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야리 행복마을
해마다 봄이 되면 ‘우어회’로 봄을 알리는 지인이 있다. 논산에 살면서 자칭 ‘논산의 장동건’으로 통한다. 내 톡에는 그래서 장동건이 있다. 우어회는 꽃피는 봄에 먹기로 하고 남편과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와야리(瓦也里)마을에 접어들었다. 벽화그림이 눈에 들어오자 지나칠 수 없었다.
▲ 행복마을 와야리회관 정문
약속장소인 탑정호 근처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마침 마을회관 앞마당에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그때, 여자 어르신 한 분이 회관에서 나오며 우리를 계속 바라보았다. 차에서 내려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 회관 쇼파에서 바라본 정경
“여기 벽화가 눈에 띄어서 들어와 봤어요
.”
“어디서 오셨슈
? 우리 마을에 왔으니 들어가서 차 한 잔은 하고 가야쥬
~. 들어오셔
, 들어오셔
.”
어르신은 회관을 둘러보고 막 집에 가려던 참이었단다. 걸음을 멈추고 반겨주는 마음이 감사했다. 바람 불고 추우니까 따시게 안으로 들어가란다. 그저 마을만 둘러보려고 했는데 어르신 덕분에 마을회관까지 들어가 보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시골 큰집에 온 것 같다
. 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환하고 바닥은 따뜻했다
. 어르신은 따끈한 커피와 메밀차를 건넸다
. 동네는 건양대가 옆에 있어서 학생들 원룸이 필요했는데 예전에는 인기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 마을 건물 군데군데에는
‘원룸
’이란 간판이 보이면서 다른 시골마을과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
▲ 달력과 마을자치회의로 결정된 사항을 적어놓은 글들, 일상이 엿보이는 실감나는 회의내용
회관에는 어르신들이 금방 알아볼 수 있게 숫자가 큰 달력이 걸렸다
. 그 위엔 매화그림의 그윽한 동양화 표구가 알맞은 위치에 놓였다
. 마을자치회로 모여 서로 논의하고 결정된 내용은 얼마나 단합이 잘 되는지 짐작하게 했다
. 목적을 공유하고 비판보다는 칭찬하기로 동기를 부여하면서 참석자 모두에게 발언권을 행사하는 원칙 등에서는 발전된 민주주의가 실감났다
.
마을 쓰레기 문제나 서로 소통이 되게 하는 건의사항 등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 어르신은 이 마을에 시집온 지
60년이 되었고 할아버지를 먼저
‘좋은 곳
’으로 보냈다며 웃었다
. 잠시 후에 또 다른 어르신이 오셨다
. 들어오자마자 의료기에 몸을 맡긴 채 낯선 손님을 궁금해 했다
.
▲'와야정'이 있는 마을풍경
마을회관을 나와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
. 지난겨울 눈비를 맞고 혹한이 계속되던 시간이 꽤 길었다
. 마을 안의 벽화와 논밭이 펼쳐진 그 어디쯤에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피어날 것만 같다
.
▲ 와야정
회관건물을 중심으로 벽화는 동심을 자극한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있는가하면 미키마우스 풍선을 든 코끼리, 창가에 앉아 미소 짓는 소녀 등이 우리를 반겼다. 벽을 따라 이어지는 그림들에는 탑정호와 쌍계사, 관촉사, 백제군사박물관 등, 논산의 랜드마크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마을의 ‘와야정’에 오르면 주민이나 객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다. 늦겨울과 초봄의 무채색을 걷어내고 땅을 뚫고 연둣빛의 싹들이 곧 거침없이 불불이 튀어나올 논밭을 바라본다. 덩달아 벽화의 색감도 새롭게 덧입혀져 또 다른 활력이 될 행복마을, 와야리. 오늘 방문은 한 번만으로 그치기엔 너무 아쉽다.
▲강아지도 나와서 반겨준 정겨운마을, 와야리
건망증이 있지만 ‘와야리’ 이름은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색감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다른 계절에 이곳을 꼭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