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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예(禮), 타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충남의 유학자들 - 사계 김장생

2021.07.05(월) 10:43:0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김장생 초상화

▲ 김장생 초상화


예타인을편안하게해주는것 1


임진왜란 등 혼란 해결책으로
예를 제시, ‘조선 예학’ 탄생

 
“요즘 사대부들을 보면, 견고한 뜻은 없고 물러날 생각들만 한다. 반정을 일으킨 사람들끼리만 마음을 함께하니, 한 나라의 일을 과연 두서너 사람끼리 다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인조반정후 70세가 지난 노년에 다시 관직을 맡은 김장생이 아들 김집에게 털어놓은 넋두리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인조반정에 이르는 사회적 격변을 겪은 선생은 혼란한 사회의 해결책으로 ‘예(禮)’를 제시하였다. 그가 말하는 예의 기준은 형식을 취하기보다,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가변성을 동반하였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의 기준이 있을 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바, 시의성을 따져 기존의 예서를 보완했고, 스승의 작업을 제자들이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선 예학’의 기본서들이 탄생하였다. 인생의 길흉을 맞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을 기억하고 인정해주는 표현의 방법들이 우리 실정에 맞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아들을 비롯한 280여명의 제자들의 이름이 실린 51권의 사계전서를 남긴 ‘예학의 대가’는 정치적 풍파에 시달리던 스승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권위가 아닌 진정성으로 제자들을 대했다. 관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실천해왔던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아들의 질문에 답할 때 몸을 일으켰던 스승이자 벗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곁을 지키며 김집은 같은 길을 걸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웃는 얼굴로 대하라(瑞日和風)’, ‘만물이 그러하듯 모든 것을 포용하라(地負海涵)’. 여든 셋에 영면하기까지 50여년간 예학을 연구한 노선생의 사람됨이, 그를 모신 서원(논산 돈암서원)의 담장 글귀로 남아있는 듯하다.

본질은 변하지 않되, 형식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계 선생의 따듯한 가르침은 현대의 예학을 돌아보게 한다. 예란 왜 필요한가. 선생이 그러했듯이 ‘관계의 감수성’을 잘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좀 더 쉬운 방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정언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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