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뭄에 힘들어하는 농부들에게는 희소식이었을 비 소식이 상춘객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세찬 바람을 동반할 거라는 비 예보에 갓 피어난 벚 꽃잎들 저리 아리따운데 비가 오면 다 떨어져 어떡하나 안타까워하며 야밤에라도 당진천변에 나가 가족과 함께 실컷 꽃을 감상하고 사진 속에도 원 없이 꽃 향 담았노라 이웃들이 인증 샷을 보내올 때는 올해는 오지 않을 벚꽃 향연을 만끽하며 가족이 함께 추억을 남겼어야 했는데 그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 가득했는데, 신은 그 마음 이미 계산했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 겹벚꽃을 예비하여 마구 피워 보내고 철쭉 영산홍도 뒤를 이어 차례차례 내보냅니다.

우리동네 누구네 집 앞마당에도, 40년 넘게 전통을 이어 온 탑동교회 앞마당에도, 당진남산공원에도 겹 벚꽃이 탐스럽게 피어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교회 앞마당 같은 꽃나무 아래에서 가족끼리 찍고, 동갑끼리 찍고, 소속 팀끼리 사람만 바꿔가며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꽃은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나란히 줄지어 세우기도 하고, 평상시 어색했던 사람과의 어깨동무도 자연스럽게 만드는 요술쟁이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서산 개심사에도 형형색색의 아름드리 피어난 겹 벚꽃들 덕분에 행복한 웃음꽃이 함께 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태안에서도 튤립과 목련, 홍가시 등을 주제로 한 봄꽃 행사가 펼쳐지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쉼을 선사했습니다. 독자님들 보내온 사진마다 행복이 넘쳐납니다.

이렇게 한편에서는 행복한 소식이 전해져오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앞선 2일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2,300개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타면서 51채의 주택 피해와 80여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가운데 4월 5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습니다. 이에 홍성군에서는 신속한 피해복구와 이재민 등 피해지역 주민들의 위로가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어린이큰잔치도, 홍성역사인물축제도, 고암 이응노 미술대회도 취소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해옵니다.

그동안 코로나-19와 이태원 사고 등으로 지역 대표축제들이 내리 취소되면서 4년 만에 개최되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을텐데 전면 취소되었다고 하니 축제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특히 어린이들의 실망감이 많이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취소된 축제예산 모두를 예상치 못한 화재로 상심이 큰 이재민들의 주거 안정과 피해지역의 복구를 위해 전액 사용한다고 하니 그 취지를 어른들이 잘 설명해주어 우리 어린이들이 지역사회의 아픔도 함께 나눌 줄 아는 참교육의 기회로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홍성 뿐 아니라 충남 여러 지역 곳곳에서 이달 초에 발생한 화재로 실의에 빠져 있는 우리의 이웃이 위기를 이겨내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적극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주관하여 성금을 모으고 있는데 5월 말까지 진행해 모인 성금은 도·시군과 협의 아래 산불 피해 도민의 피해 복구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용 계좌(농협 301-0700-1212-01)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시면 좋겠습니다. 골목길 어느 집 볕 잘 드는 담장 아래 ‘위로, 위안’이라는 꽃말을 가진 양귀비꽃(관상용)이 곧 피어날 기세입니다. 더 이상 소망이 없는 것 같은 아득한 절망 가운데 놓여있는 피해민들에게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모아져 양귀비꽃과 함께 큰 위로로 피어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