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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고난의 경험 뚫고 희망의 증거 되자

2023.07.27(목) 09:46:55충남포커스(jmhshr@hanmail.net)

사진은 이번 폭우로 수해를 입은 충남 부여군 한 주택을 찾은 육군 제8361부대 3대대 장병들이 밀려든 토사와 진흙을 퍼내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은 이번 폭우로 수해를 입은 충남 부여군 한 주택을 찾은 육군 제8361부대 3대대 장병들이 밀려든 토사와 진흙을 퍼내고 있는 모습.


건강이 허락지 않아 추스르느라 한동안 일을 쉬었던 한 지인이 가정경제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보고자 일자리를 눈여겨 찾던 중에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안전요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과 함께 당진 관내 건설현장에 배치되어 드디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희망찬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여자로서는 수입이 꽤 좋다는 친구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무더운 날 한낮 땡볕에 서서 안전모, 방진마스크, 안전조끼, 안전화 등을 갖추고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하다보니 숨이 턱턱 막혀오고 질식해 죽을 것 만 같은 공포까지 느꼈습니다. 실제로 폐에 이상을 느끼며 병원을 다니기도 하고, 얼마나 고되던 지 그렇지 않아도 저체중이던 분이 체중이 더 줄어들고 기운이 달려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시간을 들이고 돈을 들여 취득한 자격증은 말짱 헛것이 되었기에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여러 날 체력을 더 보충한 뒤 지인은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 모레면 환갑으로 적잖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일할 수 있도록 뽑아준 것에 매우 감사해 하고 있었으며 일이 많이 힘들지 않고 너무 즐겁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그분과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는데 놀라웠습니다. 일이 힘들지 않다는 것도, 감사하다는 것도, 너무 즐겁다는 것도 말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단위로 주간 야간 번갈아가며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요. 유일하게 앉을 수 있는 시간이 있기는 해요. 점심시간이에요. 2-30분 만에 점심을 후다닥 먹고 다시 곧바로 일을 시작해야 해요.”

적어도 점심시간인 한 시간은 편히 앉아 한 잠 자기도 하고 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안전요원으로 일을 해봤잖아요. 땡볕 아래 서서 온갖 장비 온몸에 다 뚤뚤 감고 일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일하는 곳이 비록 에어컨은 없을지라도 천국이라고 느껴져요. 그리고 안전요원으로 일할 때는 그저 수신호나 보낼 뿐 누구랑 말할 사람도, 말할 일도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래도 함께 일하는 분들과 말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워요. 만일 제가 그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일을 하면서 감사는커녕 힘들다는 생각만 하고 못하겠다고 했을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전요원으로 일해 본 것은 제게 진짜 값진 경험이었어요. 시간과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어요.”

이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젊어서든 지인과 같이 나이 들어서든 누구라도 고생스러운 경험은 현재의 편안함이 당연한 것 아니라 감사의 대상인 것을 깨닫게 하고, 만족할 줄 알며,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는 것임을 깊이 깨닫습니다.

실제로 독일의 막스 프랑크 교육연구소에서 15년 동안 1천명을 대상으로 지혜에 대한 연구한 결과 '역경이나 고난을 극복한 사람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더 지혜롭고, 특히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인생의 어두운 단면을 일찍부터 더 많이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자연 속 사례도 있습니다. ‘광야의 샘’이라는 저자인 카프만 부인이 어느 날 곧 나비가 되어 나올 고치를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멍이 너무 작아서 잘 나오지 못하던 나비가 안타까워 도와주려는 마음에 가위로 구멍을 넓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구멍을 뚫고 나오려고 몸부림쳤던 나비들은 잘 날아가는 반면에 자신이 도와주어 쉽게 구멍을 빠져나왔던 나비들은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파닥거리다가 죽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카프만 부인이 이유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비가 작은 구멍을 빠져나오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그 사이에 어깨에 있던 영양분이 날개로 내려가 힘이 생겨 잘 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큰 구멍으로 쉽게 통과했던 나비는 영양분이 어깨에 그대로 뭉쳐 있었기 때문에 정작 나는데 필요한 날개에는 힘이 없어 날지 못했던 것입니다.

누구라도 인생 살며 폭우를 만난 것 같은 절망의 때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장은 넘실대는 물이 좀처럼 빠질 것 같지 않고, 무너진 건물들이 영원히 복구될 것 같지 않고, 도무지 희망이 없는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역경을 딛고 일어서면 이 경험이 훗날에 소중한 자산이 될 뿐 아니라 내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희망의 증거가 됨을 기억하며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충남지역은 최근 폭우로 4개 시군이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될 만큼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많은 도민들이 그야말로 망연자실해 있습니다. 실제 폭우를 만나 어떤 분은 가족을 잃고, 어떤 분은 전 재산을 잃어 헤아릴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있고, 인생폭우를 만나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구멍을 몸부림쳐 어렵게 빠져 나왔던 나비가 창공을 향하여 훨훨 날아올랐듯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 희망의 증거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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