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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 당진 역천생태공원에서 만난 자연

2023.03.10(금) 12:19:14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 3월 2일 오전 고대면 항곡리 주민이 역천생태공원 옆으로 흐르는 강물 위 바윗돌에 눈을 감고 서서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하고 있다.

▲ 3월 2일 오전 고대면 항곡리 주민이 역천생태공원 옆으로 흐르는 강물 위 바윗돌에 눈을 감고 서서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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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당진역천생태공원에서만난자연 2

사람향기당진역천생태공원에서만난자연 3

 올해 역천 인근에서 촬영한 자연들-사진 독자제공

▲ 올해 역천 인근에서 촬영한 자연들-사진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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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행복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주고 싶다는 당진시 고대면 항곡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연락을 받고 3월 2일 오전 10시경 산책 겸 찾아보았습니다.

제보하신 분이 항곡리에 거주한다고 하니 붕어들이 꽤 많이 서식하고 있어서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항곡저수지려니 지레짐작하고 찾아보았는데 그곳에는 예상대로 여러 명의 낚시꾼들이 낚싯대 드리우고 대물의 입질을 기대하고 앉아 있습니다. 바람이 그렇게 불어대는데도 요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수지 물처럼 그분들의 표정이 평화 그 자체입니다.

항곡리 서쪽으로는 산 능선을 이루는 산지의 골짜기 사이 마을 가운데 항곡 저수지가 있고, 동쪽으로는 논들이 역천변 채운들에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라는 안내를 들으면서도 그저 이 평화로운 저수지나 내리 잡아 돌겠거니 생각하며 따라 걷는데 어느새 저수지를 벗어나 좌우로 드넓게 펼쳐진 논들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자꾸만 천변을 향해 갑니다.

젊은 날 도시에서만 살다가 시어른이 돌아가시고 나서 살던 집을 수리하여 항곡리에 자리 잡고 일명 귀향하여 살게 되면서 처음에는 집 앞 저수지만 돌아도 만족 그 자체였었는데 역천생태공원을 발견한 이후로는 타지에 가 있지 않은 이상은 하루에 한 번씩 꼭 찾는 힐링지라고 했습니다.

역천생태공원은 2013년부터 국비며 시비며 투입해서 2020년 말에 복원사업이 이미 완료 된 상태이지만 하천의 수질 개선이랑 동·식물의 수생태계 회복을 위해서 2025년까지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나서 그 이후에 체육시설이나 휴게시설로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접한 사실을 떠올리며 걷습니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역천생태공원을 향해 가는 길이 워낙 확 트인 평야여서 그랬나 유난히 더 불어대는 것 같은 꽃샘바람에 머리카락이 어찌나 휘날리든지 모처럼 한껏 힘 꽤나 주고 나온 머리가 말짱 헛것이 된 것 같은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사무실을 벗어나 자연 속을 걸으며 쏟아지는 봄 햇살에 온 몸을 맡겨 햇빛샤워를 만끽하니 돌돌돌 뭉쳤던 어깨 근육이 스르르르 풀리는 듯 상쾌해집니다.

과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더니 마을에 대하여 자세히도 설명해주며 걷습니다. 이분에 따르면, 항곡리는 원래 넓은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한때 ‘한곡리’라고 불리우기도 했네요. 3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서로 돕고 살며 화목하게 지내는 마을이라고 입에 침 마를 새 없이 자랑하는 이분과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공원은 실망스럽습니다. 그저 황량한 들판에 인공미 가득한 보도블럭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공원이라고 이름 붙이기조차도 민망하리만큼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이곳을 의기양양하게 앞장서 걷는 제보자가 뻔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뚝을 넘어서자 꺼져 있던 녹음기를 켠 것처럼 역천을 흐르는 물소리가 순식간에 귀를 사로잡습니다. 바윗돌들이 수상군락을 이루고, 한눈에 보아도 참 깨끗해 보이는 물이 바위마다 부드럽게 감싸 유유히 휘돌아 흘러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가뭄이 길어진 탓인지 올라서도 신발이 젖을 염려 없이 드러난 바윗돌 위에 지그시 눈을 감고 서봅니다. 하늘, 바람, 빛, 물소리에 흠뻑 빠져듭니다. 마치 세상염려가 흐르는 물과 함께 모두 씻겨 내려 간 것 같습니다.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자살을 하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삶에 지친 분들이 이곳에 오셔서 저처럼 힐링을 하고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내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인적이 드물다는 표현조차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이분이 말하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어느새 개운해진 머릿속이 삶에 지친 분들, 특히 우울감으로 병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여러 지인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그러고 보니 중년을 넘어서면서 우울감을 달래려고 사진을 찍으며 취미생활을 하는 한 지인이 최근에 수달이며, 원앙이며,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가마우지,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비오리, 고방오리, 흰죽지, 황여새, 홍여새, 검은이마직박구리, 가창오리떼까지 촬영하여 보내준 곳이 이곳이었습니다.

“이곳을 잘 몰라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제가 자주 찾아 사진 찍으며 힐링하는 곳이에요. 제 놀이터지요. 사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정말 조심스럽고 미안하기도 해요. 그들의 삶을 간섭하고 방해하는 것 같거든요. 자꾸 뭘 복원한다면서 자연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움 그 자체 아닐까요!”

자연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자연을 잘 누리는 것도 지혜입니다. 시내를 잠시 벗어나면 이렇게 훌륭한 자연이 언제라도 반겨줍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아직은 주변 환경이 형편없이 볼품없지만 뚝방 길도 걸어보고 바윗돌 사이로 청아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역천생태공원을 가족과 함께 찾아 거닐어 보심은 어떨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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