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색깔의 꽃, 설레임 가득해 보이는 젊은이들, 상기된 아이들의 포동포동한 볼 살, 피아노 앞에서 우애 깊어 보이는 자매들...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 왠지 모를 잔잔한 행복이 스며듭니다.

하나같이 행복해 보이는 그림 속 주인공들을 보며 이 화가는 그림 그리는 동안 스스로도 참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운좋게도 르누아르의 주요작품들을 공주에서 레플리카로 감상할 수 있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프린팅으로 된 복제품이 아닌 화가의 붓자국을 그대로 살려 낸 레플리카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르누아르의 주요 작품들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전시였습니다.



공주문화관광재단에서는 공주 관내 7군데의 갤러리에서 르누아르의 시대별 주요작품들을 전시하는 기획 사업을 펼쳤습니다.

저는 총 7군데의 갤러리를 모두 들러 보았는데요. 다음번에 또 다른 기획 전시가 있을 경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곳곳에 위치한 갤러리들을 잘 찾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정리해서 글을 올려 봅니다.


1. 갤러리 수리치



봉황초등학교를 지나 공영무료주차장을 낀 골목길로 들어서면 정겨운 돌담길 끝에 갤러리 수리치가 위치해 있습니다. 총 7개의 갤러리는 르누아르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분류하여 그 흐름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는데요. 첫번째 갤러리인 수리치에는 초기 르누아르가 즐겨 그린 꽃과 여인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갤러리 자체가 흙과 나무로 지어진 집의 개성을 그대로 살린 형태로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요. 르누아르의 따뜻한 작품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전시관 정면에 전시된 생선 바구니와 오렌지 바구니를 든 소녀의 그림이 서로 마주보듯 전시되어 대화를 나누는 듯 정겨워 보였습니다.

2. 갤러리 쉬갈



두번째 전시장은 공주세무서 맞은편에 위치한 갤러리 쉬갈입니다. 1층은 카페 서천 상회가 위치해 있고 갤러리는 카페 입구를 들어서면 안내가 된 지하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카페 입구에서 당황하지 마시고 왼편에 위치한 지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는 노출 콘크리트 천정과 대비되는 하얀 벽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이 갤러리에는 르누아르와 모네가 같은 야외에서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 듯 흥미로운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사진 속 작품은 ‘라 그르누에르’라는 작품으로 왼쪽이 르누아르가 그린 그림이고, 오른쪽이 모네가 그린 그림입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인물 표현에 조금 더 치중한 느낌이라면 모네의 그림은 출렁이는 물결과 물그림자로 비친 풍경이 더욱 실감나게 표현된 느낌입니다. 모네와 르누아르는 평생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고 하는데요. 바로 다음 갤러리에 들르니 그 둘의 관계를 더 깊이 알 수 있었습니다.


3. 갤러리 마주안



세번째 전시관인 갤러리 마주안은 대통길 골목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안내판이 세워진 골목길을 따라 가니 정겨운 마당이 펼쳐집니다.



자갈돌이 깔려 있는 작은 마당이 있는 정겨운 갤러리입니다.



두번째 갤러리에서 보았던 모네를 비롯한 르누아르의 우정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된 갤러리입니다. 보불전쟁이 끝난 후 르누아르는 모네, 피사로, 마네, 시슬레 등 훗날 인상주의 동료가 될 가까운 친구들과 아르장퇴유를 비롯한 파리 근교에서 머무르며 그림을 그렸고 그 시절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인상주의 탄생의 계기를 위트 있게 표현한 르누아르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4. 대통길 미술관



갤러리 마주안과 멀지 않은 대통길에 위치한 네번째 갤러리 ‘대통길 미술관’입니다. 카페처럼 세련된 외관의 대통길 미술관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개방감 있는 전시가 특징입니다. 



르누아르는 동료들과 함께 회화의 새로운 움직임을 이끌며 독립 전시를 해 나갔다고 합니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더욱 생동감 있는 인물 표현이 돋보였습니다.





크고 맑은 눈빛이 아름다운 여인 잔 사마리의 초상이 두 점이나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그녀는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배우라고 합니다.

‘루이즈 아베마’라는 화가도 그녀의 초상화를 그렸는데요. 르누아르의 그림과는 달리 조금 도도하고 차가운 느낌이었습니다. 붉게 상기된 볼, 생기있는 입술, 검고 깊은 눈동자 등 르누아르가 그린 초상화는 그녀가 가진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습니다.
인상주의 하면 대부분 모네의 해돋이 그림을 많이 떠올리는데요. 그 그림의 제목이 ‘인상:해돋이'라서 인상주의의 대표 작품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르누아르가 그린 ‘일몰’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처음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 그림에서 모네의 해돋이 그림과 매우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명확한 형태를 묘사하지 않아도 그 찰나의 인상을 잘 잡아낸 화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르누아르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인 ‘물랭 드 갈래트의 무도회’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부서지는 화사한 햇살과 젊은이들의 설레는 만남, 선남선녀들의 들뜬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5. 이미정 갤러리



대통길 미술관에서 찻길을 하나 건너면 찾을 수 있는 다섯번째 전시관인 이미정 갤러리입니다. 이미정 갤러리는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미정 갤러리에는 르누아르가 자신의 예술에 회의를 느끼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었던 시기와 이를 극복하게 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르누아르는 아름다운 여인과 아이들의 초상화를 그려 살롱전에 출품했고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자유로운 작업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샤르팡티에 부인은 그 당시 파리의 지식인들을 모이는 유명한 파티의 여주인이자 부유한 사업가 남편을 둔 재력있는 여성이였다고 합니다.

이 시기 프랑스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자포니즘(일본풍의 그림 및 소품)이 유행이었는데 이 그림의 배경에도 일본풍의 병풍, 화병 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한 점은 여인의 옆의 같은 옷을 입은 두 아이는 사실 남매인데 당시 남자아이가 7세가 될 때까지 여자아이 옷을 입히면 죽음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프랑스 풍습을 따른 그림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프랑스 왕족의 초상화에도 종종 여장을 하고 있는 어린 왕자들의 모습을 본 것 같은 기억이 나네요.



전시장에 들어서서 정면에서 보게 되는 “단 베르양의 초상화”는 첫 눈에 화사함, 싱그러움,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미 다섯명(빨간 스티커)의 관람객들이 레플리카 작품을 구매하기로 예약을 해 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화의 붓 터치까지 살린 작품들이라 집 안에 걸어 두면 작은 미술관에 온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6. 민갤러리



여섯번째 갤러리는 중동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민 갤러리입니다.
민 갤러리는 제일화방 위층에 위치하고 있어 그림을 취미로 두신 분들은 겸사겸사 들러 작품도 감상하고 필요하신 재료도 구매하실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건물 앞은 주차 공간이 너무 좁아 저는 근처 공영유료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



전시장 정 중앙에 “무도회”시리즈의 그림 세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맨 왼쪽 작품인 ‘시골의 무도회’와 맨 오른쪽 작품인 ‘도시의 무도회’는 오르세 미술관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지만 가운데 위치한 ‘부지발의 무도회’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따로 전시되어 있어 좀처럼 다 같이 감상하기 어려운 그림들인데요. 이번 공주 레플리카 전시회를 통해 세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네요. 

가운데와 오른쪽의 그림 속 여 주인공은 그 시절 몽마르뜨의 뮤즈 ‘수잔 발라동’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들을 본 르누아르의 부인이 내심 서운해하자 르누아르는 맨 왼쪽 그림은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하여 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왼쪽 그림은 여주인공이 화가를 바라보며 얼굴 가득 친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가운데와 오른쪽 그림 속 여주인공은 범접하기 힘든 도도함, 여신처럼 표현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피아노 치는 소녀들 시리즈 여러 작품이 모여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7. 공주문화예술촌





마지막으로 르누아르의 그림을 따라 그려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인상적이었던 공주문화예술촌입니다.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제민천을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곳입니다.

이 전시장에서는 르누아르와 함께 무명 예술가 협회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로 함께 성장한 동료 화가들의 대표작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서로 각자만의 개성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기존 관념들을 뛰어넘는 변화를 꿈꾸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대표작들과 함께 전시해 두었습니다.


▲ 클로드 모네의 설명 및 대표작


▲ 에드가 드가의 설명 및 작품


▲ 폴 세잔의 설명 및 작품


▲ 에두아르 마네의 설명 및 작품


▲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설명 및 작품

이렇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르누아르와 인상주의 화가들을 모두 만날 수 있던 공주의 7곳 갤러리의 기획전시를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이번 기획전시가 끝나더라도 상시 좋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니 공주에 방문하시게 되면 앞서 소개해 드린 갤러리들을 한번씩 둘러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