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유구 산골에서 다품종 소량 농사를 짓는 정옥례 씨
▲ 정옥례 씨는 파란 토마토를 따는 것보다 이렇게 붉은 토마토가 향기도 좋고 맛있다고 합니다.
"뭐하러 예쁜 것을 찾어?"
농사 얘기를 하던 정옥례(58) 씨가 대뜸 한마디 합니다. "약(농약)을 치면 모양이 예쁠지 몰라도 씁쓸한 맛이 난데, 약 안 하면 개운한 단맛이 나고."
정옥례 씨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입니다. 정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올 봄 공주의 로컬푸드 마을기업인 '공생공소'에서입니다. 공생공소의 커다란 현수막 모델로 당당히 서 있던 정 씨. 10여개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정 씨덕에 마을기업 '공생공소'가 힘찬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시원한 단비가 내리던 날 공주시 유구 끝자락에 있는 정 씨 댁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비 때문에 잠시 휴식 중이라던 정 씨는 5년 전 남편과 사별했고 아들 셋, 딸 셋 자녀는 모두 도시에 있습니다.
잠시 이날의 대화를 들어볼까요?
-고와 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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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농산물 판매 품질과 덤으로 극복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정옥례 씨가 하는 농업이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 등의 표현을 넘어서 바로 '양심농'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심농업', '양심농' 이렇게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충남 온양 도회지에서 살던 정 씨는 37년 전인 27살 때 지금의 공주 유구 산골짜기로 시집을 왔습니다. 시집와 난생처음 접한 농사일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정 씨는 '농사' 그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밤 11시 달밤에도 재미있게 일했어요.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 마냥 새벽 4시에 경운기 끌고 가서 탕탕탕탕…, 시끄럽다는 소리 들어가면서 2,000평 밭에 계속 심었지요."
그렇게 배추, 파, 가지, 마늘, 양파 등 10가지 품목이 넘는 채소를 트럭에 싣고 천안, 공주, 예산, 온양 등 장터와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직접 파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키우는 것은 농약을 덜 쳐서 못생겼기 때문에 처음엔 잘 팔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덤을 줬지요. 그렇게 7~8년을 했더니 나중엔 가기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정 씨는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6남매 모두를 대학 공부까지 시켰습니다.
▲ 공동출하보다 직거래로 농산물 판매를 많이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정 씨는 '논보다 밭'을 꼽습니다. 논 200평에 쌀 3~4가마, 돈으로 따지면 30만 원 정도가 되는데, 그 200평에 채소를 심으면 200만 원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밭작물은 순환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아 이모작도 가능하므로 부지런하면 더 좋다고 합니다. 물론 훨씬 힘들겠지만요.
역경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농촌의 희망·재미 전도사
정 씨는 요즘 많이 바쁘다고 합니다. '유구농협 농가주부모임회장', '새마을문고 유구회장', '재향군인회여성회 유구회장', '공생공소 시골꾸러미 팀장' 등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모임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래서 농사일에 소홀하다고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표정이 밝습니다.
정 씨는 앞으로 산야초를 키워볼까 합니다. 농촌체험사업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앞으로 희망이 있을 것 같아서"랍니다. 또 젊은 사람들에게 '효'를 가르치고 싶다고 합니다. 이유는 "일일교사를 해보니 재미있어서"라고 답합니다.
남들은 힘들어 못한다는 농사를 평생 재미있게 했다는 정 씨의 앞으로의 계획 역시 '재미'와 '희망'이었습니다. 글이 좀 되면 소설을 쓸까도 생각했다는 눈물 나는 인생스토리. 역경도 즐겁게 넘겼다는 긍정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서 예상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인터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