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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찬란한 봄, 꽃길에서 마주한 사람들

2024.04.12(금) 13:34:56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4월 6일 오후 찬란한 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는 당진천변 벚꽃길.

▲ 4월 6일 오후 찬란한 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는 당진천변 벚꽃길.

▲ 4월 6일 오후 당진 수변공원 내 놀이터가 와르르 피어난 꽃들처럼 쏟아져 나온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 4월 6일 오후 당진 수변공원 내 놀이터가 와르르 피어난 꽃들처럼 쏟아져 나온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벚꽃이 흐르드러지게 피어난 4월 6일 오후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자녀의 부축을 받으면서 투표소를 향하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 벚꽃이 흐르드러지게 피어난 4월 6일 오후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자녀의 부축을 받으면서 투표소를 향하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그리 아니 할지라도 당연히 투표에 참여할 요량이었는데 “다 같이 투표에 참여할 경우 근사한 외식을 시켜주겠다”고 행복한 이벤트를 선포하며 격려하는 가장을 앞세워 4월 6일 오후 온가족이 사전투표 현장을 찾았습니다. 아직 투표 권한은 없지만 ‘근사한 외식’이라는 말에 홀린 듯 따라나선 녀석에게는 때는 이때라 소중한 교육의 기회로 삼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며 섰는데 유독 젊은이들이 여럿 눈에 띄어 뿌듯하고,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자녀의 부축을 받으면서 겨우 겨우 계단을 올라가면서라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제대로 된 일꾼을 뽑겠다는 신념이 구부정한 어르신의 뒷모습에서 고스란히 느껴져 뭉클합니다.

그렇게 투표를 마치고 최근 한꺼번에 와르르 피어난 꽃잎들 질 새라 서둘러 찾은 당진천은 예상대로 봄꽃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입니다.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하얀 벚꽃 잎과 듬성듬성 자주빛깔 자목련까지 합세하여 발목을 붙잡는데 ‘나 좀 봐 달라’, ‘나를 찍어 달라’ 요즘 거리마다 선거 유세하는 후보자들을 연상케 합니다.

포토뉴스 하나 건져보겠다고 열심히 카메라 들이대고 있는데 평상시 취미가 달라 함께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지인 부부가 나란히 카메라에 쏙 들어와 화들짝 놀랍니다. 모처럼 ‘사전투표’ 참여에 부부가 한마음이 되어 기분 좋게 같은 후보·같은 당에 투표하고, 손등에 기표도장을 꾹 눌러 인증 샷도 남겼다면서 자랑스럽게 보여주고는 손까지 잡고 상당히 다정스럽게 지나갑니다. 슬쩍 아슬아슬해 보였던 이 부부는 ‘투표’로 연합을 이루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나와서는 나름 연출을 해가면서 뒷걸음질쳐가며 동영상으로 추억을 담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귀엽고, 아직은 세상 밖을 볼 수 없는 뱃속 아기에게 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전하고 있는 어머니의 사랑이 고귀합니다.

벤치에서 잠시 쉬어 가시려는 어르신과 담소를 나눠보았습니다. 수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손가락이 오그라들고 다리 하나 마비가 와서 지팡이를 의지하고 절름거리면서라도 매일 이 길을 걷는다는 어르신께서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걸으라” 권면해 주십니다.

“만날 건강할 줄 알았지. 이 꼴이 될 줄 상상이나 했깐? 우리 마누라가 그렇게 함께 걸읍시다 걸읍시다 했는데 콧방귀도 안뀌었지. 일 헌다고, 돈 번다고 만날 바쁘게 살았는데 건강 잃고 보니께 돈도 소용없지. 후회하냐고? 말 허먼 뭐 혀. 마누라 말 들었으믄 이렇게 안됐을테지.”

마누라 말 안 들어 형편없는 꼴이 되었다는 어르신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계단 오르기, 만보걷기를 일평생 꾸준히 실천하리라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하며 도착한 한 공원 놀이터에는 피어난 꽃잎 수만큼이나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덕분에 솜사탕 수레 끌고나온 할아버지 주머니가 모처럼 두둑해지겠습니다.

찬란한 봄, 꽃길에서 마주한 사람들에게서 얻었습니다. 사랑을, 고귀함을, 값진 교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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