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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우리 고장 겨울 바다 여행 이야기

2023.03.09(목) 07:45:48 | 설산 (이메일주소:ds3keb@naver.com
               	ds3keb@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유년시절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 바다를 들어가면서 보고, 나오면서 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바다를 보겠다고,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해가 지는 풍경을 보겠다고 먼 곳까지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그 시절 무심한 바다가 매번 좋지만은 않았었다.
 
그러더라도 내가 유년시절과 고향을 떠올리면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그 비릿한 바다 냄새가 그리워지면 동해로, 남해로, 가까운 서해로, 멀리 제주까지 가곤 했었는데 이 겨울이 다 지나가기 전 우리 고장의 바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싶어 먼저 서산 간월암으로 간다.
 
머지않아 춘삼월인데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도로를 따라 갈산을 지나고 서산 A지구 방조제를 지나서 도착한 간월암은 썰물 때인지 암자로 들어가는 길이 해수면 밖으로 나와 있다. 종무소 앞에 가지가 앙상한 오래된 팽나무가 여행자를 반기고, 바다로 향한 난간에 붙어 있는 소원 연등이 바람에 펄럭인다.

간월암
▲ 간월암

간월암과 종무소 앞 팽나무
▲ 간월암과 종무소 앞 팽나무

간월암 범종각
▲ 간월암 범종각

간월암 소원연등
▲ 간월암 소원 연등

이른 아침에 찾아온 신실한 불자들은 법당에 촛불을 밝혀 지혜와 소원을 구하는 기도를 올리는 간월암은 고려말 서산이 고향인 무학대사가 수행 중에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간월암’이라고 하였다고 하니 이 절집은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하늘에 떠오른 저녁에 보는 것이 제격일 것 같다.
 
간월암을 나와 안면대로를 달리다 도착한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지는 풍경이 유명한 꽃지 바닷가에도 바람이 불어 파도가 높은데 물 빠진 모래사장에서 해루질하는 사람들도 있고, 할미바위 할아비바위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꽃지해변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 꽃지해변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꽃지해변에서 해루질하는 사람들
▲ 꽃지해변에서 해루질하는 사람들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언제 만들어 놓았는지 ‘인피니티 스튜디오’라 부르는 반영 연못이 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물결이 잔잔한 날 할미바위 할아비바위의 반영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발상이 신선하다. 이곳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이 SNS를 통해 퍼져나갈 것이고 이걸 보고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은 바람이 연못의 수면 위로 물결을 만들어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꽃지해변 반영 연못과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 꽃지해변 반영 연못과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꽃지해변을 나와 안면도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길이는 1,750m의 원산안면대교를 건너 도착한 원산도해수욕장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은 눈부신데 거친 바람이 부는 인적없는 바닷가에는 귓전을 쌩쌩 울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날려가는 모래들만 요란하다.

원산도해수욕장
▲ 원산도해수욕장

원산도 바다
▲ 물결 반짝이는 원산도 바다

“물새도 가버린 겨울 바다”라더니 바닷가에 그 흔하던 갈매기 한 마리 볼 수 없고 쓸쓸함만이 가득한데 지난 여름이었을까, 누군가 소원을 빌며 쌓았을 바위 아래 돌탑이 애잔해 보인다.

원산도해수욕장 바위 언덕
▲ 원산도해수욕장 바위 언덕

누군가 소원을 빌며 쌓았을 돌탑
▲ 누군가 소원을 빌며 쌓았을 돌탑

모든 것이 참으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먼 옛날, 아주 오래전에도 이 바다는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이 백사장 끝까지 걸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 해변을 걷는데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피난처라도 된다는 듯 신발 속으로 마구 들어온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
▲ 바람에 날리는 모래

원산도해수욕장을 나와 보령해저터널을 지나는데 ‘해저 깊이 80m’라는 전광판을 보며 길이 7km에 가까운 터널에 받는 엄청난 물의 압력과 침투를 어떻게 견뎌내고 터널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 해저터널은 세계에서 5번째로 길고 대한민국 일반국도상의 터널 가운데 가장 긴 터널이기도 하다니 아무리 달려도 그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보령해저터널
▲ 보령해저터널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친구로부터 “교통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곳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저에 터널을 건설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라고 묻는 문자에 ‘요즘처럼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실에 국가 균형 발전은 대단히 중요하고 그러자면 지방에도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정주 여건이 개선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해저터널이 개통하기 전에는 안면도에서 보령을 가려면 90분이나 소요되었는데 이 해저터널의 개통으로 보령 시내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하니 그 유·무형의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는 답을 했다.
 
잠시 후 도착한 대천 앞바다는 물이 가득 밀려와 백사장을 거의 덮고 있고,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해변을 걷는 사람도 있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여러 모양으로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드는 젊음이 있다.

대천해수욕장
▲ 대천해수욕장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해가 설핏해질 무렵 남포방조제를 지나 무창포 바닷가로 갔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은 더 차갑고 거칠어지고, 지는 해는 석대도 옆 수면으로 빠르게 내려앉다가 막바지 해면에 깔린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곧바로 어둠이 찾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차 창문 밖으로 밤하늘의 고운 달님이 자꾸 따라온다.

무창포 바닷가 일몰
▲ 무창포 바닷가 일몰

다음 날 아침,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부는 대천해수욕장 바닷가는 물이 저만큼 빠져 너른 백사장이 드러났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바닷가 해변을 거닐며 오래 두고 기억될 추억을 만들고 또 어떤 이들은 백사장 작은 바위 언덕에서 굴을 딴다. 파래가 파랗게 덮인 작은 바위에 갈매기가 날아와 앉더니 도무지 날아갈 생각이 없는지 무심하게 쳐다본다.

대천해수욕장
▲ 대천해수욕장

굴 따는 사람
▲ 굴 따는 사람

굴 따는 사람들
▲ 굴 따는 사람들

대천해수욕장 갈매기
▲ 대천해수욕장 갈매기

대천해수욕장의 명물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는 아직 운행 시간이 되지 않았는지 움직임이 없고 다시 돌아오는 길, 가로등 기둥에 붙어 바람에 펄럭이는 서해랑길 표지기가 눈길을 끈다.

대천해수욕장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
▲ 대천해수욕장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

고향을 떠난 지 어언 40여 년, 한 번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어서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면, 익숙함에 속아 그 소중함을 모르던 바다가 먼저 생각나 떠나본 우리 고장의 겨울 바다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그 자리에서 돌아올 새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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