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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황무지에서 우승을 일궈내기까지

대통령배 고교야구 우승 공주고등학교 오중석 감독

2013.09.04(수) 18:11:44 | 공주신문사 (이메일주소:plbest@hanmail.net
               	plbest@hanmail.net)

공주고등학교가 36년만에 대통령배 전국고등학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92년 청룡기 대회이후 21년만의 우승이다.

결승에 진출한 것도 21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우승의 감격이 마저 가시지 않은 28일 오후 오중석 공주고 야구부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오중석 감독의 얘기를 정리한 것이다.

공주고등학교 야구가 그동안 침체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공주고는 원래 야구명문이 아닙니다. 전국대회 우승 2번에 불과합니다.

77년 대통령배 야구대회에 처음 우승했지만 공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 성적이 전무하다 1990년 중흥기를 맞이합니다. 제가 2학년 때 당시 3학년 신재웅 선수와 2학년 박찬호 선수, 1학년 노장진 선수까지.

1990년 청룡기 준우승, 1991년 전국체전 우승, 1992년 청룡기 우승으로 반짝하다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며 그 전으로도 후로도 성적이 전무하고 최근에는 야구부 해체설 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성적을 바라지 말고 야구할 수 있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선배님들이나 지역 시민들은 공주고 야구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계시지만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학교에서 보면 이름 없는 시골학교에 불과합니다.

정상급은 아니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결정짓거나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좋은 팀과 견주어 손색없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8회 위기상황에서 투수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천안 북일고라서 바꾸지를 못했습니다. 북일고 선수들이 이재림 선수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바꿔줄 선수가 없었습니다.

경기전에는 이재림 선수가 초반을 잘 막아주고 김훈호 선수가 나머지 이닝을 던지게 할 생각도 했지만 초반에 점수가 벌어지면 경기가 어려워질 거 같아 김훈호선수를 선발로 세웠습니다.

다행히 김훈호 선수가 3실점으로 막아줬고, 9회에도 실점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운이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8회 마지막 타자가 스퀴즈를 할 때 공을 뺀 게 작전이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은 김훈호 선수의 실투였습니다. 그게 8회를 마무리하는 공이 된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학교 선배로서 선수들이 공주고 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기본기를 다지고 정신력을 잘 컨트롤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열정과 투지가 있는 선수를 만들어 진학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공주고에 대한 시선이 달리지면 진학이나 프로에서 선수를 영입할 때 좋은 조건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고, 이게 오래 이어지면 야구하기 좋은 학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난적은 광주 진흥고였습니다. 만년 우승후보인 광주일고는 그래도 어떻게 든 작전을 구상할 수 있는 팀이었지만 진흥고 하영민 투수는 현재 고교팀 중 최상위 클라스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력, 스피드, 변화구, 견제, 수비 모든 부분에서 최상입니다. 특히 견제와 번트 수비가 뛰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결과입니다.

북일고와의 경기도 그 동안 당연히 지는 거란 인식이 깊숙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최근들어 투지가 살아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더라도 배우는 게 있어야 하고 배울 수 있으면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데 연습한 것 해보지도 못하고 지는데 화가 났고, 그런때는 호되게 야단도 쳤습니다.

처음 감독으로 왔을때는 북일고와의 경기에서 콜드게임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2~3점 차로 져도 선전했다고 자축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3승2패로 우위에 있었고, 이번 대회로 4승2패가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북일고 에이스 유희운이 빠져서 차떼고 경기를 하게 됐다고 했지만 만약 유희운 선수가 나왔더라면 더 일찍 승부가 갈렸을 겁니다.

3승 중 두 번이 유희운 선수가 던질 때 승리한 겁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박준성 선수의 공이 낯설어 점수를 빼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큰 대회에서 아이들이 긴장하고 겁먹을까봐 걱정했는데 최근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기고 있고 자신감도 생기고 이기는데 대한 희열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선배들이 응원오시는 것도 걱정이 됐습니다. 처음 밟아보는 큰 운동장에서 선배님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을 느낄까봐 걱정했는데 우승의 반은 선배들 몫인 것 같습니다.

제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처음 감독을 맡을 때 좋은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전 감독이 경질되고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젊은 사람이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면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38살에 부임했습니다.

해체 얘기가 나올 때 “좋습니다. 다른 지역 출신들이 공주고 어렵게 하는 것 보고 있지 말고 해체를 하더라도 내가 하겠습니다”하는 기분으로 왔습니다.

다행이 오주상 코치와 의기투합이 되고 오 코치가 아이들과 형 동생 대하듯 잘 지냈던 것이 용기 잃지 않고 끝까지 해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공주고 코치를 하다가 대전에 리틀야구팀이 생기면서 감독으로 갔습니다. 감독생활은 리틀야구감독이 다죠. 공주고 감독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데 우려를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도를 한 거지 선수는 아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감독으로 와보니 선수수급이나 운영 뭐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었습니다. 선수는 22명 밖에 안 되고, 지금은 40명인데 내년에 14명이 입학예정입니다. 정체성이 적립되고 있는 중입니다.

운영도 학부모와 학교간의 갈등에 학부모들이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는데 배세환 교장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정리되고 지원도 잘해주셨습니다. 부모들도 고마움을 느끼고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편가르기도 없어지고 한 방향으로 힘을 합칠 수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그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승했다고 아이들 진로가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동문들 즐겁고, 학교 위상은 높아지지만 4강제도가 없어지면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프로야구에서 지명되고 대학가고 합니다.

좋은 대학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야구 명문고등학교로 만들어야 합니다.
내년이 선수구성이 더 좋은데 올해 우승을 해놔서 부담이 큽니다.

공주고등학교를 우승으로 이끈 오중석 감독.

▲ 공주고등학교를 우승으로 이끈 오중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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