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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감사 드리며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

2013.05.08(수) 13:31:15 | 이기현 (이메일주소:jhdksh8173ahj@hanmail.net
               	jhdksh8173ahj@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살림 탓에 부모님은 우리 자식들을 참 어렵게 키웠다. 그 시절, 농촌에서 유복한 집이 어디 있겠으며, 설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한들 손바닥만한 밭뙈기 일궈 자식들 학교 보내기도 벅찼던 시절이다.

 그런 와중에 자식들 키우기 참으로 어려웠으니, 아이 낳고 닷새만에 호미 들고 밭에 나가 풀을 뽑았다는게 ‘전설’이 아닌 사실이었고 그게 당시의 농촌 살림의 현실이었다.

 학창시절, 책값 2만원이 없어 그걸 구하고자 이른 새벽부터 남의 집에 돈 꾸러 다니셨던 아버지, 생일날 아들에게 미역국 한그릇 끓여주시려고 장 보기 며칠전 남의 집에 품을 팔러 가셨다가 낫으로 팔을 베이고 돌아오셔서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던 어머니.

 그렇게 어렵게 자식 키우시면서 두분은 항상 가족간의 화목과 우애를 강조하셨다.  그렇게 자식들을 반듯하게 키워내신 두분, 이제 많이 늙으셨다.

고향집에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 액자

▲ 고향집에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 액자



 오늘이 바로 어버이날이다.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한 가득 담아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한 가득 담아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지난주말에 카네이션을 사 들고 미리 다녀오긴 했다. 고기도 사고 과일도 사서 들고 간 고향 집에는 령님과 누님도 와 계셨다.  다같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드니 그동안 적막강산 같았던 시골입이 오랜만에 사람사는 집으로 변한다.

 평생 이렇게 온 가족이 다같이 모여 부모님도 모시고 살면 좋겠건만 이런저런 사정들 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여의치 못하니...

 부모님은 자식들을 보면 항상 “건강혀라. 건강이 재신이다”라 하신다. 먹고 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시던 아버님과 당신의 삶을 반추해 보면 돈도 좋지만 건강을 잃어서는 안된다는걸 강조하시는 것이다.

 결혼 해서 따로 떨어져 생활한 지 오래 지났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자식들에게 든든한 후원자로 계시는 분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드시는 모습을 보면 다시 가슴이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다.

 '나무는 고요하게 있을려고 해도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잘 모실려고 하지만  이미 당신은 떠나고 안 계신다'는 옛말. 그래서 부모는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것 같다.

 부모님은 평생 농삿꾼으로 사셨다. 이른 새벽에 후레쉬를 들고 밭으로 나가셨던 천상 농삿꾼 이버지. 그렇게 충청도 고향을 지키며 농사일만 열심히 하신 분이고, 나 또한 그런 아버님을 항상 존경하며 살아왔다.  언제나 시골에서 건강하신 몸과 마음으로 육체 노동을 하시며 농사에 매달리셨지만 건강에는 그래도 항상 자신 있으셨기에 우리 아버님만큼은 100세라도 무난히 사실것을 믿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자식들의 마음은 다 똑같지만, 마음과는 달리 가끔 몸이 편찮으시다며 병원에 다녀 옷는 것을 보면 마음이 철렁하기도 한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자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두분의 종합검진을 선물로 드렸다.

 “나이 먹은 늙은이가 검진 받아서 뭐혀냐. 때가 되믄 죽는거지. 야들은 돈을 뭐 이런데 쓴다냐”
 굳이 병원에 가시지 않으시겠다는 아버님의 말씀. 나이 들면 죽는게 당연하다는 말씀에 다시 가슴이 휑한 느낌이 다가온다.

 “아버지, 그랴도 다녀 오세요. 아프시기 전에 혹시 나쁜거 있으면 찾아서 치료해야죠”
 형님의 간곡한 호소에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이신다.

 대개의 질병들은 작은 증상에서부터 출발하고, 특히 연세가 있으신분들은 작은 증상이 생겼을 때 병을 키우는게 다반사다. 그래서 연세 드신 부모님께 이게 가장 좋은 선물일것 같아서 준비한건데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현인들의 명문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이 어버이날에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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