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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택시 기사들을 위한 변명

2012.05.09(수) 13:47:06 | 권혁조 (이메일주소:rnjsgurwh19@hanmail.net
               	rnjsgurwh1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동생이 천안에서 택시 운전을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은 동생이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 문구입니다.  

제가 동생이 되어 글좀 써보렵니다. 모든 택시운전 기사님들의 애환이라도 좀 달래 보시라고요.

동생의 택시운전 13년째. 직업에 귀천이 없다 하지만 택시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인내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운전중에 워낙 많은 욕을 먹고, 별 소리를 다 듣고, 별의별 모욕을 당해도 다 참아내니까요.
 

어떤때는 좀 쉬고 싶어서 골목입구에 정차를 하기도 하는데 자가용이 우회전 진로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로 그 옆을 지나면서 “평생 운짱이 해 쳐먹어라”고 욕을 합니다. 참 내...
 

 

한번은 목적지에 다다른 손님이 한 지점을 가리키며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는 버스정차 구역이었습니다. 백미러로 슬쩍 봤더니 버스가 정차하기 위해 들어오는게 뻔히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택시를 거기에 갖다 댈 수는 없죠. 그래서 동생 택시는 앞으로 좀 빼서 하차를 시켜 드렸습니다. 그러자 손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20m 더 가서 미터기 100원 더 나왔잖아요.”

 “저... 손님, 그게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잖아요. 죄송합니다. 100원 안받을께요”
 

“됐어요”
 

손님은 2300원을 조수석 바닥에 던져놓고 휭하니 나가버립니다. 정말 힘이 쫙 빠집니다. 그 손님이 만약 버스를 타려고 서 있는데 그 앞에 택시가 가로막아 다른 곳에 정차한 버스를 타러 걸어갔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도 "C8 C8"하며 택시에 대고 욕을 바가지로 하셨을겁니다.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분들을 만나면 너무나 속이 상합니다.
 

도시의 공해를 무한정 마시며 일하는 것도 큰 고충입니다. 택시같은 소형 차는 디젤 차량이 품어대는 매연에 숨이 막힙니다. 바로 버스나 트럭의 뒤를 따라갈 때 그런 고통이 심합니다.
 

택시운전 초기에 멋모르고 버스 정류장에 댔다가 된통 당하기도 했습니다. 버스 기사님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홧김에 택시에 대고 쵸크(일시적으로 공기를 막고 연료만 다량 투입하는 장치)를 당겨서 택시운전자를 골탕 먹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비번 날에는 약간 여유를 가지고 차 안 청소를 깨끗이 합니다. 우선 깨끗한 걸레로 앞에 있는 좌석부터 닦고 뒷좌석을 닦습니다. 그래야 차안에 악취도 막고 손님들에게 청결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 바닥에 구겨진 종이컵과 사탕봉지 등이 흩어져있고, 좌석뒷면에 정체모를 하얀 얼룩들이 퍼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침이 마른 자국입니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앞좌석 뒷부분을 향해 뱉어놓은 침이죠. 침이 보기 흉하게 얼룩져 있는데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순간 전날 밤 상황이 떠오릅니다. 술에 만취한 두 손님이 탔는데 뒤통수를 툭툭 치며 “아자씨, 먹고 살만 하쇼? 딸꾹...”이라고 했다더군요.
 

“예에. 뭐 그냥 하는거죠. 배운게 도둑질이잖아요”
 

“아자씨, 딸꾹... 하루 얼마나 버쇼? 나도 때려치우고 택시나 할까? 딸꾹”
 

때려치우고 택시나??

택시운전을 마치 오갈데 없는 인생들이나 하는 일인양 말하는 그런 투에 동생은 불쾌하기는 했지만 뭐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라 그냥 참습니다.
 

그리고 두 손님은 뒤에서 연봉이 1억이네, 서울 강남에 사둔 아파트가 요즘 값이 좀 떨어졌네, 아이들 특목고 보내려고 특별과외 시키네 등등 뭐라뭐라 잔뜩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면서 심심풀이로 “안그료? 아자씨?”라며 동생 뒤통수를 툭툭 치며 의견을 묻습니다. 정말 무어라 딱히...
 

그렇게 ‘무사히’ 하루 일과를 마친 다음날 청소를 하려고 본 뒷좌석에 가래침이 덕지덕지 묻어있으니... 정말 비애를 느낍니다. 술 먹고 나서 왜 택시안에 침을 뱉어댑니까? 그런 정도의 사리분별도 안되는 어른들이니 그 가정은 뭘 더 말하겠어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며 온갖 소리를 들어야 하는 동생은 가족들에게  시시콜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가족들에게까지 속상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지 않아서지요.
 

그래도 다음날 새벽이면 새로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며 동생은 택시에 올라 시동을 겁니다. 힘들게 일을 하고, 노동의 대가에 따라 우리 가족을 일궈 나가니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저는 다시 깨닫습니다. 
 

저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동생이 고맙고 대견합니다.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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