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계절에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추사 고택을 찾았습니다. 고택 입구에는 높은 솟을대문이 우뚝 서 있는데요. 조선 시대에 가마나 말을 타고 이 대문을 드나들기 쉽게 만들어 놓은 문입니다. "이리 오너라' 하인이 얼른 달려 나와 대문을 열어줍니다. 조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기분입니다.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옛 선비가 글을 쓰고 손님을 맞이하여 차 한 잔을 나누던 사랑채가 있습니다. 사랑채 앞에는 석년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해시계가 모란이 뚝뚝 져버린 뜰 안에서 쓸쓸히 서 있고 기둥마다 걸려있는 주련에는 추사의 향기가 서린 추사체가 있습니다.
추사의 뜰 안에는 여기저기 가을의 흔적이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이 이리저리 뒹굴고 앙상한 나무에는 빨간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추사 고택 뒤 뜰을 내려오면 향기로운 모과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앵두, 석류, 가을에는 감이 주렁주렁 달립니다.
추사 선생님의 탄생설화가 있는 추사 우물가는 길에는 마치 추사의 넋이 살아 난듯한 붉은 단풍이 막바지 가을에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추사의 학문과 사상의 정신이 깃든 고향에서 추사 고택의 가을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