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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동네방네 사랑방에 모여앉아 ‘하하호호’

행복학습 자치학교로 마을공동체 활력충전

2019.04.16(화) 11:33:12 | 충남시사신문 (이메일주소:yasa3250@empas.com
               	yasa3250@empas.com)

해지고 어둠이 깔리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버스 종점인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 해지고 어둠이 깔리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버스 종점인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해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면 기온이 뚝 떨어져 싸늘한 대지에 찬 서리가 내려앉는다. 한때 국민마라토너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이봉주의 고향마을로 더 유명한 천안시 성거읍 소우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버스종점 이기도 한 마을회관 마당에는 텅 빈 시내버스 한 대가 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후 7시, 마을 어귀에 듬성듬성 가로등 불빛이 켜지면서 저녁식사를 마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회관 사랑방으로 모여든다. 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서로 인사하며 아무개 손자 결혼한 이야기부터 최근에 있었던 애경사까지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다.

서로 주고받는 구수한 충청도 특유의 말투에 한바탕 폭소가 터진다.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빵빵 터지는 이곳은 ‘충남형 행복학습 자치학교’가 열리는 소우1리 노인회관이다. 노인회관 큰 방을 두 갈래로 나누며 길게 놓인 탁자 양 옆으로 주민들이 모여 앉았다.

현수막을 걸고 스크린을 설치한 연미옥 강사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수납’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주민들은 알기 쉬운 말로 또박또박 살림정리에 대한 지혜를 들려주는 강사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여러분의 거실, 안방, 장롱, 냉장고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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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무심코 물건을 하나씩 올려놓다 보면 어느새 식탁이 가득 차게 되죠? 그러다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멀쩡한 식탁을 놔두고 따로 밥상을 펴서 밥을 먹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합니다.”

“약국에서 받아다 복용하지 않고 남은 약은 어디 보관하나요? 아마도 식탁뿐만 아니라 책상서랍구석구석에 숨어 있지요? 두통약 한 알 찾으려고 뒤적거리다 보면 유통기한이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지난 약봉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수납장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쌓이는 물건들을 들춰 보세요. 언젠가 쓰겠지 하며 보관하는 물건들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정리를 포기하게 되고 큰 뭉치의 짐이 됩니다.”

강사의 말에 여기저기서 “그려그려, 딱 내 얘기네” “우리 집을 들여다보면서 하는 말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 하면서 맞장구치는 소리가 들린다. 주민들은 거실, 안방, 다락, 건넌방, 빈방에 쌓여 기억도 가물가물한 물건을 떠올리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 주민은 “일 년 내내 농사일에 쫓기다 보면 삼시세끼 챙겨먹기도 바쁘다”며 “집에서 살림만 한다면 집도 예쁘게 꾸미겠지만, 밥해먹고 설거지나 빨래할 시간도 없이 농사일에만 매달려 지낸다”고 푸념했다.

식재료를 저장하는 냉장고는 더 심각하다. 먹다 남긴 음식물이 냉장실 깊숙한 곳으로 밀려들어가 곰팡이까지 생기고, 부패한다. 냉동실에는 먹다 남긴 삼겹살을 비닐봉지에 묶어 방치한 것이 몇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검은 비닐봉지에 쌓여 내용물을 구별할 수도 없는 식재료들이 한 가득이다.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정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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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것이 정리의 시작입니다. 쓸 만 한데 쓸 것 같지 않은 물건을 두면 십 중 팔구는 안 쓰게 됩니다. 과감하게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주세요. 그리고 꼭 필요한 물건만 용도와 크기에 따라 수납함에 넣어 보관하세요. 쉽게 찾고 꺼내 쓸 수 있도록 라벨을 붙여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강사의 말을 되새기며 주민들은 거실을 시작으로 안방, 첫째 방, 둘째 방 등 정리를 시작했다. 집안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불필요 한 물건을 꺼내 과감하게 버렸다. 장롱 속 의류도 속옷과 양말부터 외출복과 작업복을 나눠 넣고, 또 계절별로 분류해 찾는 과정의 혼선을 없앴다.

욕실 수납장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각종 미용세제들도 정리하고, 화장대에 쌓여가는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 견본품만 정리했는데도 여유 공간이 제법 생긴다. 뒤죽박죽이던 창고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다 보니 깔끔해진다. 버리는 것이 정리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리수납 강의를 통해 주민들은 집안이 정리되다 보니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진 기분이라며 한줄 소감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젊어서는 일하느라 꾸미지도 못하고, 집안 살림도 제대로 못했다. 집안을 정리하는 일이 이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다. 말끔하게 정리된 집을 보니 마음도 안정되고, 제2의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다” -박애순(63)

“강의에서 배운 대로 정리를 하고나니 집안이 깔끔해 졌다. 더 좋은 점은 필요한 물건을 찾아쓰기가 편리해 진 것이다”-박기순(57)

“집안을 정리하고 나니 보기도 좋고 마음도 뿌듯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윤은숙(61)
이밖에도 “버리는 법을 배웠다” “정리수납을 꼭 배우고 싶었는데 소원 풀었다” “마음까지 정리돼서 매우 기쁘다”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행복학습 자치학교, 농촌마을 새로운 활력


류지연 천안시 평생학습사는

▲ 류지연 천안시 평생학습사는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갈등을 안고 있던 주민들이 행복학습 자치학교를 계기로 소통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갈등이 완화되는 일도 있었다"며 "자치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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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농촌마을 곳곳에서 ‘충남형 행복학습 자치학교’가 열렸다.

행복학습 자치학교는 2016년 행복학습매니저 양성과정을 통해 행복학습매니저들을 양성하고, 이 인력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 강사진은 기존 배달강좌인 ‘찾아가는 평생학습’ 강사풀을 기반으로 읍면 마을단위로 출강이 가능한 강사들을 배정했다. 교육일정을 현지 주민들의 상황에 맞추다 보니 저녁 7시에 시작해 한 밤중에 끝나기도 한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고요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시끌벅적 활력이 넘치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배우고 나서 카카오톡으로 자녀와 손자손녀들과 소통이 가능해지고,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배우면서 흥이 넘친다.

건강체조와 라인댄스, 바른자세 튼튼관절, 수지침 등을 배우면서 농사짓느라 굽었던 허리를 펴고, 관절의 유연성을 되찾는다. 이밖에도 한지공예와 손뜨개, 우쿨렐레 등으로 정밀한 신경과 근육을 움직이며 집중력을 높여 신체의 노화를 늦춘다.  

작년 한 해 천안시에서 진행한 충남형 행복학습 자치학교 교육프로그램은 ▷동면 죽계1리 마을회관은 손뜨개(강사 전유자)와 한지공예(강사 신명희) ▷병천면 봉항3리 마을회관은 스마트폰 활용(강사 박인숙)과 바른자세 튼튼관절(강사 오정화) ▷성거읍 소우1리 마을회관은 손쉽게 배우는 고려수지침(강사 윤형순)과 인생이 빛나는 정리수납(강사 연미옥) ▷성거읍 소우2리 경로당은 웃음치료(강사 윤영숙) ▷성환읍 매주리 이편한세상 아파트는 노래교실(강사 장성숙)과 가죽공예(강사 장은식) ▷직산읍 삼은리 직산읍복지센터는 웰다잉(강사 이계순)과 실버라인댄스(강사 권미경) ▷직산읍 석곡리 마을회관은 레크체조(강사 이순미) ▷직산읍 양당2리 마을회관은 노인건강체조(강사 김막례) ▷업성동 업성꿈샘작은도서관은 우쿨렐레(강사 박은옥)가 진행됐다. 

행복학습 자치학교는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교육을 맞춤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치학교를 운영했던 마을에서는 주민들에게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회성이 아닌 연장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류지연 천안시 평생학습사는 “어떤 마을에서는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첨예한 갈등을 안고 있었다. 서로 이해가 다른 주민들은 얼굴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 있었다. 그러나 행복학습 자치학교를 계기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고, 서로 소통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갈등이 완화되는 일도 있었다. 자치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리행복학습센터는 마을주민 5명 이상 모여서 듣고 싶은 강좌를 신청하면 강사가 마을 공용장소로 찾아가는 수요자 맞춤형 평생학습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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