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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농촌을 꿈꾸는 시골교회 목사, 지역의 희망이 되다

광시송림교회 이상진 목사

2013.09.02(월) 16:47:19 | 무한정보신문 (이메일주소:jsa7@yesm.kr
               	jsa7@yesm.kr)

행복한농촌을꿈꾸는시골교회목사지역의희망이되다 1

 


손톱밑이 까맣다. 습진으로 살갗이 벗겨진 손바닥, 여기저기 긁힌 손등, 곧게 펴지지 않는 손가락. 한눈에 봐도 ‘일하는 손’이다.

“노동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옛날에는 임금도 노동을 했어요. 더구나 농촌에서 살면 당연히 해야죠”

예산군 광시송림교회 이상진(46) 목사. 초임 목회지인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에서 15년째 살아오는 동안 그의 손은 늘 그래왔다.

교회의 모양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붉은 벽돌의 십자가건물이 교회의 존재를 알려줄 뿐,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창고, 작업장, 텃밭, 벌통, 항아리들은 마치 어느 농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목사가 별겁니까. 정주(定住)목회를 하는 사람은 주민인지 목사인지 모르게 사는 겁니다”

그는 올해 광시면 시목리와 인근 마을 농민들이 수확한 양파를 20㎏ 한 망에 2만원씩 1500망 전량 수매했다.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계약재배한 물량이다. 건강하게 길러진 양파는 교회에 갖춰진 가공시설에서 양파즙으로 재탄생해 일찌감치 다 팔렸다.

‘꿈포유’양파즙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믿고 먹는 건강식품’이다.
“지금까지 처럼 조기품절이 돼야 제가 놀 시간이 생기는데, 내년에는 양파를 심겠다는 주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예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목소리에는 근심이 전혀 서려있지 않다. 그는 농민들이 안정된 수익을 얻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농산물은 가공해서 팔아야 수익이 더 나는데 농민들이 시설을 다 만들 수 없잖아요. 농민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력만 들여서 수확을 하고, OEM(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제조와 판로를 제공하는 일을 나눠하는 거죠”
그는 한 마을에 소규모 기반산업을 갖추고 농민들 누구나 생산시설과 판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춰야 농촌이 안정된 소득구조를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장운영자가 영리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공·판매수익은 농산물 계약재배와 높은 인건비 지출로 농민과 나눈다. 예를 들면 농촌에서 여성의 하루 일당이 현재 4만원인데 7만원을 주는 식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아도 상관없다.
그러고도 남는 수익은 백내장 수술이나 장학금 지급 같은 형태로 마을과 주민에게 환원하고 있다.

시목리 마을기업 ‘꿈이 익는 영농조합’이 2년째 잘 운영되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황새권역내에 협동조합을 구상하고 실제 주민회의를 시작한 그는 지금이 호기라고 확신한다.

“광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황새권역사업은 우리에게 혁신의 기회입니다. 도시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면서도 돌아오지 못하는 후손들에게 농촌이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을 지금 하고있는 거죠”

그러나 혁신의 과정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구성원간의 갈등은 많은 이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목사는 이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낸다.
“다툼이나 갈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죠. 문제가 없으면 진보도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부딪치면서 배우게 됩니다. 협동에 대한 거부는 신뢰가 없어서인데요, 농민들이 수탈의 역사를 겪어오면서 신뢰가 사라진거죠. 그러나 바탕교육을 하면 신뢰는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살린 농촌, 그리고 입양

교회 마당에 있는 뽕나무. 시목리에서 산 세월이 이 목사와 같다는데, 이 나무 한그루에서 난 오디로 식초를 담그면 연 순수익 500만원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 교회 마당에 있는 뽕나무. 시목리에서 산 세월이 이 목사와 같다는데, 이 나무 한그루에서 난 오디로 식초를 담그면 연 순수익 500만원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 농민들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꿈포유 양파즙에는 눈물겨운 역사가 있다.

8년 전 당뇨로 실명에 이르고, 몸무게가 44㎏까지 줄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는 병원에서도 포기한 몸을 스스로 살려냈다.

피를 맑게 해주는 성분이 많다는 양파의 즙을 내어 상시복용하자 놀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몸이 회복됐다.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을 확장시켜주는 오디도 식초로 만들어 먹었다. 약으로 못고치는 병을 식습관으로 고칠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년동안 실패만 거듭하던 농가공상품의 답도 자연스레 얻어졌다.

병마와 사투를 벌이면서 얻은 또 하나의 보물이 있다. 그는 부인 함정란씨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둘째아들(9)과 막내딸(2)은 입양을 했다.
“죽음 앞에 서서 하나님이 기뻐할 마지막 일이 무엇일까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죠. ‘당신에게 짐이 될 수 있는데 입양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고, 저도 한 생명을 입양해놓고 무책임하게 죽을 수 없어 더 열심히 살아냈습니다”

그는 공개입양을 하는 이유에 대해 “출생은 감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또 입양사실을 사춘기때 알게 되면 방황의 폭이 커지죠. 자신의 존재를 일찍 알아야 받아들이기가 더 쉽고 정체성의 혼돈을 겪지 않습니다 ”라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식자랑하는 팔불출이 된다. “저희 둘째는 탱크예요. 운동장을 수십바퀴 돌아도 지칠 줄을 몰라요. 운동을 하면 잘 할 겁니다. 큰애는 농업을 전공해 농촌의 희망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다들 본인이 하고 싶은일 하며 살아야 겠지만요. 막내딸요? 그냥 보기만 해도 이쁘죠”

이 목사는 아이를 더 입양하고 싶지만, 부인에게 미안해 더 이상은 요구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아내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텐데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어요. 목회자의 아내로, 세 아이의 엄마로 너무 고됩니다.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시간도 줘야죠”

자비량 실천하는 시골교회

문득 이렇게 오랫동안, 지역에 보탬을 주며 이웃으로 살아가는 교회의 신도수가 궁금했다.

“저는 주민들이 ‘목사님한테 미안해서 교회에 나가야 겠다’고 하면 ‘미안해서는 나오지 마라’고 합니다. 그건 인권강탈이죠. 또 억지로 나오면 제대로 못하는 법이거든요.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하늘의 법대로 살면 모두가 교인이예요. 교회가 있으므로 해서 사람이 평안해지고 지역이 잘 살면 그것이 교회의 역할인거지 신도수를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 작은 시골교회에서 자비량(自備糧-자기가 쓸 양식이나 물품을 스스로 갖춤)을 실천하고 사는 그에게 괜한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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