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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42) 금오산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3.27(금) 12:22:1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42금오산 1

 

미소42금오산 2

“백제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요?”
단의 물음에 의각대사는 탄식과 함께 입을 열었다.

“백제가 없어진다 한들 세상 만물이 뒤바뀌는 게 있겠느냐? 다만 백제 사람이 백제라는 이름을 못쓰는 것만큼 안타깝고 아쉬운 일도 없겠지.”
의각대사의 탄식은 더욱 안타깝고 아쉬운 것이었다. 단의 한 숨도 깊어졌다.

“예사로운 까마귀가 아니로구나. 몸빛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니 분명 부처님의 계시인 모양이로구나.”
의각대사는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벌써 보름씩이나 꼼짝 않고 앉아 종을 치며 염불만을 외우고 있었다. 단은 의각대사를 따라 일어섰다.

의각대사와 단은 금까마귀가 이끄는 대로 길을 나섰다. 금까마귀 두 마리는 어디론가 길을 안내했다. 들을 건너고 물을 건넜다. 마을을 지나고 산 아래에 당도하자 홀연히 금까마귀가 사라졌다.
의각대사는 밭을 갈고 있던 노인에게 물었다.

“이 산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의각대사의 물음에 노인은 한 차례 훑어보다가는 던지듯 대답했다.

“남산이라고 하오. 그저 이름 없는 산이기에 사람들이 그냥 남산이라고 부르고 있다오.”
노인의 말에 의각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금까마귀가 사라진 곳이니 금오산(金烏山)이라 이름 해야겠구나.” 
의각대사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돌려 다시 쳐다보았다.

“금오산이요?”
“그렇습니다. 금오산.”
“그것 참 좋은 이름이오. 그렇지 않아도 산세에 비해 남산이란 이름이 그저 그랬는데 금오산이라 부르니 그럴 듯하오.”
노인은 흡족한 웃음으로 밭을 갈다가는 금오산으로 향했다.

“이곳으로 모셔야겠구나.”
의각대사는 금오산을 둘러보았다. 단정한 산세가 아담하니 보기도 좋았다.

“그럼 석불을 옮겨야겠군요?”
단은 그 많은 석불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그제야 노인이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대사님, 그 노인이 사라졌습니다.”
단의 말에 의각대사가 금오산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노인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허, 그렇구나. 신기한 일이로고.”
의각대사도 놀란 눈으로 단을 바라보았다.

“가자! 가서 석불을 옮기자꾸나.”
의각대사와 단은 다시 석주포로 돌아왔다. 그러나 막막하기만 했다. 그 많은 석불을 옮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각대사와 단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한 노인이 포구를 향해 마차를 끌고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흰 소가 끄는 마차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노인은 어제 금오산에서 만났던 바로 그 노인이었다. 단은 반가움에 얼른 알은 체를 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신지요?”
단이 묻자 노인이 웃음 띤 얼굴로 답했다.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중인데 전쟁 통이라 영 여의치가 않네 그려.”
노인의 말에 의각대사가 정중히 합장을 올렸다.

“의각이라 합니다. 석불을 모셔야 하는데 방법이 없으니 노인장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의각대사의 말에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나야 뭐 일거리도 없는데다 부처님을 모시는 일인데, 다음에 이 늙은이에게 좋은 일이 있겠지요.”
선뜻 승낙한 노인은 석불을 마차에 싣고 나르기 시작했다. 의각대사와 단은 한 시름 놓았다. 뜻하지 않은 도움에 단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의각대사는 도움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았다.

의각대사 일행이 금오산에 이르렀을 때 금까마귀가 다시 나타났다.

“대사님, 저기 그때 그 금까마귀가.”
단이 손을 들어 가리키자 금까마귀는 푸른 계곡으로 호를 그리며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는 다시 날아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저 곳이 예사롭지 않구나. 저 곳으로 가보자!”
의각대사를 따라 산 아래로 가보니 가을 물만큼이나 차고 맑은 샘물이 솟고 있었다. 가파른 절벽과 구불구불 구부러진 소나무가 용틀임을 하고 있는 계곡 아래였다. 금까마귀는 거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황금빛이 도는 검은 몸이 범상치 않았다. 사람 소리에 놀랐는지 금까마귀는 의각대사 일행을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이내 날개 짓을 하며 푸른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빙빙 돌다가는 홀연히 금오산 쪽으로 사라져갔다.

“물이 맑고 향기로우니 이곳이 부처님의 정토로다.”
의각대사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천년을 이을 땅입니다. 부처님의 영험함이 깃든 땅이고말고요.”
의각대사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터를 찾았다. 금당과 전각을 지을 자리를 정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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