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부여 문화재수리기능자 시험 현장을 가다

2017.05.10(수) 00:46:04 | 길자(吉子) (이메일주소:azafarm@naver.com
               	azafarm@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1
 
지난 4월 30일 일요일,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는 2017년도 문화재수리기능자 국가자격시험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번 시험은 문화재 수리 공사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전문가를 선발하는 과정으로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목수(한옥목수)를 비롯하여 철물공, 칠공, 소목수, 번와와공, 실측설계사보 등 총 24종목으로 나누어져 진행이 되었습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2  
이번 문화재수리기능자 시험은 4월 25일 부터 30일 까지 나흘간에 걸쳐 진행이 되었습니다. 제가 찾아간 30일에는 한식미장공, 칠공, 대목수, 철물공, 훈증공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과연 수리기능자 국가자격시험 현장 모습은 어떨지 함께 구경 가 보도록 할까요?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3

우선 처음 찾아간 곳은 한식미장공 시험 현장 이었습니다. 한식미장은 전통 방식으로 벽체를 황토로 미장하는 것을 과제로 하고 있었는데요 대나무 가지와 새끼줄로 가벽을 친 후 그 위에 황토를 개어 미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장 위치는 두군데로 수직벽과 수평벽 두가지를 완성해야 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4

비전문가가 보기에는 어려워 보일 것 같지 않지만 사실 미장 하나에도 많은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가벽을 얼마 간격으로 촘촘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황토와 물은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어 발라야 하는지 등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과제를 완성할 수 있죠. 황토 반죽의 성분비가 맞지 않으면 나중에 벽이 갈라지거나 심하면 흙이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만일 어설픈 솜씨로 문화재를 보수 할 경우 이후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 할지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 입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5

한식미장공 옆쪽에서는 조금 독특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훈증공 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현장으로 이 곳 에서는 재료나 자재의 살균·살충·방부 등을 위한 훈증과 그에 따른 업무 등을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훈증 작업은 보존처리의 한 영역으로 자재를 보호하여 원형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6

훈증공 시험에는 많은 전문장비들이 필요해 보통 보존처리 업체에서 근무하는 분들께서 시험에 응시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정육면체를 비닐로 포장한 후 그 안에 재료를 넣어 훈증 처리하는 시험을 진행 중에 있었죠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7

옆쪽 실내 체육관 안에서는 칠공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시험은 옻 등의 전통 재료를 이용한 칠, 칠의 보수와 그에 따른 업무를 평가하는 과정으로 섬세한 붓질로 전통 방식의 칠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현장에는 칠 재료 특유의 향 때문에 일반인들은 오래 못 있을 정도 였는데요 저 역시 단 두장의 사진만을 남기고 급히 현장을 빠져 나왔답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8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9

사실 제가 이번 문화재수리기능자 국가시험 현장을 방문한 이유는 대목수 시험 현장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한옥 목수일을 예전에 2년 정도 한 적이 있고 그 때 인연을 맺은 지인분과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그 지인분께서 이번 시험에 응시해 응원차 이곳 부여를 찾게 되었는데요 역시 대목수 답게 현장 역시 다른 현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현장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10

대목수 시험 과제는 매년 바뀌는데요 올해는 대들보와 주두를 치목해 서로 결구시키는 것을 과제로 내었습니다. 대들보는 익히 들어 아실텐데요 아마도 '주두'라는 부재는 잘 모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두'는 대들보 머리와 목 부분을 받치면서 그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도록 하는 부재인데요 기둥 위쪽에 위치한 대들보와 도리 등의 부재들이 서로 단단히 결구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부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양식에 따라서 주두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러한 방식을 보통 '민도리' 라고 부른답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11

시험은 오전 열시에 시작하여 오후 네시까지 점심식사 시간을 제하고 총 다섯시간 동안 진행이 되었습니다. 모든 치목 과정을 수공구로 해야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체력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톱질 하나 끌질 하나 모두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다는 것은 정말로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마감시간이 다가와도 결과물을 완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다반사이고 완성을 하더라도 완전히 체력이 고갈 되어버리기 일수이죠.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12

일년에 한번인 이 시험을 위해 대목수들은 그야말로 칼날을 갈고 출전을 하게 됩니다. 날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연마하는데 그 정도가 날 위에 얼굴이 비칠 정도이고 톱질과 망치질 연습도 틈틈히 하며 근육 단련에도 공을 들이죠.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법. 시간에 쫓기고 체력이 고갈되어 작품을 완성 못하게 되면서 곳곳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부여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현장을가다 13

엔진톱 소리 하나 없이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만이 우렁차게 들렸던 이날의 풍경,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다는 사실, 이 역시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문화재수리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지만 이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 입니다.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으로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오며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가치절하 당하는 현실, 바로 이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계승하는 활동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고 땀 흘린 만큼 대우 받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길자(吉子)님의 다른 기사 보기

[길자(吉子)님의 SNS]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ikgyun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