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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찬란한 봄, 집을 나서는 순간 ‘소풍’

2023.03.17(금) 11:28:02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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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이었던 풍경들이 슬금슬금 푸릇푸릇해지고, 노랑 연분홍 꽃들로 수놓아지는 봄이니 어디로든 소풍을 떠나고 싶다는 설렘 가득 안고 동네나 다름없는 삼선산수목원을 주말 찾아보았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밀려든 인파에 주차장이 부족해 돌아 나와 도로가에 겨우 안전하게 주차를 하고 입장하는데 반팔차림을 한 시민들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고, 벗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따사로움에 겉옷을 손에 들거나 허리에 발끈 동여맨 스타일의 옷차림이 마치 유행처럼 흔합니다.

“이야, 이제 진짜 봄이 왔다 했더니만 바로 여름이네!”

앞서 걷던 분이 겉옷을 훌떡 벗어제끼는데 허연 팔이 드러나는 반소매가 부러워지고, 벗을 수도 없는 목 폴라 티셔츠가 그리 원망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여기저기 봄 소풍 나온 갯버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꽃들이 반기니 나른하니 졸리던 눈이 휘동그래지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참으로 계절 감각이 없는 것인지 설마 했던 개나리, 진달래가 화들짝 피어나 깜짝 놀랍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떨리는 손으로 꽃을 사진에 담아 주말에도 나들이 대신 일을 하는 분들, 집콕 하는 지인들에게 전송하니 모두 놀라워하는 것으로 보아 계절감각 없는 사람이 비단 나뿐이 아님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소풍 나온 일가족이 경쾌한 걸음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을 지어 오르고, 금붕어 노니는 연못가에 이미 자리 잡고 아이들과 간단한 도시락을 즐기는 한 가정은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이를 무지막지하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한 아주머니가 옆에 분에게 말하는데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김밥이라도 한줄 싸 들고 와야겄슈!”

‘다음에 올 때는 김 멍석에 참기름 소금 살살 뿌려 비벼댄 밥에 햄, 오이, 당근, 시금치, 단무지 돌돌 말아 올 테다!’ 침을 꼴딱꼴딱 삼켜가며 혼잣말을 해대면서도 그런데 방금 점심식사를 마친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 싶다는 일말의 양심이 가동하며 더 이상의 미련을 떨치고 걷는데, 앞서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걷던 어린이가 시인도 못할 말을 해 귀가 번쩍 뜨입니다.

“엄마, 집에서 나왔을 뿐인데 왜 가슴이 설레지?”

“봄이니까!”

“자갸, 우리 봄 소풍 갈래?”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 부림에 넘어가 그래도 명색이 소풍이라 하면 흔하디흔한 김밥이라도 하나 싸고, 돗자리라도 하나 챙겨야 할 것 같지만 아무런 준비조차 없이 막무가내로 소풍 가자는 아내와 그저 동행을 하고 있을 뿐인 우리 집 남정네를 보면서 ‘설레임’은 또 뭔가 했더니 ‘아하! 봄이어서 그랬구나!’ 앞서 걷던 모녀지간 대화 속에서 답을 얻었습니다.

나들이를 왔으면서도 노는 손이 아까워 눈에 자꾸 보이는 냉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연장 하나 없이 캐보겠다는 늙은 어머니가 못마땅하면서도 함께 늙어가는 아들이 “냉이가 여기도 있습니다, 어머니!” 하며 막대기 손에 쥐어드리고 기분을 맞춰드립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드리며 찬찬히 걸어 동행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하나의 봄 풍경이 되었습니다.

봄이 익어갈 수록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 발소리 왁자지껄 자꾸만 커져가고, 도무지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다가도 어느 집 아빠는 바닥난 체력에 독서를 핑계 삼아 숲속 도서관에 숨어들어 가쁜 숨을 고릅니다. 놀이터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봄이 익어갈 수록 이제 자꾸만 이런 풍경이 더 많아지겠네요.

꼭 도시락을 싸고 돗자리를 챙겨야 소풍 아니고, 여기저기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난 봄 풍경을 사진에, 그리고 마음에 담고 돌아오는 일이 내게는 소풍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이 찬란한 봄, 집을 나서는 순간순간이 다 소풍이 시작되는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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