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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15) 실토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7.15(금) 13:01:5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천명15실토 1


 

 

 

천명15실토 2


 

“대감, 포졸들을 보내서 확인을 해 보아야겠습니다.

곽상선의 말에 권자헌은 명령을 내렸다.

 

“당장 노은동으로 가서 확인을 해 보고 오너라. 김가네를 찾고 밤나무가 있는지 또 감나무는 있는지, 저 놈이 다녀간 적은 또 있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홍주목사 권자헌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포졸들이 득달같이 달려 나갔다. 을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감, 보건데 틀림없습니다. 물고를 내면 토설할 것 같습니다.

곽상선의 말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형틀을 준비해라!

을선은 안절부절 못하며 겁에 질린 얼굴로 항변했다.

 

“아닙니다. 나리. 제가 왜 천호방을 죽입니까? 정말이지 저는 아닙니다.

“그런지 아닌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입 다물고 있거라.

형틀이 곧 준비되고 을선이 자리에 앉혀졌다.

 

“뭐하느냐? 어서 주리를 틀어라.

이어 을선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홍주관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네 놈이 솔직히 털어놓으면 법대로 처벌할 것이로되 그렇지 않으면 평생 다시 걷지는 못할 것이다.

홍주목사 권자헌의 협박 아닌 협박에 을선은 잠시 고통에 찬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왕 이렇게 된 것 성한 몸으로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겠습니다. 다 말하겠습니다.” 너무 이른 실토에 홍주목사 권자헌은 싱겁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두어 번 튼 주리에 그만 을선의 허벅지가 벌겋게 물들어있었다.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왜 죽였느냐?

홍주목사 권자헌의 물음에 을선은 모든 것을 체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천호방이 저를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만.

“무시를 하다니?

을선은 머뭇거리다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사실은 천호방의 딸인 예금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천호방에게 예금을 주십사고 얘기했지요. 그런데 장돌뱅이 등짐장수에게 딸을 줄 수 없다며 모욕까지 하는 바람에 그만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목을 졸랐습니다. 그리고는 너무 겁이 나서 그만 자살로 위장을.

을선이 토설을 하는 중에도 홍주목사 권자헌의 날카로운 눈길은 을선의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잡아냈던 것이다.

 

“그게 전부냐?

홍주목사 권자헌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을선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뭔가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천호방이 밉기도 했습니다. 걸핏하면 물건을 빼앗다시피 강탈하고.

“천호방이 그런 짓을 했단 말이냐?” “예, 알아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래서 많은 보부상들이 천호방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을선은 자신의 죄를 감해보려 천호방의 못된 짓을 내세웠다.

 

“그래도 예금을 생각해 참았습니다만.

을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홍주목사 권자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간 수긍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다른 이유는 없었더냐? 내 보기에 분명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은근히 묻는 말에 을선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을선의 주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금까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어떤 것이었다.

 

“없습니다.

잘라 말하는 을선을 두고 홍주목사 권자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늦게라도 드러나면 그땐 용서치 않을 것이다. 허나 지금 실토하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릿발 같은 홍주목사 권자헌의 으름장에 을선은 흠칫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소인 놈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요.

홍주목사 권자헌은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하명했다.

 

“이 자를 옥에 가둬라. 일단 호방 천호석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잡아둔다.

일단이라는 말에 을선의 얼굴에 이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홍주목사 권자헌이 뭔가 냄새를 맡고 있다는 눈치를 챘기 때문이다.

 

“지나는 길에 물목이나 구경시켜드릴까 하고 들렀습니다.

지나던 봇짐장수의 너스레에 최처인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사내를 힐끗 쳐다보았다. 사내는 능숙한 솜씨로 물목들을 죽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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