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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시험결과가 목표가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2023.04.28(금) 07:43:16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 충남 당진지역 학생들이 늦은 밤 귀가하고 있는 모습.

▲ 충남 당진지역 학생들이 늦은 밤 귀가하고 있는 모습.



“오늘 학생들이 한 명도 안 보이는 거예요.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그렇대요.”

한 지인이 일요일 오후마다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꽤 많은 인원이 함께 모여 축구를 하는데 지난주부터 학생들을 도통 볼 수가 없다며 아쉬워합니다.

요즘 학교마다 중간고사 기간으로 학생들을 밖에서 만나보는 일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북한에서 중2병 걸린 아이들이 무서워 못 쳐들어온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예민한 우리집 늦둥이 녀석도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평일 귀가시간이 매일 늦어지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학원에서는 자꾸 불러댑니다.

‘어머니, 아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집에 돌아가면 탄산음료 한 병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 귀가하는 녀석을 마중 나가 녀석의 소박한 원대로 탄산음료 한 병 구입하고 큰길에 나가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니 어깨가 축 쳐져 지친 모습이 역력합니다. 터벅터벅 귀가하는 길에 너나 할 것 없이 모조리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피시식 웃어대는데 저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푸는가 싶어 짠해집니다.

시험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시험부터 당장 없애고야 말거라고 읊조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웃음이 납니다. 시험기간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맘에 안 들어서 대학을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시라도 한 때도 있었는데 그때 ‘시험’을 보는 이유를 알고 공부했더라면 그렇게 시험에 대해 덮어놓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텐데 싶습니다.

인생은 알고 보면 시험의 연속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나는 이제 시험으로부터 드디어 해방이다’ 하고 졸업식 날 학사모를 높이도 던져 올리며 쾌재를 불렀는데 웬걸 입사시험이 이어졌고, 근무 중에도 실력을 평가받고 진급을 위해 시험은 끊임없이 치러졌으며, 퇴사 후 이제는 모든 시험이 끝났다고 선언했는데 27년째 자녀들로부터 끊임없이 시험을 받습니다.

옆 동 사는 지인 남편은 기능 자격증 하나 취득하면 월급을 올려 받을 수 있다하니 주말을 반납하고라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도 미루고 수개월 열심히 연마했다는데 건전지 하나 반대로 끼워 넣는 바람에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 얼마 전 이루어진 평가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해옵니다. 안타까운 마음 가득 안고 재도전을 외치며 산속으로 들어갔다는 소식과 함께. 건전지 하나 잘못 끼워 자격증 시험에서 탈락한 지인 분은 시험을 통해 작은 것 하나라도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욥은 사람도 신도 인정하는 의인이었음에도 역대 전무후무하리만큼 어마 무시한 시험을 받았고, 심지어 신의 아들이라 일컫는 예수님조차도 사탄에게 시험을 받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있으니까 무엇을 모르는지 체크가 되어 정확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부모가 무슨 사전이고 검색창인 냥 질문세례를 퍼부어대는 자녀들로부터 받는 시험 덕분에 머리가 녹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가창시험을 보았던 곡 '오미오바비노까로 미삐아체 벨로 벨로~' 우리 노래도 아닌데 결코 잊혀지지 않으며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읊조릴 수 있는 재산이 되었습니다.     

요즘 새롭게 시작한 공부도 내일 모레 중간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느슨하게 강의를 대충 들으려 했다가 시험을 본다니까 더 잘 메모하게 되고 덕분에 더 귀 기울여 듣게 되니 유익이 됩니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대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을 명분 삼아 어렴풋이가 아니라 정확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유익한 통로임을 기억한다면 그리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교육학과 명예교수 고든 스토바르트가 지은 ‘시험의 시대’에서 말하기를, 모든 것이 평가대상이 되어 시험이나 측정이 범람하는 ‘시험의 시대(Testing times)’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서론을 열어갑니다. ‘학습을 위한 평가’는 시험이 오직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도구적 성격에 머무르거나 시험 결과가 공부의 궁극적 목표로 간주되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을 접하며 매우 공감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오직 시험결과가 목표가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험기간이어서인지 요즘 SNS에 짤이 속속 올라오는데 우습기도 하고 공감이 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패기있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공부가 나를 패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해서 낮잠 10분만 자고 공부 시작해야지 했는데 4시간 잤다. 망했다'
'무...무슨 소린지 1도 모르겠다'
'큰일 났다.. 멍청하다..'
'사람이 원래 좀 미루고 그래야 똥줄 타서 집중도 잘되고 그러는거임'
'몸이 지식을 거부한다'
'교수님 전상서. 우리 당분간 절교해요'
'살다보면 내일이 시험일 때가 있다'
'공부는! 내일부터!'
'그냥 틀려야겠다!'

시험, 곧 평가의 궁극적인 이유를 바로 알고 기분 좋게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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