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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계림공원의 시민 청소부

[세상 사는 이야기] 계림공원의 지킴이 시민 우동기 씨

2024.05.28(화) 11:47:17당진시대(d911112@naver.com)

숨은 계림공원의 시민 청소부 사진

계림공원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벌써 이 손이 공원 곳곳을 매만진 지 15년이 됐다. 그 덕에 공원이 점점 살아났다. 처음에는 자취를 감춘 쓰레기부터 시작했다. 점점 운동기구들이 늘더니, 지금은 바닥이 반들반들하다. 그 덕에 요즘 계림공원은 이른 새벽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시민들의 맨발 걷기가 한창이다. 이것이 이어지면서 현재 맨발 걷기에 더없이 좋은 황톳길이 조성되고 있다. 그 시작에는 시민 우동기 씨가 있다.  

가장 먼저 쓰레기부터 주워

도심 속 계림공원은 주변 아파트와 인접해 있어 많은 주민의 휴식처이자 운동 공간이다. 지금은 깔끔하게 정돈됐지만, 우동기 씨가 처음 이곳을 오를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인근 아파트로 이사 오고 건강을 위해 올랐던 우 씨의 눈에 들어 온 계림공원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나뭇가지에는 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지가 곳곳에 걸려 있었고, 소나무 가지들은 썩은 채 서로 엉킨 데다가 주민들이 이용하는 운동기구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그는 먼저 쓰레기를 주웠다. 그리고 쓰레기를 한곳에 버릴 수 있도록 직접 마대 걸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비를 들여 마대를 사서 걸고, 쓰레기가 모이면 주기적으로 비우고, 또 마대를 채우길 반복했다. 다음에는 썩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버리고, 자르고 다듬는 일을 했다. 

숨은 계림공원의 시민 청소부 사진




지게로 물통 이어가며 운동기구 닦아

곰팡이로 얼룩진 운동기구를 닦기 위해 지게를 이고 공원을 올랐다. 또 주민들이 몸을 비비며 운동하는 더러운 막대기를 치우고 직접 목재소에서 나무 막대를 짜 와 운동기구를 만들었다. 안전을 위해 꽁꽁 밧줄로 동여 메가며 튼튼한 간이 운동기구를 제작했다.

운동하며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시계를 구매해 걸어 놓기까지 했다. 시계가 고장이라도 나면 또 사서 걸고, 건전지가 닳으면 또 건전지도 구매해 갈아 꼈다. 거기다 조금이라도 경관이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맥문동도 곳곳에 심고 기르고 있다. 
 

누군가 엉성하게 달아 놓은 그네도 다시 그의 손이 닿았다. 배에서 쓰던 밧줄을 가져와 꽁꽁 메어 튼튼한 초록색 그네도 만들었다. 운동하다 그네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면 그야말로 여유고, 힐링이다.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도 건의해 지역구 의원인 서영훈 의원의 의원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또 걷기 좋은 길을 위해 빗질까지 시작했다. 처음 빗자루를 사서 몇 번을 치웠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빗질하고 나면 손이 부르틀 정도로 힘들었다고. 그때 당진시에서 무선 송풍기를 지원해 떨어진 솔잎이나 모래 등을 주기적으로 치우면서 맨발로도 걷기 좋은 길을 만들었다. 

숨은 계림공원의 시민 청소부 사진



“해양 쓰레기에 비하면 쉬워요”


사실 우 씨의 선행은 계림공원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의 삶에 녹아 있었다. 우 씨의 고향은 송산면 가곡리의 성구미포구로, 한평생 바다와 함께했다. 지금도 뱃일을 하며 어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오래전부터 바다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뜰채로 떠서 모아 버리고, 파도에 떠밀린 쓰레기들을 수시로 주워 왔다. 

“제가 모아 버린 쓰레기만 몇 톤에 이를 거예요. 바다는 어민들의 살길이에요. 그냥 쓰레기를 두면 우리 해양이 썩잖아요. 그래서 줍고,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걷어 올리는 일을 했어요. 계림공원에서 하는 일은 성구미포구서 하는 해양 쓰레기 봉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랜 봉사에 도지사, 시장, 소방방재청, 수협, 평택지방해양수산청 등으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상장만 여럿이다. 그는 “바다가 우리(어민) 얼굴이고, 살길”이라며 “그냥 꿋꿋하게 봉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표완숙)도 김치 담그기, 빨래, 어르신 위문품 전달 등 봉사를 이어왔다”며 “함께 봉사하면서 떳떳하게 살아와서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숨은 계림공원의 시민 청소부 사진



 

“과거 잔고기에서 지금은 우럭·광어 잡혀”

“당진 바다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새우나 실치, 젓새우 등이 많이 잡혔어요. 생태계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먹인데, 잔고기가 많으니 고기도 많이 잡혔죠. 황금어장이었던 과거에는 배에 고기도 다 싣지 못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우럭이나 광어가 잡혀요. 우럭, 광어가 많은 게 아니라 방생한 치어가 자랐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많지도 않고요. 많이 달라졌죠.”

그는 환경에 대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모른 척 방치하면 앞으로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환경이라고. 바다처럼 계림 공원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것, 쓰레기를 줍고 조금씩 손을 보태는 것. 이것이 우 씨의 바람이다. 

“제 나이가 일흔이 넘었어요. 언젠가는 저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봉사를 오래 할 수 없겠죠. 조금이라도 같이 봉사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제 공원, 우리의 공원이 오래 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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