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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원산도 해변에서 여름을 보낸다는 것

소록도가 불러주는 해변의 연가

2021.08.26(목) 02:11:46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가을장마는 사람의 마음에 감성을 불어 넣는다. 무더위를 적시는 여름장마는 시원함이 섞여있는 것 같지만, 가을에 내리는 비는 섬세한 감정이 묻어있는 것 같다. 떨어지는 빗물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빗물에 젖어드는 세상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모금에 위로가 된다.

입추가 지나자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대지의 등짝에서 빛나던 초록색이 변하고 있다.길이 약 250㎞, 평균높이 600m 정도의 차령산맥이 국토의 북동부에 있는 평창군 계방산(1,577m)에서 남서쪽 보령시의 성주산(608m)까지 장대하게 뻗어 내렸다. 녹색의 굽은 등이 도도하게 보이는 차령산맥은 반도의 기운과 자연의 조화로움으로 가야산맥을 태동시키고, 가야산맥은 예당평야와 태안반도까지 뻗어와 서해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원산도 초전리 모습

▲ 원산도 서쪽의 일부 모습


천수만의 파도와 서해바다의 파도가 소싸움 하듯이 거친 소리로 마주치는 곳에 초록의 작은 섬 원산도가 있다. 원산도는 차령산맥의 기운과 가야산맥의 기운이 마주치는 곳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은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이고, 동경 126°23′, 북위 36°23′에 위치하며, 안면도에서 남쪽으로 1.7㎞ 지점에 있다. 섬의 크기는 10.28㎢이고, 해안선 길이는 28.5㎞이다. 섬에서 유일하게 큰 오로봉(118m)을 제외하면 모두 낮은 구릉지대와 평지가 대부분이다.

원산도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바다

▲ 원산도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바다.


현재는 안면도 남쪽 끝 '원산안면대교'를 이용해서차량으로 원산도를 방문할 수 있지만, 보령시 신흥동과 원산도 저두마을을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6,927m)이 2022년에 개통되면 충남 서해안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이 보령해저터널은 현대건설이 NATM 공법을 사용됐으며, 올 연말 개통될 예정이다. 해저터널 위 해수면에서 80m, 해저 면에서도 55m나 아래쪽에 위치한 해저터널은 사계절 내내 18~19도의 온도가 유지될 정도로 바다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해저터널 가운데 가장 깊은 곳이며, 가장 긴 해저터널이다.

원산도해수욕장 주변 전경

▲ 소록도 야영장에서 바라 본 주변 전경.


안면도 남쪽 끝에서 시작되는 원산안면대교를 생각 없이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친다. 찰나의 순간에 펼쳐진 풍경들은 입으로 표현되는 감탄사나, 마음으로 느껴지는 느낌표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자동차의 창문 너머에는 형이상학적인 우주의 시간이 공간을 이끌고 쏜살같이 과거로 향하고, 과거의 시간 마디마디는 현재의 소중한 추억을 마음의 공간 속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편리성이 만들어 낸 문명의 자동차는, 여행이라는 공간으로 사람의 생각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여행이라는 공간은 과거가 될 수 있고 미래가 될 수 있으며 현재의 도피처가 될 수도 있으니 참 편리한 공간인 것은 사실이다.

'보령해저터널'로 이어지는 77번 국도가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 '보령해저터널'로 이어지는 77번 국도가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원산안면대교를 건너면 행정구역이 태안군에서 보령시로 바뀐다. 서산과 태안을 거쳐서 원산도까지 이어지는 77번 국도를 타고 ‘원산안면대교’를 건너 5분 정도 가다보면 원산교차로가 나오고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다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진입금지라고 적힌 표지판 주변에는 자갈모래와 차량진입 방지용 기구로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보령해저터널이 2021년 12월에 완공되면 비로소 77번 국도는 보령시 신흥동까지 길을 내어줄 것이다.
 
원산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면 점촌마을로 진입할 수 있고 점촌항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서 우회전을 하면 유명한 '원산해수욕장'이 나온다. 원산해수욕장의 특징은 '소록도'가 해수욕장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두개의 해수욕장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원산해수욕장의 소록도 모습

▲ 원산해수욕장의 소록도 모습.


이곳 소록도는 '전남 고흥군'에 있는 '마리안 수녀'와 '마카레트 수녀'의 '소록도'가 아니다. 원산도에 있는 소록도는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가는 해식애와 파식대가 푸른 파도를 끌어안고 외로움을 달래는 곳이다. 오랜 세월 속에서 비바람이 시간의 조각칼로 자연의 감성을 만들어 낸 절벽을 '해식애'라고 부르며, 해식애를 따라 형성된 기반암이 파도와 바람에 침식된 모양을 '파식대'라고 부른다. 소록도의 파식대는 금강산의 봉우리처럼 장엄하게 펼쳐져 있어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갯바위 낚시터이기도 하다.

소록도의 파식대가 이채롭다

▲ 소록도의 해식애와 파식대가 이채롭다.


 원산도 해수욕장의 모래는 안면도 해수욕장의 모래와 같이 참 곱다. 8월의 고운 모래가 햇빛에 반짝이면서 사람들의 발바닥을 감싸는 느낌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다정하고 따뜻하다. 모래 위를 걷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소록도 앞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왼쪽의 해수욕장은 끝없이 펼쳐진 해변에서 여럿이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수영하기 좋은 곳이고 오른쪽의 해수욕장은 혼자나 둘이서 사색을 하면서 걷다가 조용히 수영하기 좋은 곳이다. 원 플러스 원 같은 기분 좋은 해수욕장이다.

원산해수욕장의 고운 모래 모습

▲ 원산해수욕장의 고운 모래 모습.


이곳은 주제가 있고 느낌도 있고 무료 주차장도 잘 갖추어져 있다. 수십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갖추어져 있으며 주차장 주변에는 주민들이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서 유명한 해수욕장과 같이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이곳 원산도해수욕장에서는 '원산도관광발전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소록도야영장이 있다. 찰랑거리며 바다에서 잠자던 파도는 어느덧 화냥끼 가득한 몸짓으로 하얀 은모래를 뒤덮고 분홍빛 가득한 해당화를 유혹하고 있는 곳이다.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소록도 야영장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 할 수 있는 데크형과 차량을 주차해서 차박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종류의 장소를 갖추고 있는데 24시간을 기준으로 25,000원을 받고 있다.

소록도 야영장의 모습

▲ 소록도 야영장의 모습.

소로도 야영장 이용에 관한 안내문

▲ 소로도 야영장 이용에 관한 안내문.


하얀 모래 위에 돋아난 초록의 풀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면 여치와 메뚜기들이 팔짝팔짝 뛰어 다니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경계심이 많은 사마귀는 사람을 만나면 앞 팔을 낫처럼 들쳐 보이며 당랑권을 펼친다.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은 지친 태양의 휴식처이고, 이곳 소록도 야영장은 문명에 지친 인간들의 휴식처이다.

소록도 야영장의 밤은 영화의 한 장면같이 아름다운 시간이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하늘의 반짝이는 별빛과 땅의 깨끗한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향긋함이 문명의 고단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야영장에서 바라 본 소록도

▲ 야영장에서 바라 본 소록도.


가을바람을 따라 온 귀뚜라미가 달빛 머금은 파도와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사랑의 마법이 시작된다. 사랑의 마법에 걸린 사람들은 야영장에 설치된 멋진 대리석 테이블 위에 커피 한 잔을 놓고 커피향처럼 달콤한 시간 속에서 잠드는 것이다. 소록도 야영장은 작지만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예쁜 대리석으로 경계를 만들고 평평한 돌을 박아놓고 사람들의 길을 만들었다. 해변의 모래 위에는 촐싹대는 파도가 무질서하게 휘젓고 다니지만, 파도가 사라진 모래풍경은 언제나 정갈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반짝이고 있다.

소록도 해당화는 분홍빛을 뽐낸다

▲ 소록도 해당화는 분홍빛을 뽐낸다.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작은 섬 원산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모습으로 반겨주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수천 년, 수만 년이 흐르지만 그 모습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려면 다시 수천 년, 수만 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해변의 모래 위에 경운기 한 대가 털털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파도에 휩쓸려온 쓰레기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 마을 주민이 경운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안타깝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따로 있고, 줍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주의가 낳은 또 다른 갑질이다.

마을 주민이 해변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운기

▲ 마을 주민이 해변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운기.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이 땅을 잠시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 자연의 일부분임을 부정할 수 있을까? 누구든지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고, 누구든지 쓰레기를 보면 치워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순된 논리를 호되게 꾸짖는 듯 털털거리는 경운기 소리가 아름다고 감사하다. 

원산도해수욕장에 설치 된 안내문이 씁쓸하다

▲ 원산도해수욕장에 설치 된 안내문이 씁쓸하다.
 
원산도해수욕장을 거닐다 보면 이색적인 풍경을 마주한다. 각자가 개성스럽게 황량한 모래 위에서 사람들을 반겨주는 나무의 가지들이다. 누군가의 예술적인 혼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서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겹기도 하다. 6개의 나뭇가지들은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고 주변이 풍경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생명을 다한 나뭇가지가 예술의 혼을 담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흥미롭기만 하다. 이 예술적인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휴양지에서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신비스러움이 가득하다. 

죽은 나뭇가지가 해변의 공간에서 생명을 연출하고 있다

▲ 죽은 나뭇가지가 해변의 공간에서 생명을 연출하고 있다.


충남 화이팅!! 보령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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