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누군가 내 옆에서 이렇게 시작하며 이야기를 해주던 사람들. 어려서는 엄마였고 좀 자라 학교에서는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이 ‘옛날 옛날에~’를 읊조렸다.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 비슷하게 전개되는가 하면 앞부분은 똑같은데 뒤로 갈수록 반전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걸 다 감안하고라도 예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엔 아직도 귀가 솔깃하다.
부여 저동리 쌀바위 이야기도 어디선가 익숙한 이야기다. 미암사(米巖寺)라는 절 이름이 말해주듯 쌀이 나왔다는 산중턱에 전체적인 흰빛의 바위가 우람하다. 바위아래 서 있는 사람으로 대강의 바위높이를 짐작할 뿐이다.
![쌀바위](http://www.chungnam.go.kr/export/media/article_image/20200313/IM0001557141.jpg)
▲쌀바위 그 아래 서 있는 사람들로 높이를 짐작해본다
‘옛날 옛날에~ 대를 이을 손자를 얻으려고 절에 찾아와 불공을 드리던 한 노파가 있었대.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리던 노파가 어느 날, 잠깐 잠이 들면서 꿈을 꿨어. 꿈에 호리병을 든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는 노파에게 말했지. “병에서 쌀 세 톨을 꺼내 바위에 심고 끼니때마다 여기서 나는 쌀을 가져다가 밥을 짓거라.” 노파가 꿈에서 깨고 보니 정말 바위에서 쌀이 나오는 거야. 노파가 그 쌀로 밥을 해먹으면서 그토록 바라던 손자도 얻었지 뭐야. 노파는 얼마나 고마웠겠어, 정말 행복했지.’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다면 다행스럽지만 너무 단순하다. 노파는 슬슬 욕심이 동한다. 급기야 끼니때마다 일용할 양식이 되는 쌀을 더 많이 얻으려고 쌀이 나오는 구멍을 부지깽이로 후벼 판 것이다. 구멍에서는 쌀 대신 붉은 핏물이 흘러 주변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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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이 여기만 있나 싶었는데 길을 따라 계속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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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바위로 오르는 길에 백 개도 넘는 불상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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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암사 와불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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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끔히 보이는 와불
미암사를 오르는 길은 간간이 새소리가 들리고 한적했다. 들어가는 길목에 금빛 불상들이 모여 있는가 싶었는데 절에 오르는 길 내내 불상들이 이어졌다. 세계 최대 누워 있는 불상이 있다는데, 얼마나 크면 세계 최대일까 궁금했다. 절이 있는 높은 담을 돌아 발작을 뗐을 때 부처의 얼굴이 빠끔히 보였다. 드디어 나타난 와불.
![부처가 열반했을 때의 모습, 지는 해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 하다.](http://www.chungnam.go.kr/export/media/article_image/20200313/IM0001557149.jpg)
▲부처가 열반했을 때의 모습, 지는 해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하다
‘부처님이 오늘 저녁에 열반에 들겠노라, 라고 말씀하실 때 그곳은 쿠시나가라의 외진 사라나무 숲이었다. 부처님은 가사를 4겹으로 접어서 길쭉하게 깔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붙이고, 머리는 북쪽으로, 발은 남쪽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누우셨다.’고 한다.
-2019 정토회 법륜스님 ‘부처님 돌아가실 때 마지막 모습’ 참고![미암사 전경, 펼침막 내용의 가격표가 안내되어 있다.](http://www.chungnam.go.kr/export/media/article_image/20200313/IM0001557153.jpg)
▲미암사 전경, 펼침막 내용의 가격표가 안내되어 있다
![연못안의 동자승, 소원성취를 빌고 있다.](http://www.chungnam.go.kr/export/media/article_image/20200313/IM0001557157.jpg)
▲연못 안의 동자승, 소원성취를 빌고 있다
와불 발치께 옆으로 앙증맞은 연못엔 소원성취를 비는 동자승이 있다. 근처에 여러 개 걸린 펼침막에는 수능기도와 가족 연등, 삼재풀이 등 각각의 가격표가 친절히 안내되어있다. 부처님의 자비와는 좀 다른 세상의 현실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 느껴졌다.
날씨는 맑고 따뜻해지는 좋은 시기이지만 상황이 그리 썩 좋지 않을 때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요즘이다. 코로나19로 그동안의 생활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 씻기는 습관이 되었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받기 쉬운 분위기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의 노파처럼 자기 욕심을 드러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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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목
![오래된 표지판](http://www.chungnam.go.kr/export/media/article_image/20200313/IM0001557155.jpg)
▲오래된 표지판
쌀 대신 핏물이 나와 바닥을 적셨다는 쌀바위. 아래쪽은 핏빛이 오래된 빛깔을 띤다. 자연의 오랜 풍화로 인해 붉은 물이 든 그 빛깔은 석영(수정)이라는 광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 올라올 때 지나쳤던 표지판이 보였다. 너무나 낡아 세 군데의 등산코스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만 여기저기 떨어진 글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 왔을 때는 세계최대 와불이 있는 곳 주변의 등산코스를 선명하게 안내해주는 표지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