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의 전언에 깜짝 놀랬다.
진호는 청양군 목면에서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 동창이다. 이 녀석이 왜 그러냐고 묻자 총무는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했다.
몇 년전에 구제역이 돌아 전국의 수많은 돼지와 소가 살처분 되던 때 진호네 축사에 있던 돼지도 마찬가지였고 큰 손실을 봤다. 그때 충격과 실의 속에서 어렵사리 재기를 하고 있던중 연말에 망년회를 하는 자리에서 우리 친구들은 즉석으로 진호네를 돕기로 만장일치 결의를 했었다.
진호네는 다문화 가정을 일구어 살고 있었는데 베트남이 친정인 진호 아내를 고향에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구제역까지 터져 힘든 나날을 보내던 진호와 그의 아내였는데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두사람의 왕복 항공권과 이런저런 선물도 마련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한달쯤 지난 그해 1월말에 두사람은 친구들 덕분에 친정이자 처갓집에 다녀올수 있었다. 진호는 눈물나게 고맙다며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그후 두 사람은 성심을 다해 돼지를 키웠고 지금은 자수성가 하여 안정적인 축산농가 사장님이 되었다.
진호는 오래전 동무들의 도움이 고맙기도 했지만 두고두고 빚이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성격이 워낙 깔끔하고, 남에게 손 벌리기도 어려워 하던 심성 착한 친구였기에 고향 친구들의 도움마저 빚으로 느꼈던 녀석.
이제 그 마음의 빚을 갚겠노라며 모교 개교 기념일 체육대회 행사에 동무들을 위해 기르던 돼지 한 마리를 선뜻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럼, 진호는 이번에도 처갓집에 갈수 있겠네”
총무의 질문이었다.
“글쎄, 그런데 진호는 신청 안하나봐. 해당이 안되는거 같지. 군청에서도 다 보내줄 수는 없으니까 우선 10가정만 심사해서 보내주는거 같애. 여기서 오래 살고, 부모님 모시고 사는 사람 이런거 다 심사해서 결정한다는데... 아마 진호는 군청에서 보내주는게 아니라도 이제 자기 능력으로 처갓집 가고도 남을거야. 돼지 축사 무지 크잖아. 고향 지키며 잘 사니까 고맙지 뭐. 안그러냐?”
“맞다. 짜식, 그때는 정말 얼굴이 말이 아니었는데. 지금 돼지농가 사장님이니까 처갓집도
많이 도와주는거 같어”
우린 즐거운 통화를 한참동안이나 했다. 청양군에서 다문화 가정의 친정방문 지원 계획도 어려운 가정 우선으로 선발하는것 같았다. 거기에 해당이 안될만큼 잘 사는 진호가 고맙고, 또한 친정에 가기 어려운 가정에 고향방문 기회를 주는 우리 청양군의 노력도 감사하다.
이역만리 머나먼 땅으로 시집 와서 농사 짓고 시부모 모시고 사는 모든 다문화 가정 주부들에게 친정방문의 행운과 기쁨의 소식이 빨리 전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