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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연재소설 미소 (5) 아비규환

2014.02.25(화) 20:43:5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연재소설미소5아비규환 1


귓전을 스치는 화살소리에 단은 넋이 나갔다. 오직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살아야한다는 일념만이 몸을 웅크리게 했다.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인삼꾸러미에 쳐 박았다. 이어 비명소리가 들리고 뱃전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사이로 알아듣지 못할 고함소리도 날아들었다.

“어차피 시작된 싸움이다. 살기 위해서는 이겨야만 한다.”
상단주 송천은 화살을 날리며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바다 위를 안마당처럼 휩쓸고 다니던 바다도적들에게 무역선 한 척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전세가 급격히 기울고 상단주 송천이 쓰러졌다.

“단주님!”
승월아재의 안타까운 외침이 이어지고 이어 그의 입에서도 똑 같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후미 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도적이 배를 건너온다!”
이어 짧은 신음소리가 또 다시 들려오고 뱃전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칼이 부딪는 소리도 들려왔다. 선상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살육에 불과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해적들이 가량선으로 올라서서는 상단 사람들을 도륙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이은 비명소리에 단은 고개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피가 튀고 널브러진 시신들이 뱃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거친 수염에 처음 보는 낯선 복장의 바다도적들은 그야말로 저승에 있다는 야차가 분명했다. 단은 질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고는 손을 머리에 감싼 채 뱃바닥에 엎드렸다. 비명과 신음소리 그리고 외침과 고함소리로 가량선은 지옥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붉은 피가 엎드린 뱃바닥으로 흘러 내려왔다. 단은 자신도 모르게 나무관세음보살을 외웠다. 연의 모습과 의현대사의 모습이 연신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면서 왜 이 가량선을 탔는가 하는 후회하는 마음이 가슴 속에서 화르르 피어올랐다. 절절하게 후회가 되었던 것이다.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진 지 얼마 뒤, 너무도 허무하게 가량선은 바다도적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상단 사람들은 모두 살해되고 말았다. 쓰러진 시신들과 핏물로 뱃바닥은 지옥마당을 방불케 했다. 단은 저절로 온 몸이 떨려왔다.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떨고 있을 때, 누군가 날카로운 칼끝으로 단의 등을 찔러댔다. 단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두려움과 공포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바다도적이 무어라 중얼거려댔지만 단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단은 애원하며 두 손을 모아 빌었다. 그러자 도적들은 단을 둘러싸고 킬킬거리며 무어라 자기들끼리 주고받았다. 험악한 인상의 한 도적이 칼을 들어 찌르려했다. 단은 고개를 쳐 박고는 온 몸을 떨어댔다. 그러자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며 막아섰다.

그리고는 또 다시 자기들끼리 무어라 주고받았다. 몇 몇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의 말에 동조하는 듯 했다. 이어 칼을 들어 찌르려하던 사내도 칼끝을 내려뜨렸다. 단은 넋이 나간 채 그들의 입만을 쳐다보았다. 목소리로 분위기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은 애절한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결정이 내려졌는지 한 도적이 손짓으로 단을 불러 일으켜 세웠다. 단은 오금이 저려 제대로 일어 설 수도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도적들은 킬킬거리며 또 좋아라했다. 도적은 칼끝으로 단을 밀어댔다. 배의 뒤쪽으로 가란 모양이었다. 단은 어기적거리며 배의 후미로 갔다. 그러자 도적은 노를 가리켰다. 노를 저으란 말이었다. 단은 노를 잡고 부지런히 노를 젓는 시늉을 했다. 노를 저어본 적이 없는 단이었지만 살기위해 그동안 보았던 것을 떠올리며 노를 저어댔다. 도적들은 킬킬거리며 단을 희롱했다. 살았다는 다행함에 단은 부지런히 노를 저었다.

그제야 뱃전에 쓰러진 상단주 송천과 승월아재 그리고 천판노인을 비롯해 상단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참한 모습에 단은 모골이 송연했다. 잘린 목과 팔 다리 그리고 검붉게 흘러내리고 있는 핏물, 단은 난생처음 사람의 죽음과 피를 보았다. 살아있는 사람이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것이었다. 더구나 며칠 사이 피붙이처럼 지내던 상단주 송천과 승월아재 그리고 천판노인의 주검 앞에서 단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남았다는 다행함을 괴롭게 하는 고통이었다.

단이 살아남았다는 다행함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도적들은 상단 사람들의 시신을 하나씩 바다 위로 던져 넣기 시작했다. 단의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한 도적이 다시 단을 가리켰다. 단은 가슴이 철렁하며 쏟아지던 눈물이 쑥 들어갔다. 도적이 손짓을 하며 부르기에 단은 득달같이 달려갔다. 그러자 도적은 시신들을 바다에 던져 넣으라며 손짓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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