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에 사는 지인이 카톡으로 사진과 글을 보내왔다. 본인이 쓴 지난해 12월 23일자 발행의 생활정보지 한 꼭지이다. 현재까지 400회 이상 꾸준히 컬럼을 쓰는 그의 주요 주제는 자연과 환경, 생태계 등에 맞춰 있다.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온 저어새 사진, 논산 광석면 항월리 김권중 이장이 찍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활동을 수십 년 넘게 하고 있다. 사진의 주인공은 저어새[鳥]. 저어새가 연산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름이 ‘저어새’라니. 그러고 보니 새의 주둥이가 꼭 밥주걱처럼 생겼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로 멸종위기종 1급이면서 주로 갯벌과 그 인근의 하천, 물웅덩이 등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저어새가 보이지 않는 풍경, 월동하러 따뜻한 곳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관련 활동장면을 찾아보니 저어새가 있는 곳에는 황새, 왜가리, 그리고 모양새 비슷한 이름 낯선 새들이 같이 있다. 물속에서 긴 주걱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왠지 안쓰러웠다. 저어새는 다른 새들이 먹이를 잡을 때 보이는 민첩함이 좀 덜한 듯보였다.
긴 주걱 두 개가 맞물리면서 물고기를 잡아 올려 목구멍으로 넘길 때까지 내 귀엔 자꾸 캐스터네츠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어새가 물고기를 잡아 주둥이 중간까지 넘길 때는 혹시나 재빠른 다른 새가 삐져나온 물고기를 낚아채면 어쩌나 조바심이 날 정도였다.
▲겨울, 연산천
▲연산천의 강태공들과 물오리떼
저어새를 알아보고 연산천에 오니 이곳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말없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활동하는 지인이 사는 곳이어서 더 친근하다. 눈 내린 연산천의 풍경은 어딜 봐도 겨울 산수화다. 한 무리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날씨는 매운데 얼음 아래 낚시를 하는 이도 보인다.
▲둑 위의 어르신이 유모차를 의지해 걷고 있다
유모차에 의지해 운동하러 나오셨는지 둑 위로 어르신 한 분이 걷고 있었다. 동산엔 나뭇잎이 다 떨어져 가지만 남아 엉성한 중년의 머리숱 같은 나무들이 쭈삣거리며 서 있다. 속알머리가 보여도 이젠 살아온 나이를 인정하고 그러려니 하는 내 모습 같다.
▲겨울, 연산천
▲살얼음
오랜만에 눈을 밟는 즐거움이 앞섰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마음은 나이와 같이 가지 않는다는 걸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 본다.
▲정자 옆의 몽당빗자루 같은 느티나무
연산천 근처 아담한 마을 초입의 정자 옆 느티나무는 마치 몽당빗자루를 연상케 했다. 부지런히 쓸어서 닳은 비. 겨울이 오기 전, 아니면 늦가을쯤에 너무 짧게 머리를 깎은 모양새다.
▲연산천의 갈대
▲징검다리
징검다리 중간에서 혹시나 멈춰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다. 새들이 나는 모습이 간간이 보이긴 했지만 물오리였다. 언뜻 백로와 비슷하지만 부리가 주걱 모양인 저어새가 내 눈에 띄기까지는 적어도 생태계를 유심히 관찰하고 애정 어린 관심이 있어야 함을 깨닫는다.
▲산과 전봇대, 그리고 연산천 물오리떼
지인은 저어새가 서식지를 이동하다가 잠시 쉬는 중에 연산천에 들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저어새가 이곳에 찾아온 것이 ‘청정논산’의 경사임을 자신한다. 자연과 환경, 생태계를 위한 성실하고 꾸준한 활동을 해 온 그의 말이 믿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