백하고 나면 갈등이 해결된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고 하니, 부부와 친구, 연인과 사이가 틀어졌다면 속는 셈치고 한 번 이 나무에 고백해 보는 건 어떠신지요?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어서 '호랑이굴', '쾌변바위', '벼락바위' 등 요룡저수지 둘레길의 특이자원들을 전부 돌아보지는 못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완두콩 따러 왔다가 요룡저수지도 둘러보고 둘레길의 '논개소나무'와 '로미오와 줄리엣' 나무도 돌아보며 낭만적인 한때를 보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어느 계절에 둘러봐도 좋을 듯하고, 공주도깨비권역사업이 완성돼 마을 입구에 주차시설과 화장실까지 완비되어 있으니, 공주도깨비마을과 요룡저수지 일대에 꼭 한 번 들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