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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칭프로에서 환경운동가가 되기까지...“화학단지 사고를 보며 살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엄하정 회장

2023.04.13(목) 00:31:46 | 서산시대 (이메일주소:vmfms0830@naver.com
               	vmfms0830@naver.com)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엄하정 회장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엄하정 회장

서른 살 나이에 10여 년간 티칭프로(골프를 가르치는 골퍼) 생활을 했고, 유명한 골프백화점 운영과 브랜드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많은 돈을 벌었던 그녀. 어느날 서산시 대산읍으로 내려와 도시락업체 운영을 하며 환경운동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그녀를 봄기운이 완연했던 9일 만났다.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엄하정 회장은 “제가 환경운동에 뛰어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환경문제는 현세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 영향을 끼친다. 지난번 유증기폭발사고를 겪으면서 심각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라고 운을 뗐다.

인생에서 뜻을 세우는 데에는 적당한 때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는 엄 대표는 “뒤늦게 환경운동가가 되면서 새삼 개발과 환경보전이란 딜레마를 바라보며 고민을 하고 하게 된다. 우선 내 고장 환경에 관한 체계적인 탐구와 문제해결을 위해 토론하고 솔선수범하며 환경지킴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들에게 환경보전에 대한 올바른 실천 의지를 정립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

Q 티칭프로에서 요식업계 대표,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환경운동가가 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몇 년 전, 대산 석유화학 단지에서 유증기사고가 일어났다. 끔찍했다. 공기를 타고 우리 폐로 들어가 서서히 병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때가 2019년 5월 17일 오후 12시 30분께였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내 스틸렌 모노머 공정 대형 탱크 내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름방울이 사방으로 퍼지는 유증기가 그대로 분출되는 사고였다. 한화토탈 자체 소방대에서 탱크에 물을 뿌리며 온도를 낮추는 등 진압에 나섰고, 소방 화학구조대가 지원에 나섰다.

이날 사고로 인해 유증기 유출 악취로 많은 읍민이 고통을 겪어야 했고, 서산시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주민에 대해 병원 진료를 조치하고, 그 비용은 진료영수증을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그 당시 제출한 분들은 1인당 160,000원의 진료비를 보상받았다.

하지만 인명피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5월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6월에 또다시 대산공단 인근에서 이상 물질에 의한 낙진피해가 발생했다.

대산공단에 주차돼 있던 차량 수백 대가 변색 피해를 입었다. 6월 13일부터 대산읍행정복지센터에 피해가 접수되기 시작했는데 약 500건이 몰렸다. 독곶리상가번영회에 신고한 피해 차만도 약 150건.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사고 책임 회사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가 접수된 가장 근접한 공장 세 군데 LG, 롯데케미칼, 환화토탈을 피신청자로 정하고 환경부에 정식으로 환경분쟁 신청을 접수했다. 1년의 시간 동안 환경부의 현장조사, 피신청업체 공장에 대한 조사 및 진술이 이어졌다. 결국 한화토탈 책임이라는 결론이 났고 피해 차들에 대한 피해보상금 각각 608,000원이 지급됐다.

많은 공부가 됐다. 나중에 알았지만 차량 낙진피해와 같은 사고는 경찰청에 신속히 신고해서 과학수사반의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상식을 배웠다. 그 과정은 지리했다. 서산시는 7월 9일 국과수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지만, 자국만 남고 물질은 증발된 상황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아무튼, 자동차에까지 그 정도 낙진이 떨어졌다면 도대체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흡입한 노동자와 주민의 건강은 어느 정도일까.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Q 자동차 낙진피해가 장기화하면서 환경 분쟁을 시작했고 결국 승소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장사도 해야 했고 분쟁도 해야 하다 보니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당시 낙진피해를 접수한 분들 약 120명을 가지고 환경부에 정식으로 환경 분쟁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대산읍행정복지센터에 신고했던 분들도 뒤늦게 합류하고자 했지만, 그때는 이미 접수가 끝난 상태라 받을 수가 없었다.

한화토탈과 6~7개월간 치열하게 싸워 결국 승소했다. 그 과정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중에는 밝히다 밝히다 회사 사람들 작업 일지까지 싹 다 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바람의 방향, 풍속까지 환경부에서 모조리 조사를 해갔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니 확실하게 피해자라는 게 입증이 안 되는 사람도 있었고, 이곳을 떠난 사람, 점점 낙진이 벗겨진 차량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결국 21명만이 보상을 받았다. 금액적으로는 1인당 608,000원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사는 대산읍이란 동네가 보이지 않는 공해로 인해 많은 공격을 받고 있구나! 단지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까 인지하지 못하겠구나! 유증기 사고가 더는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향후 제2, 제3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제반사 모두 미연에 방지하면 좋을 것 같다’ 등등.

알다시피 지역에는 환경단체들이 많다. 그럼에도 막상 사고가 터지고 보니 바람막이가 되어주질 못했다. 아쉬움이 너무 컸다. 결국 문제해결은 우리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대안이 바로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였다.

사무국장님과 함께 포즈를 잡은 엄하정 회장
사무국장님과 함께 

Q (사)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가 물살을 탄 것이 탄소중립이라고 들었는데.

부정하지는 않지만, 환경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화학사고가 곳곳에서 터지면서 물살을 탔다고 보는 게 맞다. 그냥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해도 좋겠다.

2019년 한화토탈 유증기와 함께 2020년 3월 4일 오전 3시께 일어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사고도 있었다. 에틸렌, 프로필렌 제조를 위한 나프타분해 공정 중 압축 공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중상 2명을 포함해 인명피해가 31명이었고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천명했다. 아울러 기후위기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 단체를 발족하려던 우리 회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만큼 환경이 절실한 문제였다.

같은 해 겨울이었던 12월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여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다. 그리고 그달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다.

탄소중립의 이런 기류는 화학단지가 있는 대산읍에서,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여전히 깨우쳐지지 않은 의식에 물살을 뚫는 역사적 사건으로 어필됐다.

한화토탈 유증기 분출사고 대책 마련 관계기관 회의 모습
한화토탈 유증기 분출사고 대책 마련 관계기관 회의 모습

Q 환경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는지.

물론이다. 관심은 많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폭발 사고가 계기가 됐다. 아쉽게도 어떤 문제에 대해 앞장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회장이 됐다. 감사했던 건 환경단체를 만든다고 했을 때 자원해서 회원 가입을 해주신 분이 무려 130여 분 정도 되셨다.

당시에 바로 개소식을 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지금까지 미룰 수밖에 없었다. 개소식을 기준으로 대청소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사무실
(사)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사무실

Q 그럼 국토 대청소 운동은 어떤 식으로 진할 할 것인지.

서산에는 서산 9경이 있고, 우리 대산에는 대산 8경이 있다. 아름다운 경치와 볼거리들이 다양하다. 구석구석 숨겨진 곳이 많아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쓰레기가 적체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삼길포에 가보면 안다. 쓰레기 더미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광객들이 그냥 싹 다 버리고 가는 거다. 환경적 차원에서 여러 단체가 연합하여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뿐만이 아니다. 한화토탈 앞 공영주차장 앞에 가보면 공동소유라 그런지 한 번도 치우지 않은 쓰레기가 놀랄 정도로 쌓여있다.

결코 한 단체에서 해낼 일이 아니다.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결국 대산읍 주민자치회와 함께 (사)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가 청결운동에 앞장서기로 합의했다. 이밖에도 각 봉사단체에 지원요청을 할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산업단지 때문에 먹고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그들에게 뭔가 보답하면서 더불어 상생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계획으로는 이달 말쯤 대청소를 계획하고 있다. 그 구간이 어마어마한 크기이긴 하지만 함께 진행하면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여러 단체가 나서다 보면 동네 분들도 아름다운 손길에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

Q 지난번 구진천을 바라보니 안타까웠다고 했는데.

대산읍행정복지센터 바로 앞에 있는 구진천이 충남도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18년도에 아름답고 안전한 소하천’으로 선정되어 국비 2억 5,000만 원과 함께 표창장을 받았다.

당시 구진천이 선정된 이유는 복개된 소하천이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복원되어 주민이 휴식할 수 있는 명품생태 공간이자 신시가지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은 너무 방치돼 있다. 하물며 바닥에는 쓰레기가 지천으로 가라앉아 있고, 개나리조차 너무 울창해서 하천은 보이지도 않는다.

조만간 대산읍 주민자치회 지역발전분과에서 다시 손볼 예정이다. 우리 단체에서는 이런 곳들을 찾아서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환하게 정화해줄 생각이다.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회원들
국제청년환경연합회 충남연합회 회원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의 공해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간과하지 않고 우리 서로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뭔가 환경적으로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즉각 서산시뿐만 아니라 관계 기관에 신고할 거점 역할을 하려 한다.

또 다른 부분은 제2, 제3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점차적으로 시민 감시단 역할을 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환경문제는 환경부에서 직접 전수조사를 한다. 하지만 공장 내부 시설 노후화로 교체 시기를 놓친 부분에 대해서는 과징금이나 내면 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 단체가 사법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부분이니까 가히 어렵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고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는 일이 바로 환경이다.

그래서 오는 4월 20일(목) 오후 2시부터 국제청년환경현합회 충남연합회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개최한다. 「지구사랑, 환경사랑,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모인 연합회이니만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행사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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