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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어쩌다 장애 겪어보니..

2022.09.29(목) 11:37:49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 충청남도장애인체육대회 폐막식 모습

▲ 충청남도장애인체육대회 폐막식 모습



10여 일 전 컨디션이 좋아 꽤 오랜 시간을 걷고 뛰는 것도 모자라 평상시 안하던 팔굽혀펴기도 수십 개를 하며 과하게 운동을 한데다가 다음 날 매우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설거지 봉사에 나섰다가 갑자기 허리가 아파오며 한걸음 떼는 것조차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리치료는 물론이고 필요한 사람 주려고 잔뜩 모아놓았던 파스로 등판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치료에 나서보지만 결국 앉아있는 것조차 삼가고 가능하면 누워 지내며 여러 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습니다. 가정주부로서 서서라도 꼭 해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평상시 건조기 앞에 털썩 주저앉아 정리하던 빨래를 아이에게 조리 준비대 위에 올려 달라고 해 정리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조각을 줍는 일이 세상에 그리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조리중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찌개가 끓어 넘치는데도 뛸 수 없습니다. 늦어 이미 넘쳐버린 국물을 닦아내면서 헛웃음이 납니다.

허리를 굽힐 수 없으니까 평상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다 문제가 됩니다. 멋을 위해 필수품이었던 스커트와 하이힐 대신, 불가피한 외출을 하기 위해 최대한 간편한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어 뒤를 잡아 발을 마저 넣어야 하는데 안 되니까 가족이나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마저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는 뒤를 접어신고 나가니 누가 봐도 불량한 사람이 됩니다. 그 시선이 싫어서 으아악! 비명과 함께 아픔을 견디며 가까스로 신을 때도 있습니다.

평상시 자주 건너다니던 횡단보도는 몇 초 남지 않은 상태에서도 뛰면 충분히 건너갈 수 있었던 곳인데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건너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으니까 신호가 참 빨리도 바뀌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곧 붉은 신호등으로 바뀔 것을 예고하며 숫자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져 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습니다. 결국 다 건너지 못해 붉은 신호등으로 바뀌었고 겉으로는 꽤나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전혀 서두르지 않는 것을 보고 성미 급한 운전사가 이내 빵빵 거립니다.

그러고 보니 한 달 전 이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에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미처 건너지 못하시던 80대 지인 분을 향하여 ‘어서 어서 걸으시라’ 재촉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연세 들어 허리도 다리도 성치 않던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 동네 지인 가운데 젊지만 디스크로 허리 수술을 하고 이렇게 저렇게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 해줄 때는 ‘참 어렵겠다’ 싶으면서도 크게 와 닿지 않았던 말들이 실감이 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된다는 희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도 없고, 별의 별 것이 다 제약이 되고, 문제가 되고, 어렵다 보니까 긍정으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답답하니까 슬쩍슬쩍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평상시 건강하게 살다가 뜻밖에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 한 지인이 ‘그러려니’ 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문득문득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고백했던 일이 생각나며 그 마음이 헤아려집니다.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주고 외출을 위한 양말을 신겨주면서 “제가 어머니의 몸종이 된 것 같습니다.”하던 작은 아이의 말처럼 가족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음을 보았습니다.

지난 22일부터 3일간 당진시에서 충청남도 장애인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충청남도 장애인체전 역사상 최초로 18개 전 종목 5,0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큰 대회였습니다. 승패를 떠나 장애의 불편함을 이겨내고 도전한 선수들의 용기와 열정이 빛나는 자리였습니다. 대회를 주관한 당진시장이 “함께한 선수들 한 분 한분이 이미 승리자”라고 한 인사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열흘 가까이 어쩌다 장애 아닌 장애를 얻어 불편한 나날을 보냈지만 얻은 것이 많습니다. “물론 장애인들에게 혜택이 있고 배려해 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선진국의 장애인 복지제도가 부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 불편하더라도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행복을 느끼며 살 권리가 있으니까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한 어머니의 바람대로 장애인이 몸은 불편하더라도 소망을 품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 충청남도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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