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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원도심 속 아날로그 공간, 흑백필름현상소

<천안여행> 사라져가는 흑백필름 감성 지켜내 '더 특별한' 달팽이 사진관

2018.02.07(수) 16:39:45 | 로우 (이메일주소:1100px@naver.com
               	1100px@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천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은 그리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천안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이유는 천안 원도심이 전주한옥마을처럼 꿈틀대고 있었기 때문이고 <도시재생>이라는 마치 보기에만 좋은 떡잎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천안을 한 번쯤 방문해서 그 전과 후를 사진으로 미리 담아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해서다.

지방의 잊힌 원도심이 정부를 등 뒤에 두고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나는 매우 반기지만 이런 사업은 사업에서 끝이 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이다. 일반 시민이라도 이 공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저장해 놓는다면, 훗날 매우 이로운 곳에 활용될 수 있기에 천안 원도심(동남구·은행길)을 찾았다. 그중에서 흑백사진 필름 현상소, 달팽이 사진관에 대해서 가장 먼저 말하고자 한다.


원도심속아날로그공간흑백필름현상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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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나는 이 분야의 아날로그를 알지 못한다. 아날로그가 무엇일까? 디지털로 이전되기의 것들을 모두 아날로그라고 부르는 것이 편할까?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를 아날로그라고 본다면, 세상의 모든 물질과 인간은 아날로그 속에서 살던 존재이다. 사진 분야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아날로그라고 부르고, 디지털카메라를 말 그대로 디지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제 막 30대에 진입한 내가 이 둘의 정의를 내 마음대로 내리기에는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그저 대중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했을 때, 일단 필름은 <아날로그>다.


달팽이 사진관은 필름 카메라로, 필름을 현상하고, 필름을 인화하는 - 우리나라에 몇 곳이 남지 않은 매우 희소한 아날로그 공간이다. 그런 장소가 천안에 위치하고 있으니,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만지는 내 입장에서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필름-라이크하게 현상(보정)을 하고 옛된 인화지에 인화를 해주는 사진관은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많이 봤다. 또 그게 대세니깐 최근 들어서 비슷한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로 찍고, 암실에서 현상을 하고 인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진관은 지금 손을 꼽아야 할 정도로 사라졌다. 암실 작업은 너무도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좀 더 편리하며 빠른 그리고 정확한 컴퓨터 작업으로 암실 작업을 대신하고 있다. 그 시대에 흐름에 따라 필름 사진관은 사라지고 디지털 사진관이 생겨났다. 달팽이 사진관은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필름 카메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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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주인, 황재철 작가가 진행 중인 흑백사진 자상화 전시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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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ightartacademy.com


세상을 흑과 백으로 모두 구분을 할 수는 없지만, 사진 세계에선 어쩌면 흑백 사진을 통해서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흑백 사진 속에서 흑과 백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흑백 사이에는 꽤나 많은 컬러가 존재한다. 우리가 보는 흑백사진들은 모두 그 사이의 컬러를 눈을 통해서 다양하게 보고 느끼는 것이다.


좋은 흑백사진이란 것을 개인이 정의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으나, 보통 존 시스템의 확장 범위를 넓게 표현한 사진들이 괜찮은 흑백 사진들로 평가받곤 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디지털 보정을 할 때 클리핑 작업을 하는 것과 비슷한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이 작업을 하면 그 시간과 고통은 몇 배가 된다는 것이다. 컬러 사진과 다르게 흑백 사진은 색을 색으로 가릴 수 있는 확장 범위가 좁기 때문에 우리는 금방 흑백 사진에 대해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노출이 어떻고, 대비가 어떻고, 샤프니스가 어떤지 말이다.


때문에 흑백 필름은 디지털 시대에선 더 어려운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진관이 특별했던 이유는 굳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팽이집 주인, 황재철 작가는 누군가는 해야 될 일에 그 누군가가 된 것이다. 그가 찍는 사진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가 사진관 속에서 하고 있는 행동이 매우 값지고 특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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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으로 여행을 갔다가 원도심에서 달팽이 사진관을 만났다. 그리고 황재철 작가의 작업실을 구경했다. 필름 카메라와 흑백 사진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 나이기에 작가님의 양해를 구하고 스튜디오 공간을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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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활용되는 필름, 스튜디오에서는 ISO 400짜리 필름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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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를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었다. 집에 있는 니콘 FM2 바디를 사용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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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사진관의 암실 작업실 내부, 작가님의 양해를 구하고 한 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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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작업실)는 이 공간의 주인에게 매우 개인적인 장소이기에 지나가는 행인이 아무렇게나 촬영하면 안 된다. 우리는 어떤 공간 속에서 사진을 자유롭게 찍고 SNS에 올리지만 사실 그 공간의 주인에게 매우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최근에는 No Photo Zone이나 사진 촬영이 아예 금지되어 있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가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공간들의 주인들이 직접 움직이는 것인데 우리는 또는 우리 선배들은 반성을 해야 된다. 사진은 피사체를 훔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담는 것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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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에 황재철 작가는 또 다른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 모습을 본인이 직접, 흑백 필름으로 촬영해보는 것. 나 또한 달팽이 사진관에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눈 뒤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필름을 꺼낸 뒤에, 필름 카메라에 장착한다. 그리고 릴리즈를 설치 후에 내가 직접 내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황재철 작가는 구도를 만들고, 나와 소통을 시도한다. 행복했을 때, 슬펐을 때, 가장 웃겼을 때 등을 연상시키며 자연스러움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필름도, 디지털도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이며 사진과 실제 이 세상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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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5년 전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 편리함에 취해 단 한 번도 필름 카메라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 굳이 뭐더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까? 물론 앞으로도 필름 카메라를 갖고 사진을 찍을 것 같진 않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은 이런 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카메라로 촬영 뒤에 필름라이크하게 보정을 해서 마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하는 것도 나름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진에서 가짜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진짜 필름 사진을 만나기 힘들어졌지만, 원도심이라는 오래된 공간에 필름 사진으로 그것도 흑백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은 아닐까 싶다.


사진과 카메라를 좋아하는 나는 달팽이 사진관에서 많은 것을 듣고 배웠다. 만약 다른 분야의 취미를 갖고 있다면 그 취미의 아날로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는 어쩌면 디지털마저도 아날로그가 될지 모르겠다.


내가 나를 촬영한 흑백 자상화는 약 2주간의 암실 작업을 거친 뒤에 세상에 나온다고 했다. 제대로 된 천안 원도심 여행은 그쯤으로 미뤄볼까?


작가의 블로그: http://www.loansnaps.com
출처: http://loansnaps.com/2212031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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