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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천명 (8) 행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6.04.17(일) 16:01:5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천명8행적 1


 

천명8행적 2


“무엇을 말입니까요?

 

“옥병계에서 천호방이 살해를 당하지 않았소.

천호방이란 말에 심접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심접장은 말도 다 잇지 못했다. 뜬금없는 소리를 넘어서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도 지어보였다.

 

“을선이가 용의선상에 올랐소.

을선이란 말에 심접장은 소스라치듯 놀랐다.

 

“을선이가요?” “그렇소.” 얼음같이 차가운 형방 지동순의 대답에 심접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다시 되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요? 을선이가 천호방을 살해했다는 것이.

“확정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소.” 형방 지동순의 말에 심접장은 한 숨을 몰아쉬며 실망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놈이 그예 일을 저질렀구먼.” 흘리듯 내뱉는 말에 예방 성기춘이 얼른 말꼬리를 잡았다.

 

“무슨 일이 있었소?” 예방 성기춘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났다.

 

“아닙니다. 요즘 들어 일에는 별 관심이 없고 밖으로만 나돌기에 싫은 소리를 몇 번 했었지요.

 

“이유가 있었소?

재차 묻자 심접장은 한 숨을 몰아쉬고는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예, 그 놈이 천호방의 딸 예금을 좋아했습니다. 해서 천호방을 자주 찾아갔었지요.

심접장의 말에 예방 성기춘과 형방 지동순이 자리를 바짝 당겨 앉았다.

“그래서?” 형방 지동순은 마른 침까지 꿀꺽 삼켜댔다.

 

“천호방이 대뜸 면박을 주었답니다. 어림없는 소리 말라고.” “그래서 죽였단 말인가?

죽였다는 말에 심접장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손사래를 쳐댔다.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아는 것은 그것뿐입니다요.

“다른 집히는 것은 없고?

예방 성기춘의 넌지시 묻는 말에 심접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는 고개를 살살 흔들어댔다.

 

“그 외에는 뭐 딱히 없는데요.

“그럼 요 며칠 사이 행적은 어땠는가?” “행적이라니요?

심접장의 되묻는 말에 이번에는 형방 지동순이 손짓까지 해대며 바쁘게 부연 설명을 해댔다.

 

“천호방을 만났다든가, 아니면 예금을 만났다든가. 또 아니면 수상쩍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을 묻는 것일세.

심접장은 이번에도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대답은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예,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바쁘게 일을 하다보니까, 일일이 살펴보기가.

송구하다는 듯한 대답에 실망을 했는지 예방 성기춘은 입맛까지 다셔댔다.

 

“그럼 혹시 엊그제 옥병계 쪽으로 가는 것을 보거나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는가?” “글쎄요?

이번에도 심접장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댈 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심접장이 문득 눈을 크게 뜨며 소리치듯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순동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점심때가 다 되었을 무렵이지요. 한 참 바쁜 때 어딜 가냐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디 다녀오는 듯 했습니다. 순동이를 불러 알아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심접장의 말에 예방 성기춘도 형방 지동순도 눈을 크게 떴다.

 

“순동이 어디 있는가?” “예, 제가 데려오지요.

말을 하면서 심접장은 부산하게 자리를 일어섰다.

 

방문을 나서며 순동이를 불러대는 심접장의 목소리가 요란하게도 울려댔다. 그리고 잠시 후 순동이가 심접장을 쭐레쭐레 따라 들어왔다.

 

“어서 자세히 말씀 올려라!

심접장의 호들갑에 순동은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는 입을 열었다.

 

“예, 그날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나 잔뜩 들뜬 얼굴로 상단을 나갔습니다요.” “어느 쪽으로 가더냐?” 예방 성기춘의 재촉하듯 묻는 말에 순동은 손가락질까지 하며 장단을 맞췄다.

 

“저쪽입니다요. 주막을 지나 개울 쪽으로 가는 것으로 봐서 가야산을 향해 가는 것 같았습니다요.

순동의 말에 예방 성기춘과 형방 지동순은 거의 동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맞네. 옥병계로 간 것이.

예방 성기춘의 목소리에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뭣 때문에 간다는 말은 없었느냐?” 형방 지동순이 묻자 순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웬걸 입쇼. 그날따라 바빴는데도 열일 제쳐두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급히 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니까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싱글싱글 웃기만 했습니다요.

형방 지동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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