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올 8월에 충남에 오신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교황께서 한국에 오실 때 방문하시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충남 당진에 위치한 신리성지입니다. 신리성지는 솔뫼성지와 더불어 충남에서 손꼽는 천주교 성지입니다. 신리성지에는 '버그내 순례길'과 '내포문화숲길 천주교순례길'이 지나고 있으며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바로 내포문화숲길 천주교순례길 입니다.

이번 순례길 걷기를 출발한 곳은 바로 합덕제입니다. 충남 기념물 제70호로 지정된 합덕제는 신라 말기 견훤이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는 제방으로 곡창지대인 합덕평야에 물을 대기 위한 저수지였다고 합니다.

당시 합덕제의 저수 면적은 총 17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으로 저수지에서는 6개 마을에 9개 수문을 통해 관개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논으로 변한 합덕제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위용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곳 합덕제는 현재 테마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그 모습이 기대됩니다.

이번 천주교순례길 걷기에는 예산 임성중학교 국토교육 동아리 '탐라순력家'여러분들도 참가하였습니다. 동아리 지도선생님과 학생들은 제주올레길 전구간을 완주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총 21개 코스, 425km를 완주하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더라구요.

걷기를 진행한 내포문화숲길 천주교 순례길은 버그내 순례길과 일부 구간이 겹쳐집니다. 코스가 겹치는 것에 대해 예산낭비라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코스를 놓고 보면 중복되는 구간은 일부일 뿐만 아니라 길 속에 담긴 의미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길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종교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보다 풍부하고 멋스러운 걷기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천주교 사적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신앙생활의 터전이었던 곳과 다른 하나는 순교지입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바로 신리성지를 비롯한 여사울성지, 솔뫼성지, 다락골성지로 사도가 태어나거나 중요한 종교적 활동이 있었던 곳을 말합니다. 후자인 순교지는 해미성지와 홍주읍성, 황새바위성지 등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고 순교한 곳을 말합니다.

저 멀리 합덕평야에 우뚝 솟은 건물이 있었으니 이곳이 바로 신리성지였습니다. 신리성지는 복음전파를 위한 번역 및 출판 활동이 활발히 펼쳐졌던 곳입니다. 또한 안 안토니오 주교를 비롯한 오매르트 오 신부 등 많은 순교자들이 체포된 곳으로 매년 수천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두고 성지를 가꾸는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이곳에 교황이 방문하시고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모일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합덕제에서 신리성지까지는 걸어서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이 대자연의 법칙~!! 걷기에 참가한 분들이 싸온 김밥과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잠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