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사찰하면 수덕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겨울에 가도 좋은 곳들이 몇 있다. 그 중에 보덕사를 다녀왔다.



겨울 사찰여행은 다른 계절과 달리 봄꽃과 가을 단풍의 화려함은 없지만 차분한 절집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산자락에 위치한 덕에 멋진 산세와 함께 주변이 조용하여 산새들의 지저귐이나 계곡을 타고 내리는 물소리도 또렷하게 들려 추위는 잠시 잊고 온전히 사찰과 그곳에 있는 나 자신에게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겨울의 산사는 더욱 조용하다. 게다가 찾은 때가 스님들의 참선시간이라 경내는 더욱 고요했다. 수덕사의 말사인 보덕사는 1871년 흥선대원군이 창건하였다. 6.25전쟁 때 불에 탄 것을 1951년 비구니 정수옥이 중창하고, 1962년에 비구니 서종현이 증축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150년 가까이 되는 사찰이지만 중간에 화재가 있었기 때문인지 그리 오래된 사찰의 느낌은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찰 대부분이 전쟁이나 사고 등의 연유로 중간에 화재가 나서 중창과 증축 또는 유물이 일부가 소실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은 늘 안타까운 부분이다.



예산 보덕사의 유래를 살펴보면 가야산 옥양봉에 가야사가 있었는데, 그 절터가 왕손을 낳게한다는 풍수설로 인해 흥선대원군은 가야사를 불태우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무덤을 이장하였다. 그러나 가야사를 불태운 죄책감에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새로 법당을 지어주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마침내 아들 고종이 보위에 오르면서 소원이 이루어지자 그 보은의 뜻으로 현 위치에 절을 짓고 보덕사(報德寺)라 하였다고 한다. 보덕사는 남연군 묘로 가기 전 약 2km 지점의 오른편 산에 위치하고 있다. 현존하는 전각에는 극락전과 칠성각, 요사채, 현대식으로 지은 2층의 별원이 있다.



보덕사 극락전(유형문화재 제145호)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내부를 통칸으로 하여 중앙 후단에 불단을 조성하였다. 길게 잘 다듬은 돌로 기단을 쌓은 후 둥근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둥근 기둥을 세웠는데, 기단석과 주춧돌을 부근 사찰에서 옮겨와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축 양식은 익공의 형상이 궁궐의 침전에서나 볼 수 있는 형식이다. 겹처마 맞배지붕을 이루고 있다.



선원전은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건물로 새로 지은 선원전에 옮긴 왕의 초상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되었고 현재 구선원전은 궁 안의 주요 유물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조선시대 제사용 건물의 유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건물이라 한다.



유물로는 극락전 앞에 있는 석등과 3층석탑이 있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83호로 지정된 석등은 고려시대의 화강암 석등으로 중앙을 제외하고 모두 복원한 것으로 석등의 화사석과 그 받침 및 옥개석이 남아 있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 175호로 지정된 3층석탑은 원래 덕산면 상가리 가야사지에 있던 것을 1914년에 일본인이 몰래 내가려다가 보덕사 주지 김관용 스님의 항의로 다시 회수하여 군청 내에 보관하게 되었다. 원래는 5층석탑이었던 것이 현재 3층만 남아 있다.



예산 보덕사는 고색창연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흥선대원군이 창건하였다는 것과 유래가 뜻깊게 남은 곳인듯 싶다. 겨울에 만난 잘 다듬어진 소나무도 좋았지만 여름이면 배롱나무꽃과 가을이면 단풍도 아름다운 곳이라 하니 다른 계절의 멋진 풍광도 만나보고 싶다.

보덕사
충남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로 400-74 (상가리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