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고향집에서 양파를 캐며 부모님 일손을 도운 하루

2013.06.24(월) 11:34:45 | 이기현 (이메일주소:jhdksh8173ahj@hanmail.net
               	jhdksh8173ahj@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릴때는‘다마내기’라고 불렀던 양파. 물론 일본말이었는데 그런것도 모른채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아무 생각없이 우리도 다마내기라고 따라 했던거지요.

 어제는 일요일이어서 금산의 부모님께 달려가 일손을 보탰습니다. 양파캐기를 하고 돌아왔네요. 뙤약볕에 쪼그려 앉아 일을 하는거, 해보신분들이야 그게 어느정도의 고충인지 대충은 아시겠지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향집 자갈밭

▲ 한쪽에 양파를 심은 고향집 자갈밭


 보시다시피 고향집 밭은 산자락 아래 말 그대로 자갈밭입니다. 낚시 입질 좋은 곳에서 낚시꾼들은‘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한다지만 우리 양파 밭은‘자갈 반 양파 반’이네요.

이미 캐 놓은 양파

▲두분이 쉰 새벽부터  이미 캐 놓은 양파


 “엄니. 벌써 다 뽑아놨네. 내가 할 일도 없잖아요”
 일요일 아침 일찍 줄달음쳐 갔더니 이렇게 자갈이 더 많은(?) 양파밭에 이미 두분은 양파를 죄다 캐 놓으셨더랬습니다.

줄기 자르기 시범을 보이시는 아버지

▲ 줄기 자르기 시범을 보이시는 아버지


 “그게 아녀. 자 봐라. 이렇게 잘라야 하능겨”
 아버지가 시범을 보이십니다. 엄니도 친절하게 한번 더 설명을 주십니다.

 맞습니다. 요즘 도시 주부들은 편한거 무지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주부님들 취향에 맞춰야 합니다. 양파 줄기를 먼저 가위로 싹둑 잘라내는거야 예전부터 해 오던 일입니다.

뿌리에 난 수염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 뿌리에 난 수염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헌데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보시다시피 양파 밑의 잔 뿌리인 수염도 잘라줘야 합니다.

 두분은 이른 아침부터 이 밭에 나오셨을 것입니다. 소반에 간단한 아침 상 챙겨 드시고 뻐꾸기 우는 새벽녘에 안개도 걷히기 전부터 작은 쇠스랑을 들고 이 자갈밭으로 나오셨을 것입니다.

양파를 캐는데 쓰는 작은 쇠스랑

▲ 양파를 캐는데 쓰는 작은 쇠스랑


 이게 양파 캐는 작은 쇠스랑입니다. 이걸로 쉰 새벽부터 땅을 파서 양파를 캐내신 것입니다. 아버지는 손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양파 값이야 좋든 말든 그저 농삿일이 천직이려니 싶어 어제도 오늘도 묵묵히 땅을 일구시는 두분. 그리고 농촌의 모든 분들.

 당신들에게 흙은 삶의 터전이고, 자식들을 잉태하여 낳게 해준 생명의 땅입니다.

묵묵히 일만 하시는 어머니

▲ 묵묵히 일만 하시는 어머니


 그렇게 생각하며 엄니는 묵묵히 가위를 잡고 양파 줄기와 뿌리를 잘라 내십니다.
 아버지는 이 양파를 가꾸기 위해 이미 지난 가을부터 자갈을 걷어내며 씨앗을 뿌리셨을 것입니다. 한뼘 정도 모종이 자라면 뽑아서 정식을 해야 하는데 구근을 생각 하여 적당한 거리를 구고 정식을 하시고 나면 찬바람이 불어 옵니다.

 늦가을, 서리 내리 기전에 비닐 피복(구멍 없이 포장)을 해두어 동해 피해를 방지 하고,  이제 이른 봄에 비닐을 걷어 잘라낸 다음 구멍을 ?어 이녀석 양파의 싹이 움트도록 도와줍니다.

잘 자라주어서 고마운 양파들

▲ 잘 자라주어서 고마운 양파들


 그렇게 이미 작년 가을부터 노심초사 정성을 쏟아 부어 잘 자라준 양파가 고맙습니다. 이렇게 알이 크고 튼실하게 커 주었으니 이중 일부는 내다 팔고, 일부는 아들 딸들에게 주실것입니다.

 자식이라고 와서 일거리 도와드린다고 해봤자 사실 큰 도움 되지 않습니다. 자식도 오랜만에 가면 손님이 되니 밥 차리고 신경 쓰이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자식이 좋아서 부르십니다. 일은 핑계고요, 양파 캐는 일은 아들 보고싶다는 메시지 인 것입니다.

 더 자주 가지 못해 죄송할 뿐이죠.

캐고 나서 트럭에 싣는 망태기 양파

▲ 캐고 나서 트럭에 싣는 망태기 양파


 한낮 뜨거운 태양은 피했다가 다시 오후 4시쯤 나가서 일을 재개한 후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한 덕분에 다 캔 양파를 붉은 망에 담아 조그만 트럭에 싣습니다.

 그렇게 해루 일을 마무리 하자 별로 큰 도움은 안 됐지만 마음만은 뿌듯 합니다. 두분 건강하시고, 그렇게 밝은 얼굴을 뵐수 있어서 좋았고, 일에도 조금은 보탬이 되었으니.

 “엄니, 나는 양파 캐러 왔으니까 두 망태기는 줘야 돼요!”
 “그려. 이 양파 니가 다 가져다 먹거라”

 엄니와 우스갯 소리를 나누며 시골집을 나오던 어제 밤. 고향집 고향마을에는 서서히 깊은 밤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이기현님의 다른 기사 보기

[이기현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