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주 오일장에 갔네요.
공주 오일장은 1, 6, 11, 16, 21, 26일 이렇게 5일 간격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3주전쯤 6일 날 카메라를 들쳐 메고 공주로 향했지요.
오일장 풍경은 원래 가기 전부터 신이 납니다.
볼거리 많죠, 정겹죠, 푸짐하죠, 인심 좋죠, 웃음 넘치죠, 구수한 입담도 듣고 운 좋으면 덤으로 하나 더 얻고...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사람 사는 향기 맡으면서 다 같이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우리네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나도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는 불끈 솟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거.
이게 사실 가장 신나는거 아니겠어요.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2.JPG)
공주 오일장은 산성공원 바로 아래 시민교통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부터 시작해 산성시장 한복판을 거쳐 공주시 교동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쭉 난전이 펼쳐집니다.
시장 한복판에 들어서자마자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마음씨 좋아 뵈는 양말 가게 아저씨의 구성진 호객 소리가 귀를 잡아당깁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3.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3](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4.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4](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5.JPG)
“골라골라. 양말여 양말. 대통령도 신고 장사꾼도 신고... 골라골라 빤쓰도 있어요. 빤쓰. 국무총리도 입고 목욕탕 주인도 입는 빤쓰요 빤쓰”
하하하하.
이 아저씨 입담 장난 아닙니다. 양말 팬티 팔면서 대통령도 팔고 국무총리도 파십니다.
또 한쪽에선 ‘쭉쭉빵빵 생물 갈치유 갈치. 생태같은 동태 있어유, 동태. 고등어 사유, 코다리 사유. 증말루 물이 좋아유’
듣는 내내 신이 납니다. 그 장단에 어깨가 절로 출렁입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5](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6.JPG)
‘뻥 튀겨유’ 안내간판이 눈길을 확 잡아 끕니다.
“여기, 충청도 공주 맞어유” 하는 간판 그대로입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6](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7.JPG)
아, 마침 점심때였습니다.
장사도 식후경. 앉은 상태에서 아침에 싸 들고 온 도시락 한 그릇 후루룩 말아 드시는 노부부. 많이 시장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찌나 맛나게 드시던지요.
체하지 말고 천천히 드시고 장사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대파와 양파, 시금치 전부 좋은 값에 팔고 가셨겠죠.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7](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8.JPG)
집에서 만든 두부. 이 손님 한봉다리 사 들고 가셨습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8](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69.JPG)
알토란 같다는 말 곧잘 쓰죠?
이 아주머니 앉아서 토란을 까고 계셨는데 눈여겨보니 정말 알토란이더군요.
토란 까는 솜씨도 하루 이틀 노련함이 아니었습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9](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0.JPG)
이분, 패션 감각이 보통 아니십니다.
파는 물건은 투명 봉지에 싸 가져오신 대추, 말린 호박, 콩 등인데 농산물보다 머리에 쓰고 계신 이 회색 모자가 너무 돋보이십니다.
러시아 쪽(?) 패션 같기도 하고요. ㅎㅎ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0](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1.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1](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2.JPG)
동태 포를 뜨시는 할머니, 아침에 집에서 막 만들어 싸 들고 온 두부를 손질하시는 할머니 두 분 다 많이 파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2](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3.JPG)
도시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첨단 디지털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까지 한다지만요...
우리 충청도 공주 양반들은 그런 거 익숙지 않습니다.
이렇게 구식 아날로그 라디오가 좋아유.
마치 80년대를 연상케 하는 구형 라디오를 파는 리어카 사장님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십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3](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4.JPG)
때가 때인지라 어묵 파는 포장마차에는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무와 다시마 듬뿍 넣고 푹 우려낸 뜨끈한 어묵 한 그릇에 소주까지 한 잔. 아니면 공주 전통 밤 막걸리 걸쭉하게 한 잔 들이키면 곧바로 ‘이태백’이 되는 거 아시죠?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4](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5.JPG)
식당 아주머니는 주문받은 백반 상차림을 머리에 이고 어디론가 분주히 걸어가십니다.
빨리 가야지 하는 마음이 급하기만 합니다. 손님이 배고파서 백반 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으니까요.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5](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6.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6](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7.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7](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8.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8](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79.JPG)
장터엔 많은 농산물들이 나와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태양초 고추, 시금치, 말린 여주, 각종 곡물까지요.
이렇게 작은 포장으로 콩, 팥, 깨, 조, 수수 등 때깔 좋고 맛 좋고 품질 좋은 곡물들이 없는 것 없이 죄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19](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0.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0](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1.jpg)
리어카에 펼쳐 놓고 파는 밤과 대추, 잘 저장됐다 나온 홍시는 마치 지금이 늦가을인 거 같은 착각을 주고 있습니다.
달콤해 보이는 저 붉은 감, 그대로 하나 사서 집어들고 한 입에 ‘우걱’ 집어넣고 싶더군요.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1](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2.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2](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3.JPG)
곶감도 있고 잘게 잘라 됫박으로 파는 대추도 있습니다. 한약재로 쓰거나 약밥을 만들 때, 혹은 떡 찌을 때 이 대추가 큰 역할을 합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3](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4.JPG)
재래 된장.
이걸 보는 순간 “아, 여기가 진정 시골 오일장이 맞구나”하는 생각을 다시금 느껴 봅니다.
지난 가을에 어머님네들이 메주를 쑤어 만든 집된장 말입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4](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5.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5](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6.JPG)
공주라고 해서 농산물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바닷가 시장 못잖은 푸짐한 해산물이 있습니다. 고등어 자반, 동태, 갈치, 오징어에 물 좋은 아구까지요.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6](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7.JPG)
줄줄이 꿰인 양미리가 질서정연하게 묶여 있네요.
그리고 마른 멸치는 크기와 종류, 용도별로 서로 다르게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7](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8.JPG)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8](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89.JPG)
미꾸라지와 금강에서 잡아 올린 잉어입니다.
추어탕 생각 나시죠? 잉어는 아기 낳은 산모에게 용봉탕으로 제격입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29](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90.JPG)
어성초, 헛개나무, 인진쑥, 녹차...
한약재란 한약재는 다 있습니다. 원산지와 가격을 써 놓은 나무 메뉴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서민들삶희망의숨소리가들리는공주오일장풍경 30](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91.JPG)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픕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어느 족발집의 군침 넘어가는 기름기 졸졸 흐르는 이 왕족발을 보고선 저도 결국 한 접시 사 들고 왔습니다.
![undefined](http://www.chungnam.net/export/media/article_image/20140327/IM0000659192.JPG)
집에 돌아와서 풀어 헤쳐보니 얼마나 맛있던지요.
그냥 족발만 먹기가 아까워서 막걸리 한 잔 곁들이려다 생각해 보니 공주에서 밤 막걸리 한통 사 들고 오지 않은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됐습니다.
다음번에 가면 꼭 세트로 사와야겠습니다.
공주 오일장 여행, 참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