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 서당에 다녔다. 한글을 깨우치기도 전에 훈장님에게서 천자문, 동몽선습 등의 책으로 한자를 배웠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방학이면 마을에 있는 서당에 다니며 논어, 맹자 등의 책으로 유학과 한문 공부를 하였다.

조선시대 서울에는 성균관이라는 최고 학문 기관이 있었으며, 지방 양반들의 자제는 서원이나 향교에 다니며 유학을 배웠다. 이곳에서 공부하여 과거 시험을 보아 벼슬을 얻기도 하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서원은 사립학교이며, 향교는 공립학교이다. 서원이 크게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향교는 뒷전으로 밀리고, 공자, 맹자 등 성현을 모시는 역할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충청남도 공주시에는 여러 개의 서원이 있다. 충청남도 최초의 사액서원인 고청 서기 선생의 충현서원, 이유태 선생의 용문서원, 그리고 이곳 명탄서원 등이 있다.



명탄서원에 이르는 길은 신공주대교 부근 금벽로와 차령로 아래 좁은 터널을 두 개 지나야 할 만큼 구불구불한 시골길이라서 찾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내비게이션은 명탄서원 주차장까지 정확히 안내해 주었다.



명탄서원은 고려말의 유학자 이명성과 그의 아우이며 조선시대의 정치가인 이명덕의 학행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서원이다.



명탄서원(충절사)은 원래 이 자리가 아닌 세종시 금남면 영대리(옛 이름 명탄리)에 있었다고 한다. 조선 성종 21년(1490년)에 건립되었으며 선조 18년(1585년)에 이름을 하사받아 사액서원이 되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소실된 이후 철종 2년(1851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새로 지었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기도 하였지만, 1955년 이후 공주 유림과 후손들이 재물을 모아 현재의 사우와 삼문을 재건하였으며 이명성과 이명덕의 위해를 봉안하고 강당을 중건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 명탄서원에서 제향하는 모습 - 출처:명탄서원 홈페이지

명탄서원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3월 5일과 9월 5일 1년에 두 번씩 제향을 올리고 있다.

그럼, 이명성과 이명덕은 어떤 분인가?

이명성은 공주이씨 가문으로 할아버지는 첨의정승 이사손이고, 아버지는 전공판서 충청공 이엽(李曄)이다.
고려 후기에 적성감무(積城監務)를 역임하고 내직으로 감찰어사에 올랐다. 목은 이색(李穡)의 문인이며, 정몽주(鄭夢周)와 교유하였다.
고려가 망하자 “나라가 망함에 있어 이를 구하지 못하면 충이 아니요, 어버이가 늙었는데 이를 부양하지 못하면 효가 아니다. 그러나 고국의 의리는 중하고 노모의 은혜는 가볍다”라고 하면서, 벼슬을 버린 후 동생 이명덕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정몽주와 만월대에서 이별하고 강원도의 산중에 은거하였다. 대전시 정생동에 그분의 묘소가 있다.
 
동생 이명덕은 형 이명성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명덕은 1392년(태조 5) 생원으로 식년 문과에 급제했다. 이후 여러 벼슬을 거친 후 세종이 즉위하자 이조참판을 거쳐 병조참판으로 전임하였으며 공조판서와 병조판서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백성을 아끼고 선정을 베풀어 태평성대의 기초를 닦는 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효성도 깊었다고 한다. 71세에 벼슬을 그만두었으나 복직하여 종1품인 판중추원사로 승진하였다.
그는 말년에 공주목 산내면 정생리(지금의 대전시 중구 정생동)로 낙향해 노모를 모시고 후학을 가르치며 살았다.
144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세종 임금은 정생리 부근이 호랑이로 인한 피해가 큼을 알고 시신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장지를 포수로 호위하게 하고 제문을 지어 내렸다고 한다.



명탄서원과 공주이씨충절사수호위원회에서는 이명성, 이명덕 형제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하여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지원하는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에 6년째 선정되어 ‘명탄서원 공주를 추로지향으로 꿈꾸다’라는 주제로 역사문화로의 생활교육과 체험, 공연 등을 진행하며 조상들의 지혜와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4년 6월 29일에는 명탄서원에서 ‘추로지향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창극 공연이 열렸다.추로지향은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예의를 숭상하고 문풍이 흥성한 것으로 유명한 지역을 일컫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이운일 명탄서원 원장은 인사말에서 6년간의 ‘명탄서원 공주를 추로지향으로 꿈꾸다’ 유교 아카데미를 통하여 105회의 역사문화 기행과 5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좌와 체험‘ 20회 이상의 공연과 전시를 통해 1,2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였다고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았다.아울러, 충절의 상징인 이명성, 이명덕 형제의 이야기 창극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극에 앞서 최규학 명탄서원 논어 전임교수의 시조 낭송에 이어서 공주교대 부설초등학교 2학년 노하윤 어린이의 팽이놀이라는 무용이 펼쳐져 큰 박수를 받았다.



공주 명탄서원 창극 ’추로지향을 꿈꾸다‘우리 전통의 소리와 음악, 연기로 되살아나는 충절의 상징 이명성, 이명덕 형제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고 사라져도 변치 않는 신념과 절의로 사명을 다한 고려말 충신 이명성 선생과 조선의 기틀을 바로 세우고 백성을 위해 앞장섰던 대재상 이명덕 형제.
국립창극단 부수석을 역임한 박성환 명창이 직접 짓고, 연출과 소리를 맡아 품격을 높였다.
이명석 역은 정진성이 이명덕 역은 이세영 판소리 전수자가 맡았으며, 시종 역은 윤혜지, 아쟁은 김소리, 북 장단은 김영주 판소리 고법 전수자가 수행하였다.



이와 함께 3대가 함께하는 한글서예(민체) 전시회도 열렸다.할아버지, 아버지, 손자로 이어지는 명탄서원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최보건 강사의 지도로 그동안 익힌 붓글씨 솜씨를 뽐내었다.



이번 전시는 10회 차로 명탄서원 대강당에서 먼저 열린 후 장소를 공주시청으로 옮겼다.



공주시청 본관 1층 열린 공간 벽면을 서예작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민체는 궁체나 판본체에 비하여 자유로운 서체다. 딱딱하고 갇힌 한글 글씨에서 벗어나 편하고 자유스럽게 쓴 글씨체이다. 그래서인지 글 쓰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명탄서원 토요인문학 강의 - 출처:명탄서원 홈페이지

명탄서원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명탄서원 공주를 추로지향으로 꿈꾸다‘ 토요 인문학 강좌는 3월부터 12월까지 두 차례 각각 10회의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이곳 명탄서원 대강당이나 공주시 중동에 있는 혜의당에서 열린다.


▲ 명탄서원 교육 모습 - 출처:명탄서원 홈페이지

숨어있는 역사 명탄서원 다시 보기, 선비정신으로 이어가는 현대교육은 충절사 배향 인물 중심으로 기호 유학 관련 명문가의 자녀 교육 및 충, 효, 예의 숭모 정신 함양 및 교육 선인들의 정신을 이은 청소년 인성교육 등을 실시한다.


▲ 명탄서원 답사 모습  - 출처:명탄서원 홈페이지

답사 및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명탄서원과 연계된 공주 관내 및 전국에 숨어있는 역사자원 탐방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명탄서원 블로그에서 확인하기 바란다.http://blog.naver.com/mt1490
 
불사이군의 절의 정신을 실천한 이명성 선생과 멸사봉공의 선비정신을 발휘한 이명덕 형제를 배향한 공주 명탄서원(충절사)에서는 국가유산청이 지원하는 각종 문화유산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자세히 소개해 드렸다.


명탄서원
충남 공주시 명탄서원길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