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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기억 속으로 스러지는 공주산성시장 뒷골목 이야기

3월 말, 공주산성시장 시장 4길 일대의 포장도로 공사가 끝났다.

2024.03.30(토) 08:49:16엥선생 깡언니(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

▲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


지난 3월 23일(토)~24일(일), 양일간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열린 '2024 사백 년 인절미 축제'에 관람객이 5만 명 이상이 몰리며 성료했다고 전합니다.

2024 공주사백년 인절미축제(사진 공주시)

▲ 공주사백년 인절미축제 1(사진 공주시)
 

2024 공주사백년 인절미축제 2(사진 공주시)

▲ 공주사백년 인절미축제 2(사진 공주시)


인절미 유래담이 전해진 1624년으로부터 400년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에는 떡메치기 및 전통놀이 체험, 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공주산성시장 상인들이 직접 준비한 '미소고마 플래시몹'과 인절미 유래담 공연은 큰 박수갈채와 감동을 선사했다는 후문입니다.

3대가 가업을 잇는 공주산성시장 건어물 가게

▲ 3대가 가업을 잇는 공주산성시장 폐백, 이바지 전문 상점


그런데 오늘은 잔치 같은 분위기의 공주산성시장이 아닌 한산한 공주산성시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 공주산성시장의 한 건어물 가게를 찾았습니다. 간판에는 폐백·이바지 전문이라고 적혀 있는 곳으로, 3대에 걸쳐 약 85년간 가업이 계승되는 점포입니다.

지인 한 분이 마늘 속대(마늘종)가 생기기 전 여린 마늘 줄기를 다져 넣고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청태에 발라 말리면 별미라는 말씀을 해주신 일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기를 놓쳐서 올해보다 두어 달 늦은 시기에 이곳을 찾았습니다만, 올해는 잊지 않고 있다가 때를 맞춰 청태를 구입하려고 들렀습니다.
 

"청태 한 톳 주세요!""청태요?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을걸요. 원초 값이 올라서 김값은 몇 배씩 뛰었어요." 3대가 되는 따님이 응대를 해줍니다.
"작년에 뵌 따님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하니,
"저, 이 집 딸 맞는데요."
시답잖은 질문에 답하면서 건어물 가게 따님은 청태 한 톳을 찾아내 가격부터 확인해 줍니다.
"청태는 많이 안 올랐네요."
"다행이네요."
청태 상태를 살피고 청태값을 지불하려는데, 가게 안쪽에 계시던 사장님이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올해도 청태 사서 갑니다."하니, 감사하다며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공주산성시장 4길

▲ 공주산성시장 산성 4길


청태를 사고 나서 공주산성시장의 옛 국수공장이 몰려 있던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다른 때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업자들에게 불으니, 지난해 12월부터 공주산성시장 시장4길(산성동 170-25번지 일대)은 도로포장 공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존 아스콘포장이 노후되어 통행자들이 불편을 겪어 포장을 정비하여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민원을 해결하고자 하고자 공사가 시행됐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포장공사 하네요?"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작업자에게 말을 겁니다.
"한 3년 만일걸요."
"제가 여기 토박이예요. 3년이 뭐예요. 십 년도 더 될 것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아주머니는 건물 한쪽 귀퉁이를 가리킵니다.
"저기 시멘트 바른 것 보이죠? 시에다 민원을 넣다 넣다 안 되니까 우리 아버지가 휠체어 타는 엄마가 울퉁불퉁한 길 다니다 넘어진다고 이 일대 전체를 개인돈 들여서 바른 거예요."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옛 기억을 소환합니다.
 

공주산성시장 3길

▲ 공주산성시장 산성 2길~3길 중앙통로
 

산성1길~4길 통로

▲ 공주산성시장 산성 1길~4길 중앙 통로
 

공주산성시장 수선집 골목

▲ 공주산성시장 수선집 골목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시장 골목 골목을 살피니, 바닥 면이 제각각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성 1길~3길은 그나마 노면이 매끄러운데, 옛날 국수 골목과 옷가게, 수선집이 밀집해 있는 산성 4길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공주산성시장 옛 국수집골목

▲ 공주산성시장 옛 국수 골목
 

배수로 청소

▲ 포장공사 후 작업자들이 배수로 청소를 하고 있다.(1)
 

포장 공사 후 작업자들이 배수로 청소를 하고 있다.

▲ 포장공사 후 작업자들이 배수로 청소를 하고 있다.(2)


공주산성시장 시장4길의 도로포장 공사는 아스콘 덧씌우기, 콘크리트 포장, 차선도색를 끝내고 마무리 단계로 한창 배수로 청소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깔 때는 5통이었는데, 끝나니까 30통이 나오네."
배수로 청소를 하던 한 작업자가 말씀하십니다. 배수로 청소를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지 에둘러 표현한 것이겠지요? 이번 배수로 청소로 악취 제거 및 물빠짐이 한결 좋아질 듯합니다.
 

공주산성시장 산성시장 3길 골목

▲ 공주산성시장 산성 3길 골목


아버님이 옛 국수 골목 일대에 시멘트 공사를 해서 노면을 골랐노라 말씀하신 아주머님이 다시 등장하자 작업자 한 분이 말을 거시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방송국에서 나왔다가 포장공사하는 거 보고 철수했다고 하네요. 저기 저 식당 아주머니랑 인터뷰한다고 약속도 잡혀 있었다는데. 탤런트 최○○인가도 온다고 했다는데....
"산성시장도 옛 풍경이 남은 데가 거의 없지요?" 옆에서 내가 거드니,
"그래도 여긴 아직 옛날 모습 남은 데가 많이 남았어요."라고 산성시장 토박이라는 아주머니는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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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산성시장 옛 국수 골목 안에 연탄 닭갈비 불고기를 파는 상점이 있다.


포장공사가 마무리된 산성 4길 옛 국수골목을 둘러보니, 말끔해 보였습니다. 그 시선 끝에는 연탄으로 고기를 구워 파는 식당 앞에는 전리품처럼 구공탄이 쌓여 있었습니다. 립스틱 짙게 바른 앳된 얼굴처럼 도통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공주산성시장을 홍보하는 고보라이트

▲ 공주산성시장을 홍보하는 고보라이트


미로 같은 공주산성시장 골목골목은 축제다 행사다 해서 사람들이 몰린 날이 아니어서, 인적은 드물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 속에 잊고 싶지 않은 추억담만 바람처럼 떠돌고 있었습니다. 내년에 다시 청태를 사러 공주산성시장에 들르게 되면 어느 골목에서 어떤 옛이야기와 마주하게 될는지요.


산성시장
충남 공주시 용당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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