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늦은 오후의 풍경은 참 고요하고 평화스럽습니다.

들이나 밭 일을 마치고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의 지친 뒷모습과 멀리서 들려오는 정겨운 경운기 소리...

마당에 나가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 되어 가는구나 싶을때쯤...
어김없이 나타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아주 얄밉고도 독한 모기 녀석들이지요.
애들에게도 어두워지기전에 얼른 들어가자 하는데... 오늘은 더 놀고만 싶은지 요기 조기 모기에 물러가면서도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않네요.
애들은 애들인가 봅니다.

나또한 시골에서 자랐는데 여름날 밤에는 항상 아버지께서 풀 냄새나는 들풀들로  모깃불을 피워주셨습니다.
우리집 마당 가득히...
바람 방향에 따라서 여기 저기로 움직이는 모깃불의 연기...
평상에 앉아서 우리 가족 모두 저녁을 먹고 수박이랑 옥수수도 먹으면서 하루일을 얘기했었던 참 소소하니 행복했던 날들이 기억이 납니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런 저런 옛날 이야기를 하다 "우리도 모깃불 한번 피워볼까?~~~~" 했더니만...
남편이 후다닥 준비해준 오늘의 우리집 모깃불 모습입니다.
어째 모양새로 봐선 모깃불이라 하기도 뭐하지만... 나름 멋지더라구요...^^

집에 있는 불판에다 숯을 얹어 불을 피운 뒤에 마당 왼편에 있는 커버린 쑥들을 베어와 숯 위에 올렸습니다.
 

완전 대~  박~~~~~  쑥 향기까지 쏠쏠 풍겨나는 멋진 모기불이 되었어요.
 

마른 쑥이 아니라 오히려 어렸을때 아빠가 피워주셨던... 그 풀 냄새 많이 나던 추억의 모기불 향이 났습니다.
 

불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이 납니다.
너무 좋고  참 따뜻하구나... 싶으면서도 편안한 느낌... 뭔가 특별해지는 느낌...
사람들은 불을 보면서 진솔한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불의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녹여서 일까요? ~~~~
 

아주 그럴싸한 우리집의 쑥 향기 솔~ 솔~~ 나는 멋진 모깃불...
모깃불의 연기들이 더 많아집니다.

연기가 마당으로 퍼져 나가자 그제서야 눈치를 챈 아들 녀석들이 후다다닥 달려 옵니다.
" 우와... 우와... 불이다.... " 하더니만 마당에 떨어진 솔방울도 주워와서 요렇게 올렸습니다.
아이들은 물놀이 뿐 아니라 불장난도 무지 좋아라 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깃불에서 잼나게 노는 동안 난 감자를 준비해 봤습니다.
그냥 삶아 먹어도 너무 맛있는 빨간 감자를 모깃불 불에 구워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요?
 

감자를 불씨에 잘 숨겼습니다.
' 감자야... 감자야 맛나게 잘 익어라... '
모기불 불씨를 가까이서 보니 쑥 향기가 연기 냄새와 섞여 나면서 맵지않고 묘한 느낌이 드네요.
 

드디어 맛난 구운 감자 완성~~~~ ^^
완전... 고구마처럼 노랗고 담백하면서도 너무나 달콤하니 참 맛있네요.

어때요... 요리 봐도 너무 맛있겠지요?~~~~~~ ^^

오늘은 뜻하지 않게 모깃불도 피워보고...
아이들과 불장난도 해보고...
이렇게 맛있는 구운 감자까지 먹고...

요런게 우리가 시골로 와서 사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가족이 함께... 작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가며 직접 체험도 해보면서 오늘 하루도 의미있게 잘 보낸것 같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여러분도 여름날 밤에 아련한 모깃불의 추억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